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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곰과 수달을 앞세운 데스코비(Descovy) 광고 캠페인으로 칸 라이언즈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수상했다. HIV 커뮤니티에서 통용되는 문화적 표현과 유머를 활용해 특정 환자군과의 접점을 넓히는 한편, 의약품 광고의 규제적 제약 안에서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한 접근이 평가받았다.
길리어드 캐나다와 토론토 소재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더 로컬 컬렉티브(The Local Collective·TLC)는 ‘애니멀 어트랙션(Animal Attraction)’ 데스코비 광고로 칸 파마 라이언즈에서 동상을 받았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시작된 이 광고에는 사실적으로 표현된 곰이 작은 수달을 품에 안은 채 강물 위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화면에는 데스코비 로고와 함께 ‘세상은 야생적이다(it’s wild out there)’라는 문구가 제시된다.
‘의사에게 문의하라’는 안내 아래에는 ‘동물용이 아니며, 이처럼 가짜로 만들어진 동물에게도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도 배치됐다. 처방의약품 광고에 필요한 정보 전달 형식에 동물을 활용한 유머를 더한 구성이다.
이번 캠페인은 길리어드가 HIV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환자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기획됐다. 멜리사 피치니니 길리어드 캐나다 마케팅 디렉터는 이메일을 통해 데스코비를 알리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구체적이고 문화적으로 익숙하며 실제 생활과 관련성이 높은 방식으로 다가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머와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 차별화된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HIV 예방에 관한 보다 개방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데 캠페인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TLC는 HIV 환자와 관련 커뮤니티가 질환과 치료에 대해 이미 높은 수준의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맷 리칭어(Matt Litzinger) TLC 공동창업자 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는 HIV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질환에 관한 별도의 기초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있으며, 과학적 내용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광고가 모든 사람이 모든 내용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지나치게 설명적인 방식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애니멀 어트랙션’은 모든 사람의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고, 데스코비가 대상으로 삼는 커뮤니티가 알아볼 수 있는 문화적 표현을 활용했다.
광고에 등장하는 곰과 수달은 HIV 및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특정한 남성 체형을 가리키는 은어로 사용된다. 같은 동물 분류 안에는 남성을 표현하는 여러 용어가 존재한다. TLC는 다양한 동물 조합을 검토한 뒤 커뮤니티 내 친숙도가 높은 곰과 수달을 출발점으로 선택했다.
리칭어 책임자는 “아는 사람은 안다”는 표현으로 광고의 방향을 설명했다. 캠페인이 커뮤니티를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표현에 익숙하고, 유머와 자기 인식을 갖춘 사람들로 바라봤다는 설명이다.
‘세상은 야생적이다’라는 광고 문구에도 중의적인 의미가 담겼다. 광고에 등장하는 동물의 이미지뿐 아니라 변화하는 문화 속에서 이뤄지는 만남과 친밀한 관계의 현실을 동시에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번 캠페인은 길리어드의 HIV 치료제 광고 전략이 관련 커뮤니티와 문화의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길리어드는 2012년 HIV 노출 전 예방요법(PrEP) 의약품을 처음 시장에 내놓았다. 세계 최초의 PrEP인 트루바다(Truvada)는 2012년 예방 용도로 승인됐지만, 길리어드가 해당 적응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홍보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6년이었다. PrEP 도입 초기에는 예방약의 존재 자체를 둘러싼 논쟁과 우려가 이어졌으나, 이 같은 분위기가 완화된 이후 홍보 활동이 시작됐다.
트루바다의 후속 제품인 데스코비는 2016년 HIV 치료제로 승인받았고 2019년 PrEP 적응증을 추가했다. 길리어드는 2020년 데스코비의 PrEP 마케팅을 시작했다.
다만 ‘애니멀 어트랙션’ 광고는 HIV 치료나 PrEP 등 데스코비의 특정 적응증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커뮤니티 내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유머와 문화적 표현을 중심으로 제품과의 연결점을 형성했다.
리칭어 책임자는 단순히 광고에 특정 커뮤니티를 포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해당 커뮤니티가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고 농담하며, 축하하고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광고가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도 캠페인의 시각적 구현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AI가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로 다뤄졌다. 칸 라이언즈는 AI 활용을 둘러싼 논쟁과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신뢰와 창작의 정당성, 투명성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을 담은 ‘AI 무결성 핸드북(AI Integrity Handbook)’을 마련했다.
TLC는 야생에서 포식자인 곰과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수달이 서로 껴안고 있는 장면을 실제로 촬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AI를 활용했다. 전통적인 일러스트레이션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보다 풍부하고 사실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리칭어 책임자는 AI가 아이디어의 최종 구현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캠페인의 중심에는 인간의 판단과 제작 역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I가 광고의 아이디어를 대신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설정한 메시지와 방향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의미다.
제약산업은 광고 규제와 정보 제공 의무로 인해 창의성과의 결합이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리칭어 책임자는 제약 광고가 칸에서 상을 받는 것은 해당 분야가 쉬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주어진 제약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캠페인이 제약업계가 책임성과 문화적 관련성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의약품 광고에 필요한 책임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커뮤니티의 언어와 문화에 기반한 창의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피치니니 디렉터는 칸 라이언즈가 캐나다에서 진행된 이번 캠페인의 혁신적 접근과 이를 구현하는 데 요구된 창의성, 절제, 문화적 이해를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안전한 표현을 선택하기보다 특정 대상의 언어와 유머, 문화적 신호를 신뢰한 것이 캠페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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