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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약국에서 약사의 처방중재를 거쳐 실제 처방이 수정·변경되는 사례가 연간 30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약사의 처방중재 가운데 85% 이상이 실제 처방 수정이나 변경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재 조제 과정의 부수적인 업무로 여겨지는 처방중재를 전문적인 약료 서비스로 인정하고 별도의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의약품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의약품정책연구' 2026년 19권 1호에서 김대진 의약품정책연구소 소장은 '약국 처방중재 현황 및 과제'를 통해 전국 약국의 처방중재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소는 전국 50개 약국을 대상으로 약국별 참여 시점부터 1개월간 처방중재 사례를 수집했다. 이 가운데 조사 기간 중 보고 사례가 없었던 4개 약국을 제외하고 46개 약국의 자료를 최종 분석했다.
수집된 사례는 총 887건이다. 이 가운데 단순 오기나 환자 정보, 보험 관련 오류 수정 등을 제외한 실제 약물 관련 중재는 600건으로 전체의 67.6%를 차지했다.
특히 약사가 능동적으로 문제를 찾아 중재를 시작한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약물 관련 중재 600건 가운데 437건(72.8%)은 약사가 DUR을 포함해 독자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거나 환자·보호자, 의료기관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중재 내용은 용법이나 투여일수 등 과소·과다 처방 조정이 3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복투약·상호작용 등 주의·금기 우려 약제 조정이 16.5%, 제형을 포함한 부적절한 의약품 선택 조정이 11.3%를 차지했다.
단일 처방전을 검토한 중재가 88.5%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여러 처방전을 함께 살펴본 통합적 검토도 11.5%였다. 복수 처방전 중재 사례는 대부분 이전 처방조제 이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주목되는 부분은 실제 처방 변경으로 이어진 비율이다.
전체 처방조제 건수 가운데 처방중재가 이뤄진 처방전 비율을 의미하는 '처방중재율'은 평균 0.7%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5.7%가 실제 처방전 수정 또는 변경으로 이어졌다.
연구소는 이를 2025년 국내 약국의 전체 처방조제 건수에 적용하면 약사의 처방중재 결과 처방 수정·변경에 따라 이뤄진 조제가 연간 약 306만건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306만건은 전국 약국에서 발생한 처방중재를 실제 집계한 수치가 아니라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처방중재율과 변경률을 전국 처방조제 건수에 적용해 산출한 추정치다.
이처럼 처방중재의 상당 부분이 실제 처방 변경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별도의 전문서비스로 보상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재 국내 약국에서는 처방 검토 과정에서 약물 관련 문제가 예상되면 약사가 의료기관에 문의하고, 처방이 수정·변경되면 이를 토대로 조제한다. 그러나 중재 과정과 조치 내용을 별도로 기록하거나 수정 전 처방전을 관리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중재가 사실상 통상적인 조제 준비 과정의 부수 업무로 취급되면서 체계적인 기록·관리와 보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약사의 처방 검토와 중재를 전문서비스의 일부로 보상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구현지 경성대학교 약학대학 조교수는 같은 특집에 실린 '주요국 약사 처방 중재 지불보상 현황과 시사점'을 통해 미국·캐나다·영국·호주·일본의 보상체계를 비교·분석했다.
주요국은 처방 검토와 중재 자체에 독립적인 단일 수가를 적용하기보다 약물검토와 복약관리, 만성질환 관리, 퇴원 후 약물관리, 경증질환 관리, 재택·노인요양시설 약물관리 등 구체적인 서비스에 처방중재를 포함해 보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보험자 또는 주별 제도의 영향이 크고, 영국과 호주는 국가 또는 공공계약에 기반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일본은 건강보험 조제보수 체계 안에서 관련 행위를 보상하는 등 국가별 보건의료체계와 약사의 업무범위에 따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처방중재를 단순한 조제 보조 절차가 아닌 환자안전을 위한 전문적인 약료 서비스로 재정립하고 이에 맞는 보상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특히 국내 약사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가 조제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만큼 우선 처방조제 시점에서 이뤄지는 처방 확인과 실제 처방 변경 사례를 중심으로 보상모델을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처방전 수정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검사와 모니터링, 환자 상담, 복약순응도 개선, 추적관리 등 약물치료 적정화에 기여한 활동까지 처방중재의 범위와 보상 기준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처방중재 유형과 기록 기준을 표준화하고 청구·평가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처방의사와 약사 간 협력 절차를 마련하는 등 국내 실정에 맞는 처방중재 보상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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