"빅파마 빅딜 선급금 68% 중국발 자산으로…이제 딜 퀄리티 싸움"
2026 상반기 글로벌 라이선싱 1667억 달러…선급금 비중 6%
임상 2상 3.63억·3상 7억 달러…검증된 후기 자산에 선급금 프리미엄
5000만 달러 이상 선급금 거래서 중국발 자산 건수 42%·금액 68% 차지
“기술수출 계약 넘어 Human PoC·허가·판매·로열티까지 이어져야”
권혁진, 허지수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23 06:00   수정 2026.09.23 06:01
인트라링크스 코리아 박성환 대표가 ‘코리아 라이프사이언스 위크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인트라링크스 코리아 박성환 대표.©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글로벌 빅파마의 라이선싱 자금이 검증된 후기 임상 자산과 중국발 파이프라인으로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계약 총액은 커졌지만 실제 지급되는 선급금 비중은 낮아지면서, K-바이오 역시 기술수출 건수와 총 계약금액보다 선급금·마일스톤·권리 범위와 상업화 가능성을 포함한 딜의 질로 경쟁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트라링크스 코리아 박성환 대표는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라이프사이언스 위크 2026’의 부대 행사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년도 제약바이오헬스 통계포럼’에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M&A 및 라이선싱 딜 주요 동향 및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SS&C 인트라링크스는 M&A와 기술이전, 투자유치 과정에서 기업 실사와 기밀자료 공유에 사용하는 가상데이터룸(VDR)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와 상위 10개 CRO가 인트라링크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00개 이상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파트너십과 R&D 협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제 시장은 단순히 거래가 몇 건 체결됐느냐보다 선급금이 얼마나 지급되는지, 개발 마일스톤이 실제 달성 가능한 구조인지, 글로벌 권리 범위가 어떻게 설계됐는지를 본다”며 “헤드라인 밸류보다 딜 퀄리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약 규모는 커졌지만 선급금은 6%…후기 임상에는 ‘프리미엄’

박 대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글로벌 바이오파마 치료제·플랫폼 라이선싱 발표 규모는 1667억 달러에 달했다. 2025년 연간 규모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반면 총 계약금액 가운데 계약 체결 시점에 지급되는 선급금(Upfront) 비중은 6%에 그쳤다. 2023~2025년 7% 수준에서 1%포인트 낮아졌다. 계약상 최대 금액은 커졌지만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 등 후속 조건부 지급액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박 대표는 “헤드라인 금액만 보면 라이선싱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손에 들어오는 선급금 비중은 낮다”며 “라이선싱이 마일스톤 중심 구조로 가고 있어 총 계약금액만으로 딜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개발 위험이 낮아진 후기 임상 자산에는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날 발표자료 기준 시가총액 500억 달러 이상 글로벌 대형 바이오파마의 인라이선싱 거래에서 2026년 상반기 임상 2상 자산의 선급금·지분투자 중간값은 3억6300만 달러, 임상 3상은 7억 달러였다.

플랫폼·디스커버리 단계 거래는 41건으로 활발했지만 초기 자산의 선급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초기에는 대규모 현금을 지급하기보다 개발 성과에 따라 권리를 확대하는 옵션 빌딩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박 대표는 “후기 임상에서는 검증도가 높은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며 “초기 기술은 큰 선급금보다 옵션을 포함해 접근권을 선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형딜 선급금 68% 흡수…‘파이프라인 소싱 허브’ 부상

이번 발표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중국이었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빅파마가 체결한 선급금 5000만 달러 이상 거래 가운데 중국발 자산 거래는 10건으로 집계됐다. 선급금과 지분투자를 합친 금액은 44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준에서 중국발 자산은 거래 건수의 42%, 지급된 선급금의 68%를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중국 석약그룹(CSPC Pharmaceutical Group) 간 최대 185억 달러 규모 계약,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 간 최대 152억 달러 규모 계약이 제시됐다.

박 대표는 “중국은 더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R&D나 임상을 수행하는 국가가 아니다”며 “차별화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하는 글로벌 파이프라인 소싱 허브로 역할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이 흐름은 빅파마를 넘어 미국 벤처캐피털이 지원하는 바이오텍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개발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매각하거나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형태의 사업모델도 확대되고 있다. 직접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하기보다 외부에서 유망 자산을 도입해 개발과 가치 상승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비만·당뇨 열기는 지속…자본은 ‘GLP-1 다음’으로

모달리티별로는 검증된 기술에 자금이 집중됐다. 2026년 상반기 R&D 파트너십에서 바이오의약품 거래 규모는 288억 달러로 가장 컸고, 저분자화합물이 188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항체와 이중특이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표적 선택성과 임상적 차별화를 확보한 모달리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방사성의약품 등은 기술 성숙도와 제조 복잡성, 규제 환경에 따라 거래 변동성이 큰 분야로 꼽혔다.

비만과 당뇨 분야도 경쟁의 무게 중심이 달라지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관련 파트너십 발표 규모는 220억 달러였지만 GLP-1 및 GLP-1/GIP 계열을 직접 겨냥한 거래는 3건, 약 1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박 대표는 “비만과 당뇨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단순 GLP-1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며 “복합기전, 장기지속형 제형, 경구제 등 투여 편의성과 차별성을 높인 차세대 자산으로 경쟁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K-바이오 기술수출도 ‘소수 메가딜’…“양보다 질”

국내 기술이전 시장에서도 소수 대형 거래가 전체 규모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뚜렷해졌다.

인트라링크스 발표 자료 집계 기준, 2026년 기술이전 금액의 기업별 비중은 아리바이오가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알테오젠과 한미약품은 각각 14%, 오스코텍 8%, 큐라클 6% 순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 기술 유형별 비중은 개별 후보물질(Asset)이 86%, 플랫폼 기술이 14%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특히 반복적인 계약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강조했다. 개별 후보물질은 특정 파이프라인의 성공 여부가 계약 가치와 직결되지만, 플랫폼은 여러 파이프라인과 파트너에 적용하면서 추가 계약과 옵션 행사, 마일스톤을 통해 현금 흐름을 확대할 수 있다.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Hybrozyme)’과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가 대표 사례다. 결국, 국내 제약바이오산업도 기술수출 계약 체결 자체를 성과의 종착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박 대표의 결론이다.

그는 “K-바이오는 이제 양에서 질로 가야 한다”며 “계약 체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상 개념증명(Human PoC), 임상, 허가, 판매를 거쳐 로열티와 현금흐름이 실제 발생하는 상업화 구조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 절벽 앞둔 빅파마…외부 혁신 수요는 계속된다

이 같은 라이선싱 확대의 배경에는 글로벌 빅파마가 직면한 특허·규제 독점권 상실(LOE·Loss of Exclusivity), 이른바 특허 절벽이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의 매출 공백을 내부 R&D만으로 채우기 어려워지면서 라이선스 인과 M&A를 통한 외부 혁신이 핵심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 대표는 초기 기술에는 옵션 중심 계약 구조를 활용하고, 후기 임상 자산은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도록 임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관세·약가 정책 변화 등에 대응해 지식재산권(IP), 임상 데이터,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지역별 판권을 세분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도 강조했다.

그는 “기술수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받는 단계는 지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경쟁력은 계약 규모보다 실제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자산과 반복 가능한 현금흐름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트라링크스가 제시한 2021~2026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추이. 2025년 합산 규모는 136억5000만 달러, 2026년은 111억9700만 달러로 집계됐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인트라링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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