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르는 쇼핑, 브랜드 경쟁도 바뀐다
검색에서 대화로 이동… 추천 좌우할 데이터 구조 중요성 커져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20 06:00   수정 2026.08.20 06:01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하고 고르는 방식이 검색 중심에서 AI와의 대화로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명이나 카테고리를 검색해 직접 비교하던 방식에 생성형 AI와 쇼핑 어시스턴트가 빠르게 접목되면서, 브랜드 경쟁의 대상도 소비자에서 AI 추천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다.  

NIQ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How AI in Personalized Shopping Is Transforming the Way Consumers Discover Products'에서 이러한 변화를 ‘위임’이라고 표현했다.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비교해 선택하던 방식에서 AI가 선택지를 좁히거나 먼저 고르고, 이용자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NIQ와 디지털 셸프 인스티튜트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8%가 생성형 AI를 최소 월 1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조사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은 34%, 리뷰 요약에 이용한다는 비율은 23%였다.

검색 대신 AI와 대화

NIQ는 AI가 검색·비교를 돕는 단계에서 소비자 대신 선택과 구매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쇼핑 방식이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NIQ

 

NIQ는 에이전틱 커머스를 AI 지원형, AI 매개형, 에이전틱의 세 단계로 구분했다. AI 지원형은 검색과 필터링, 비교, 요약을 돕지만 최종적인 쇼핑 여정의 통제권은 소비자에게 남아 있는 단계다. AI 매개형에선 AI가 소비자와 시장 사이의 첫 접점이 돼 필요를 해석하고 선택지를 구성한다. 에이전틱 단계에 이르면 시스템이 추천을 넘어 제품을 묶고 재주문하거나 구매를 시작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브랜드와 리테일 조직이 아직 첫 번째 단계에 맞춰 움직이는 반면 소비자 행동은 시장별 속도 차이는 있어도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AI가 실제 구매까지 대신하는 수준은 아직 제한적이다. 조사에서 AI 에이전트를 통해 구매를 완료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8%였다. 제품을 알아보고 비교하는 과정에서는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완전한 자율 구매는 초기 단계라는 의미다.

제품 발견 과정이 대화 안으로 들어오면서 기존의 구매 퍼널도 압축되고 있다. 과거에는 발견과 비교, 평가, 의사결정이 시간차를 두고 이어졌다면 AI 환경에선 하나의 대화 안에서 여러 단계가 연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온라인 상품 페이지의 이미지와 제품 설명, 재고 정보는 단순한 판매용 정보를 넘어 AI가 제품의 특성과 적합한 소비자, 추천 상황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추천 밖이면 경쟁서 제외

브랜드 경쟁의 초점은 이제 소비자에게 얼마나 잘 보이느냐를 넘어 AI의 추천 대상에 포함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 마케팅이 패키지와 이미지, 반복 노출을 통해 소비자의 인지와 선호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AI 기반 쇼핑 환경에서는 제품 정보를 시스템이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AI가 제품 탐색의 출발점이 될수록 추천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은 소비자가 검토할 기회 자체를 얻기 어려워진다.

NIQ는 구조화된 제품 데이터와 AI가 읽을 수 있는 속성, 플랫폼 간 측정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브랜드가 AI 에이전트에게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색 결과에서 순위가 낮은 경우와 달리 AI 답변에서 제외되면 처음부터 선택지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NIQ와 커니가 함께 진행한 2026년 연구에선 쇼핑객의 74%가 어떤 형태로든 제품 발견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여러 경로의 정보를 종합해 추천을 내놓는 만큼 제품 정보의 일관성도 중요해졌다. 브랜드 웹사이트와 리테일러 상품 페이지, 기사 등 편집 콘텐츠, 포럼, 사용자 리뷰가 모두 판단 재료가 될 수 있다. 같은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주장이 출처마다 다르면 AI가 해당 정보를 신뢰하기 어려워지고, 추천 가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NIQ는 기존의 진열 점유율과 검색 점유율 대신 대화 점유율과 추천 점유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AI 생성 답변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 실제 추천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AI의 추천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만큼 신뢰하는지를 나타내는 ‘신뢰 점유율’이 새로운 지표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대화 점유율은 소비자의 관심 주제를 파악하고 콘텐츠 전략을 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치약 카테고리에서 ‘미백’ 관련 대화가 두드러지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브랜드는 미백 효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품의 관련 정보와 메시지를 보강한 뒤, AI 대화에서 해당 주제의 점유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즉, 소비자가 실제로 무엇을 묻고 있는지 파악해 여기에 맞게 정보를 조정한 뒤 반응을 측정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결국 승부는 데이터 기반

대화 점유율과 추천 점유율을 실제로 관리하려면 제품과 커머스 데이터의 연결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디지털 커머스 데이터가 리테일러와 플랫폼, 포맷별로 흩어져 있으며, 서로 다른 출처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라벨링과 코딩, 구조화가 갖춰지지 않은 조직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커머스가 오랫동안 핵심 사업과 분리된 소규모 기능으로 운영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 데이터 표준화가 늦어진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데이터 활용 주기가 짧아지면서 기업의 관리 부담은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데이터 제공 주기가 월간에서 주간, 일간을 거쳐 하루 여러 차례로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의사결정이 더 자주 이뤄질수록 데이터 조직은 최신 정보를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정확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데이터 소스를 계속 늘리기보다 이미 확보한 정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거버넌스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AI 활용이 늘수록 데이터 품질 문제는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공통 식별자 없이 제품 데이터베이스가 구성돼 있으면 리테일러 간 성과를 비교하기 어려워지고, 불완전한 데이터를 받은 AI가 잘못된 답을 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추천을 할 수 있다. NIQ는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정밀하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측정이 충분히 세밀하지 않을 경우 이미 자연 검색 상위에 오른 제품에 불필요하게 미디어 비용을 투입할 수 있고, 데이터의 범위와 한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AI가 판매 가능한 제품의 판매 중단을 권고하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데이터의 양보다 활용 목적을 먼저 정하는 접근법이 제시됐다.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확보한 뒤 용도를 찾기보다 기업이 실제로 내려야 하는 10~20개 또는 30개의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먼저 정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를 역산하는 방식이다. 제품 데이터의 구조화와 중앙화뿐 아니라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관리하며 활용할지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정보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NIQ는 리테일러에게 상품 콘텐츠를 단순한 판매 실행 자료가 아니라 추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인프라로 다루고, 브랜드가 성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실험·측정 데이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AI 쇼핑이 확대될수록 제품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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