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대사질환 치료 효과 입증 'GLP-1'… "막는 규제 아닌 관리 규제로"
 GLP-1 비만치료제,감량 넘어 신장질환·지방간·대사 위험 감소까지 영역 넓혀
유통·진료 채널 통제보다 ‘처방 단계 관리 설계’가 오남용 해법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10 16:00   수정 2026.09.10 16:12

GLP-1 비만 치료제는 체중 감량 뿐 아니라 대사 위험인자 개선까지 폭넓은 이점을 보이며 대사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급여에 따른 안전성 모니터링 한계와 사회경제적 접근성 격차, 제한적인 급여 기준 등으로 질환 치료제로서의 활용과 환자 접근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처방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또 치료 외 목적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행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어 처방 단계의 관리체계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공적 보장이 이뤄진 해외 국가 사례를 참고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연계형 적정 처방 지원, 고필요군 중심의 제한적 급여 도입, 검증된 비대면·하이브리드 진료 지원 등 단계적 관리체계 구축이 한국형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회장 민태원)는 대한비만학회(이사장 김민선)와 1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GLP-1 비만치료제의 치료 효과를 조명하는 한편 국내 처방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 - 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정환 교수는 비만∙당뇨병 치료제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가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체중 감량 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위험 감소에도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이 있는 성인 3천533명을 대상으로 한 FLOW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 1.0mg을 투여한 환자들의 주요 신장질환 사건 위험이 위약 투여군 대비 24% 낮았으며, 심혈관 원인 사망 위험도 2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2~17세 청소년 비만 환자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68주간 투여한 STEP TEENS 임상에서 환자의 73%가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했으며,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가 감소하고 당화혈색소, 혈중 지질 수치 등 심혈관∙대사질환 위험인자도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당뇨병 치료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는 신장·심장 보호효과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치료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교수는 “GLP-1 비만치료제 대부분이 비급여로 사용되어 실사용 데이터 기반 안전성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고, 낮은 교육수준·소득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구조적 접근도 부족하다”면서 “동일 성분의 GLP-1 당뇨병 치료제조차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환자 치료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GLP-1 비만치료제의 다양한 이점에도 언론 보도가 일부 부작용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과장된 부작용 보도로 불필요한 불안감이 커지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하며 균형 잡힌 정보 전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상열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현행 규제 논의의 실효성과 바람직한 대안’을 주제로 해외 사례를 통한 국내 적용 방안을 모색했다.

이 교수는 국내 GLP-1 비만치료제 DUR 점검 완료 건수가 2024년 12월 2만1천457건에서 2026년 5월 33만7천26건으로 약 15.7배 증가했다고 밝히면서도, 해당 수치로는 ‘누구에게, 어떤 임상적 근거로’ 처방됐는지 파악할 데이터 구조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GLP-1 비만치료제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허가사항 미충족 처방 ▲안전성 취약군 처방 ▲진료정보가 불충분한 처방 ▲무처방·불법유통 등 오남용 유형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통·진료 채널 통제 중심의 규제만으로는 임상적 비만 여부와 허가사항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 강화보다는 처방 단계에서 임상적 적정성을 기록 및 평가하는 관리체계 마련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 공적 보장 도입국의 대상 기준·처방 조건·치료 반응 재평가·데이터 관리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DUR 연계형 적정처방 지원(BMI·동반질환·연령별 허가 기록 및 알림) ▲고필요군 중심의 단계적 급여 도입 ▲검증된 비대면·하이브리드 진료 지원 등 처방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관리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의 해법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관리의 설계에 있다”면서 “앞으로는 '막는 규제'에서 '관리하는 규제'로 전환해, 환자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를 받게 되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 최지현 한겨레 기자, 정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과 과장이 참여해 비만치료제의 올바른 처방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치료제에만 의존하는 체중 관리는 실패의 지름길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생활 습관을 바꾸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적정 체중 관리를 위해 정부와 전문가,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캠페인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리기 전에, 올바른 선택이 가능한 의료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안전성과 접근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 처방이 얼마나 줄었는지가 아닌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가 얼마나 보장됐는지를 기준으로 규제의 성과를 평가하고, 환자가 경제적·지역적 조건으로 치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지현 한겨레 기자는 “제1차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이 만료된 이후 후속 대책 수립이 5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며 “비만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강화하고 의료·복지·교육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을 마련한다면 비만치료제에 대한 불필요한 수요와 잘못된 사용을 동시에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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