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바이오텍 탈모 신약개발 전략上…안드로겐성, DHT 밖 '모낭 미세환경' 주목
DHT 중심 탈모 치료서 모낭 주변 섬유화·염증까지 표적 확대
단일세포 분석서 섬유아세포·대식세포 변화 확인…AGA군 피하층 약 29% 얇아
CXCL12 항체·ASO 개발…진행성 남성 AGA·여성형 탈모 공략
권혁진, 허지수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21 06:00   수정 2026.08.21 06:01
에피바이오텍 성종혁 대표가 ‘제3회 연세종약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허지수 기자
에피바이오텍 성종혁 대표.©약업신문=허지수 기자

에피바이오텍이 안드로겐성 탈모(Androgenetic Alopecia, AGA)의 치료 표적을 기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중심에서 모낭 주변 미세환경으로 넓히고 있다.

AGA가 진행될수록 섬유아세포와 면역세포가 변하고 세포외기질(ECM)이 쌓이는 ‘섬유-면역 재구성(fibroimmune remodeling)’에 주목했다. 기존 치료 반응이 낮은 진행성 남성 AGA와 여성형 탈모(FPHL)를 겨냥한 치료 전략이다.

에피바이오텍 성종혁 대표는 20일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연세종약 심포지엄’에서 ‘Fibroimmune remodeling을 억제하는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제 개발’을 주제로 발표하며 탈모 치료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Fibroimmune remodeling’은 에피바이오텍 연구진이 AGA 병태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안드로겐에 의해 모낭 주변 섬유아세포와 면역세포가 변화하면서 염증과 섬유화, ECM 축적이 동반되고 모낭 미세환경이 재구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성 대표는 “기존 탈모 연구가 모낭이라는 ‘나무’를 중심으로 봤다면, 에피바이오텍은 모낭이 살아가는 ‘토양’인 미세환경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모유두세포뿐 아니라 섬유아세포와 면역세포가 안드로겐에 의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전략은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진행성 남성 AGA와 여성형 탈모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HT만 막아서는 설명 안 되는 변화…모낭 주변 ‘토양’ 본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현재 남성 AGA 치료의 대표 약물이다. 5α-환원효소를 억제해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전환되는 것을 줄인다. 하지만 AGA가 진행될수록 DHT 신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조직 변화도 함께 나타난다.

에피바이오텍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scRNA-seq)과 환자 두피 전사체 데이터를 통해 모낭·두피 세포를 약 20개 세포군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안드로겐 자극 후 모유두세포뿐 아니라 섬유아세포에서 큰 유전자 변화가 나타났고, 면역세포 가운데 대식세포도 뚜렷하게 변했다.

AGA가 진행되면 모낭 주변 염증과 섬유화, ECM 재구성이 증가하고 혈관 지지와 지방층 기능은 감소한다는 것이 에피바이오텍의 병태 모델이다. 성 대표가 발표에서 인용한 MRI 연구에서도 AGA군의 피하층 두께는 평균 4.1mm로 정상군 5.8mm보다 약 29% 얇았다.

성 대표는 “안드로겐은 모유두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섬유아세포와 면역세포에도 영향을 준다”며 “섬유화와 염증이 누적되면 결국 모낭이 살아가는 환경 자체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에피바이오텍은 이 같은 모낭 미세환경 변화를 신약 표적으로 삼았다. 모낭 자체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섬유화와 염증, ECM 축적까지 함께 조절해 모발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회복시키겠다는 접근이다.

CXCL12 항체부터 POSTN ASO까지…새 표적 파이프라인 확대

에피바이오텍은 이러한 모낭 미세환경 변화에서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목한 단백질이 케모카인 CXCL12다. CXCL12는 세포 이동과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신호단백질로, 회사는 이를 중화하는 항체 파이프라인 ‘EPI-005’를 개발하고 있다.

에피바이오텍 연구에서는 사람 모낭 체외 장기배양에 재조합 CXCL12를 처리했을 때 모발 성장이 감소했다. 또 CXCL12 발현은 성장기보다 퇴행기와 휴지기의 섬유아세포에서 높게 나타났다.

성 대표는 “CXCL12를 사람 모낭에 처리했을 때 실제 모발 성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탈모와의 연관성을 확인한 뒤 중화항체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 ASO)도 주요 개발 전략이다. ASO는 특정 RNA에 결합해 표적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낮추는 핵산 치료제다.

에피바이오텍은 CKAP4 표적 ‘EPI-103’, CXCL12 표적 ‘EPI-104’, 섬유화 관련 단백질 페리오스틴(POSTN) 표적 ‘EPI-105’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성 대표는 “기존 안드로겐 신호 억제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진행성 남성 AGA 환자와 여성형 탈모 환자에게 적용할 새로운 표적을 찾는 것이 전략”이라며 “투여 간격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항체와 ASO 같은 모달리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 AGA와 여성형 탈모의 차이도 치료 전략에 반영한다. 에피바이오텍 내부 분석에서는 남성 AGA에서 섬유화와 ECM 재구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난 반면 여성형 탈모에서는 면역 활성과 만성 염증 신호가 더 두드러졌다.

에피바이오텍은 기존 5α-환원효소 억제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진행성 남성 AGA와 여성형 탈모를 대상으로 섬유-면역 재구성 관련 표적을 공략할 계획이다. 항체와 ASO를 활용해 기존 안드로겐 중심 치료와 다른 기전의 탈모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성 대표는 “AGA를 단순히 DHT와 안드로겐 수용체 신호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만성 염증과 섬유화까지 함께 조절해 기존 치료 반응이 낮은 진행성 남성 AGA와 여성형 탈모에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3회 연세종약 심포지엄’ 현장.©약업신문=허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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