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이제 ‘참는 두통’ 아냐…치료 목표는 ‘Headache-free’
[인터뷰] 김병건 노원을지대병원 교수 “CGRP 표적치료 등장, 편두통 치료 패러다임 바꿔”
국내 프레마네주맙 PMS 3년 중간분석…12주 MMD 평균 7.8일 감소
환자 56.5% 편두통 일수 절반 이상 줄어…87% “전반적 상태 개선”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04 06:00   수정 2026.09.04 06:01
김병건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가 약업닷컴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편두통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통증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는 데서 ‘두통이 없는 상태’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편두통은 흔한 증상이라는 인식 탓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를 표적으로 하는 예방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편두통 자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바라보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프레마네주맙(Fremanezumab)의 실제 진료환경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국내 편두통 예방치료의 임상적 근거도 축적되고 있다.

약업닷컴은 최근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를 만나 국내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프레마네주맙 시판 후 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의 의미와 실제 진료현장에서 확인한 치료 경험, CGRP 표적치료제 도입 이후 변화하고 있는 편두통 예방치료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를 통해 국내 PMS 연구 결과를 통해 프레마네주맙의 실제 진료환경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살펴보고, 예방치료가 중요해지고 있는 편두통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짚어봤다.

너무 흔해 병으로 인식 못하는 편두통…여전히 ‘과소진단·과소치료
김 교수는 편두통에 대한 치료 변화에 앞서 여전히 많은 환자가 편두통을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는 현실을 먼저 짚었다.

그는 “두통은 증상이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질환은 수백 가지가 넘을 수 있다”며 “그중 대표적인 질환이 편두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편두통은 성인 인구의 약 6~15%에서 나타나는 흔한 신경계 질환이며, 한 번의 일시적인 증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재발한다”며 “거의 일생에 걸쳐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문제는 편두통이 흔하다는 점이 오히려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두통을 경험했거나 부모와 형제 등 가족들도 두통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를 질환이 아닌 일상적인 증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설명이다. 체했을 때 머리가 아프거나 월경을 전후해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 음주 후 또는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하는 두통 역시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김 교수는 실제 편두통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내다가 증상이 심해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진통제 복용이 잦아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과거 치료 경험 역시 환자들의 의료기관 방문을 늦추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기존 예방치료에서 기대한 만큼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이상반응 등으로 치료를 중단했던 경험 때문에 다시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편두통은 여전히 덜 진단되고, 덜 치료되고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한쪽 머리가 아파야 편두통?…질환명부터 잘못된 인식 만들어”
특히 국내를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 편두통에 대한 인식이 낮은 배경 가운데 하나로 김 교수는 ‘편두통’이라는 병명 자체를 들었다.

‘편(偏)’이라는 글자 때문에 편두통은 반드시 머리 한쪽이 아파야 하는 질환이라고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편두통의 임상 양상은 환자마다 다르고, 같은 환자에서도 나이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 수 있다. 빛이나 소리에 대한 과민반응, 오심 등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형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편두통을 단순히 특정 부위가 아픈 증상이 아닌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 시점 역시 단순히 두통 발생 횟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체적인 합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복용한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두통이라도 진통제를 먹어도 해결되지 않아 누워 있어야 하거나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발생 횟수가 많지 않더라도 통증의 강도가 심하고 일상생활과 사회·직업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운데 편두통 예방치료 환경을 바꾼 변화로 김 교수는 CGRP 표적치료제의 등장을 꼽았다.

CGRP는 편두통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편두통 예방치료는 기존과 다른 접근이 가능해졌다.

프레마네주맙은 CGRP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 기반의 편두통 예방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성인 편두통 예방과 체중 45kg 이상인 6~17세 소아·청소년 삽화편두통 예방치료에 허가돼 있다. 성인은 용량에 따라 월 1회 또는 3개월에 1회 피하 투여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CGRP 표적치료제의 도입을 두고 “편두통 치료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전에는 편두통의 진단과 치료가 정말 어려웠고 환자들도 병원에 잘 오지 않았으며 의사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CGRP 표적치료제는 이전 치료제와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 옵션”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실제 진료 데이터 확보…MMD 평균 7.8일 감소
이번 인터뷰의 또 다른 중심에는 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국내 프레마네주맙 PMS 연구가 있다.

연구는 ‘국내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프레마네주맙 시판 후 조사의 3년 중간 결과(Three-Year Interim Results from a Post-Marketing Surveillance Study of Patients with Migraine Treated with Fremanezumab in South Korea)’로, 실제 진료환경에서 프레마네주맙을 투여받은 국내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체 연구는 국내 실제 진료환경에서 진행되는 6년간의 전향적·비중재적 시판 후 조사이며, 이번 분석은 연구 3년차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3년 중간분석에는 국내 14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안전성 분석 대상은 1230명, 유효성 분석 대상은 1096명이었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46.1세였으며 삽화편두통 환자가 45.2%, 만성편두통 환자가 54.8%를 차지했다. 평균 편두통 유병기간은 6.9년이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실제 진료환경’에서 찾았다.

