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막히면 조기 기술이전" K-바이오 글로벌 사업화 해법 '시장·네트워크·뉴코'
국내 자금조달 한계에 임상개발 전후 조기 기술이전 압박…중국 바이오텍 추격도 부담
빅파마 수요 선제 파악·수년간 글로벌 BD 네트워크 구축이 기술사업화 핵심
뉴코(NewCo)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정부 지원도 빅파마 넘어 네트워크 넓혀야"
권혁진, 허지수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25 14:05   수정 2026.08.25 14:15
(왼쪽부터)최시우 업테라 대표, 윤상순 싸이런테라퓨틱스 대표, 박소영 1004벤처파트너스 대표, 남호연 브이에스팜텍 부장, 최근수 퀀텀인텔리전트 수석연구원.©약업신문=허지수 기자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가 25일 ‘CPHI/Hi Korea 2026’ 부대행사로 마련한 ‘K-바이오 혁신 모달리티와 기술사업화’ 세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글로벌 임상이면 수백억원, 최소 그 정도가 들어갑니다. 단일 파이프라인에 그렇게 자본을 투입하기에는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개발 단계가 올라가면 기술이전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시우 업테라 대표는 ‘K-바이오 글로벌 기술사업화 성공방안’ 패널 토론에서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이 처한 현실을 이같이 짚었다. 기술 경쟁력만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고, 임상개발을 지속할 자금과 글로벌 사업개발(BD) 역량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토론은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가 25일 ‘CPHI/Hi Korea 2026’ 부대행사로 마련한 ‘K-바이오 혁신 모달리티와 기술사업화’ 세션에서 진행됐다.

토론은 박소영 1004벤처파트너스 대표가 이끌고 최시우 업테라 대표, 윤상순 싸이런테라퓨틱스 대표, 남호연 브이에스팜텍 부장, 최근수 퀀텀인텔리전트 수석연구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앞서 각각 표적단백질분해(TPD),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선 민감제, 양자신약 등 각사의 혁신기술을 소개했다.

토론에서는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한계와 중국 바이오텍의 빠른 추격, 조기 기술이전 압박, 글로벌 BD 네트워크와 전문인력 부족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해법으로는 빅파마의 수요를 반영한 개발전략, 장기간 축적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뉴코를 활용한 기술사업화 경로 확대가 제시됐다.

"중국과 정면승부 쉽지 않아"…제한된 자본으로 차별화해야

최시우 대표는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이 외부 변수에 민감한 자금조달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신약개발은 자본이 선행돼야 하는 산업인 만큼 안정적으로 후속 투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을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생긴다.

중국 바이오텍의 성장 속도도 주요 부담이다. 과거처럼 선도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미투(Me-too) 전략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경쟁이 덜한 영역을 찾아야 한다.

최 대표는 “중국 회사들이 따라오는 속도를 보면 정말 무서웠다”며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직접 정면승부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재산권(IP)을 통한 기술 보호와 함께 중국이 아직 시도하지 않은 영역이나 차별화 포인트를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 기술이전도 전략적 선택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글로벌 임상에는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스타트업이 한 파이프라인에 막대한 자본을 집중하기는 어렵다. 결국 생존을 위해 개발 중간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선택할 수밖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빅파마가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고 어떤 자산을 찾는지 개발 초기부터 파악해야 한다. 최 대표는 “빅파마가 무엇을 살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최소한의 자본으로 가장 좋은 모습까지 만들어 빠르게 파트너링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리즈A인데 빅파마 기술이전부터 요구” 초기기업 투자 공백

윤상순 싸이런테라퓨틱스 대표는 국내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의 투자 공백을 짚었다. 항체 치료제처럼 임상 진입과 성과 확인까지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분야는 투자시장 위축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윤 대표는 과거 투자환경이 좋을 때는 기술 콘셉트와 시장 트렌드만으로도 관심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항체 치료제는 임상 진입과 성과 창출까지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VC가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시리즈A 단계에서도 해외 빅파마 기술이전 성과를 먼저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비임상 후기나 임상시험계획(IND) 단계까지 가기 위해 투자를 요청하는 것인데, 시리즈A 단계에서 해외 빅파마 기술이전 성과를 가져와야 투자할 수 있다는 요구를 받는다”며 “초기 리드 발굴 단계에서 노력하는 스타트업에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술사업화 상대도 빅파마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특정 자산을 도입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개발하는 뉴코가 새로운 파트너로 등장했지만 국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정보와 네트워크는 부족하다.

윤 대표는 “정부가 글로벌 빅파마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은 잘 운영하고 있다”며 “뉴코라는 새로운 상대방이 생긴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뉴코의 수요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노력을 병행하면 국내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데이터 만들 돈 없으면 초기 기술이전” BD 네트워크가 경쟁력

남호연 브이에스팜텍 부장은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신약개발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표현했다. 중국 바이오텍까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제한된 자본을 고려해 훨씬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부장은 “글로벌에서 통할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자금이 국내에서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어려움이 여전히 크다”며 “자금과 정책 지원이 따라가지 않으면 얼리 스테이지에서 기술이전을 싸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점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한된 자본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시장정보와 글로벌 BD 네트워크를 꼽았다. 신약개발 산업은 규제산업이라 겉으로는 변화가 느려 보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모달리티와 빅파마의 관심 분야가 빠르게 바뀐다.

남 부장은 “해외 BD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면 문헌에는 나오지 않는 시장정보가 들어온다”며 “행사에서 만난 접점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계속 캐치업하고 팔로업하는 준비가 다년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이전도 단발성 미팅으로 성사되지 않는다. 파트너가 요구한 데이터를 다음 만남까지 준비하고, 수년간 지속적으로 개발 상황과 수요를 확인해야 한다.

남 부장은 “딜이 5년 걸렸다는 이야기도 듣는다”며 “한 번에 이뤄지는 딜이 아닌 만큼 항상 만나 서로를 체크하고, 언제 어디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순간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인력도 병목 "대기업·학계 사이에서 스타트업 인재 확보 어려워"

최근수 퀀텀인텔리전트 수석연구원은 자금과 함께 전문인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기술개발 중심 스타트업은 연구인력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지만, 첨단 분야일수록 인력 풀 자체가 제한적이다.

최 연구원은 “스타트업은 자본도 중요하지만 기술개발이 중심이기 때문에 인력 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양자컴퓨터 분야는 구할 수 있는 인력 풀 자체가 적고, 임금 측면에서는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며 연구자들은 학계에 남는 선택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인력 확보에서 스타트업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만큼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경쟁력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기술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초·1분·2분 피치 항상 준비해야” 뉴코도 새로운 기술사업화 경로

박소영 1004벤처파트너스 대표는 글로벌 기술사업화에서 네트워크와 준비가 기회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기업은 비임상 이후 자금조달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만큼 틈새시장을 찾고 글로벌 파트너와 조기에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와 빅파마의 답변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기술 경쟁력 부족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대부분 답장이 없는 이유는 기술이 나빠서도, 팀이 나빠서도 아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Who are you?’인 것”이라며 “30초, 1분, 2분 피치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만났을 때 바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뉴코도 새로운 기술사업화 경로로 부상했다. 최시우 대표는 임상개발과 자금조달 역량을 갖춘 뉴코가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한다면 기존 기술이전 모델을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장 전 바이오텍은 뉴코와의 파트너십이 향후 기업공개(IPO)와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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