무작위대조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은 연구 목적에 따라 환자의 연령이나 상태, 동반질환, 병용약물 등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진행된다. 그러나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임상시험에 포함되지 않았던 환자나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환자, 우울증이나 심혈관질환 등의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도 치료 대상이 된다.

김 교수는 “RCT는 어떤 조건의 환자를 포함할지, 어떤 약제를 함께 사용할 수 없는지 등 연구 환경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실제 진료에서는 나이가 많은 환자도 있고 임상시험에서 허용하지 않았던 약제를 함께 복용하는 환자나 심한 우울증이 있는 환자 등 다양한 환자를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CGRP 표적치료제 관련 리얼월드 데이터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축적된 것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대규모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분석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유효성 분석 결과 12주 시점에서 월평균 편두통 발생일수(Monthly Migraine Days, MMD)는 전체 환자에서 기저치 대비 평균 7.8일 감소했다.

삽화편두통 환자에서는 3.4일, 만성편두통 환자에서는 11.4일 감소했다.

월평균 편두통 발생일수가 50% 이상 감소한 환자는 전체의 56.5%였다. 삽화편두통에서는 55.0%, 만성편두통에서는 57.7%였다.

김 교수는 “12주째 효과를 판정했는데 두통이 절반 이상 줄어든 환자가 60% 가까이 됐다”고 말했다.

환자 87% “전반적 상태 개선”…리얼월드에서 확인한 체감효과
이번 연구에서 김 교수가 또 하나 주목한 지표는 환자 전반적 상태 변화 평가(Patient Global Impression of Change, PGIC)였다.

전체 환자의 87%가 프레마네주맙 치료 후 전반적인 상태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에서는 두통이 며칠 감소했는지, 또는 두통 일수가 50% 이상 감소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지표가 되지만 실제 진료환경에서는 환자 스스로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여러 예방약제로 치료받아 온 환자들의 경우 새로운 치료 이후 이전과 비교해 체감하는 개선 정도가 환자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성에서도 기존 임상시험과 크게 다른 새로운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체 환자의 17.6%에서 이상사례가 보고됐으며, 가장 흔한 이상사례는 주사부위 반응 5.7%, 주사부위 가려움 2.0%, 주사부위 발진 1.2%, 변비 1.0% 등이었다. 중대한 이상사례는 1.0%로 보고됐다.

브리핑 자료에서도 이번 분석은 실제 진료환경에서 프레마네주맙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기존 임상시험 결과와 전반적으로 일관된 양상을 보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김 교수의 실제 진료 경험 역시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이번 연구에 등록된 환자 가운데 우리 병원 환자가 가장 많은데, 우리 병원 데이터를 따로 분석한 결과와 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14개 병원이 참여했고 병원마다 환자군이 다름에도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줄이는 치료…이제는 ‘두통 없는 상태’ 목표 가능”
김 교수가 바라보는 CGRP 표적치료제의 가장 큰 의미는 단순히 또 하나의 예방치료제가 추가됐다는 데 있지 않다.

편두통 치료의 목표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CGRP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환자 가운데 두통이 완전히 없어지는 환자들도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두통을 경험하던 환자가 치료 이후 두통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두통을 어느 정도 줄여주고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Headache-free를 목표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약제가 개발됐다”고 말했다.

프레마네주맙의 치료 범위가 소아·청소년까지 확대된 점도 이러한 변화 가운데 하나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편두통이 성인보다 증상이 비전형적이고 위약반응도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예방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소아 환자에서는 두통이 시험기간에 심해지고 방학에는 좋아지는 등의 양상을 보여 보호자가 이를 꾀병으로 오해하기도 한다며, 편두통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성인뿐 아니라 소아·청소년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여 편의성 역시 실제 치료 환경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다.

프레마네주맙은 성인의 경우 월 1회 또는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방식이 가능하며, 적절한 교육을 받은 환자나 보호자는 가정에서 직접 투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특히 편두통이 사회·경제활동이 활발한 10대부터 5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바쁜 환자에게 자가주사가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치료 접근성에 대해서는 급여기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국내 CGRP 표적치료제의 보험급여 적용에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별 치료 접근성은 급여 적응증뿐 아니라 본인부담 구조와 민간보험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접근성은 급여 기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약제 자체보다 편두통 치료가 환자의 삶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를 강조했다.

오랜 기간 반복되는 두통을 겪은 환자들은 자신이 두통이 있는 상태에 익숙해져 질환의 부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환자들에게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한 번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경험해 보라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게 좀 다른 세상이구나’, ‘삶의 질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라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편두통이 좋아지면 가족을 돌보는 일상도 달라지고, 여행을 갔을 때 두통 없이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며 “편두통이 좋아지면 삶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편두통이 흔한 만큼 참고 살아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신경계 질환으로 진단하고 예방치료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메시지다. CGRP 표적치료제 등장 이후 편두통 치료의 목표가 단순한 발작 감소에서 환자가 두통 없이 일상을 영위하는 단계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실제 진료환경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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