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발현만으론 부족하다" 포트래이, 공간전사체 기반 항암제 개발 전략 제시
표적 발현 넘어 종양 내 약물 분포·세포 사멸까지 분석
TME-PK/PD로 ADC 침투성·방사성의약품 치료 선량 분포 예측
가상 종양조직 기반 표적 선택·환자 선별 전략 제시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6-30 06:00   수정 2026.06.30 06:09
포트래이 배성우 학술연구(드라이랩) 총괄이 지난 25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52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포트래이 배성우 총괄.©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좋은 항암제 평가 기준이 표적 발현에서 종양 내 약물 도달성으로 넓어지고 있다. 같은 표적을 겨냥해도 약물이 종양 중심부까지 들어가지 못하면 치료 반응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전사체가 이 문제를 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공간전사체는 조직 안에서 어떤 유전자가 어느 위치에서 발현되는지 보여주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종양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고 암세포와 주변 세포가 어디에 있으며, 각 부위에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돼 있는지 보여주는 암조직 지도다.

포트래이(Portrai)는 최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52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항암제 개발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배성우 학술연구(드라이랩) 총괄은 공간오믹스와 인실리코 모델을 결합해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와 방사성의약품 치료(Radiopharmaceutical Therapy, RPT)의 종양 내 분포와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 총괄은 “공간오믹스는 종양미세환경 안에 존재하는 구조적 장벽을 보여준다”며 “혈관과 멀리 떨어진 영역, 약물이 잘 스며들기 어려운 기질, 약물에 둔감한 세포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이 장벽이 실제 약물 전달과 치료 반응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표적 발현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치료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약물이 종양 안에서 어디까지 도달하고, 도달한 세포가 실제로 죽을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물의 도착과 세포의 사멸, 나눠 본다

포트래이의 핵심 모델은 종양미세환경 약동학·약력학 모델인 ‘TME-PK/PD’다. TME-PK는 약물이 종양 안 어디까지 퍼지는지 보고, TME-PD는 그 약물이 세포를 실제로 죽일 수 있는지 계산한다. 약물이 종양 안에 도달했는지와 도달한 세포가 실제로 죽는지를 나눠 분석하는 방식이다.

배 총괄은 “페이로드(payload)가 전달됐다고 해서 곧바로 세포가 죽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포 사멸은 각 세포의 내재적 약물 감수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ADC에서 페이로드는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 약물이다. 포트래이는 난소암 사례에서 세포별 약물 감수성을 계산해 실제 치료 반응과 부합하는 공간 지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ADC, 종양 침투성이 변수로

ADC 개발에서는 종양 침투성이 핵심 변수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 표적에 붙은 뒤 세포 안으로 들어가 세포독성 페이로드를 방출하는 치료제다. 그러나 항체가 혈관 주변 암세포에 먼저 강하게 붙으면 약물이 종양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이를 결합부위 장벽(binding-site barrier)이라고 한다.

포트래이는 위암 조직에서 CEACAM5와 Nectin-4 표적 ADC를 시뮬레이션해 이 현상을 재현했다. 발표에 따르면, 결합친화도가 높을 때 페이로드는 혈관 주변에 머무는 경향을 보였고, 결합친화도가 낮을 때는 종양 안쪽으로 더 깊게 들어갔다.

배 총괄은 “TME-PK 모델은 ADC 약리학에서 알려진 결합부위 장벽을 재현했다”며 “이는 모델이 실제 약물 전달 장벽을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 검증”이라고 말했다.

같은 표적을 겨냥한 ADC도 종양 도달성에서 차이를 보였다. 포트래이는 비소세포폐암 조직에서 Trop-2(TROP2) 표적 ADC인 ‘Dato-DXd’와 ‘사시투주맙 고비테칸(SG)’을 비교했다. Dato-DXd는 종양 중심부까지 페이로드가 더 깊게 침투한 반면, SG는 혈관 주변에 상대적으로 머무는 양상을 보였다.

배 총괄은 “두 ADC는 같은 항원을 겨냥하지만 종양 도달성은 매우 달랐다”며 “TME-PK는 Dato-DXd가 더 넓은 세포군에 세포사멸 유도 용량을 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성의약품 치료, 동위원소 선택도 공간 문제

방사성의약품 치료에서도 공간 정보는 치료 전략을 바꿀 수 있다. 포트래이는 전립선암의 PSMA 표적 RPT 사례에서 루테튬-177과 악티늄-225를 비교했다. 악티늄-225는 PSMA 발현이 낮은 영역에서도 세포사멸 유도 선량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사성의약품 치료가 단순히 표적 발현이 높은 환자를 고르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같은 PSMA 표적이라도 종양 안에서 표적이 고르게 분포하지 않으면 일부 영역은 치료 선량을 충분히 받지 못할 수 있다. 포트래이는 이 빈틈을 줄이기 위해 PSMA와 FAP, GRPR 등 다른 표적 조합을 함께 비교하는 접근도 제시했다.

배 총괄은 “방사성의약품 치료에서는 어떤 동위원소를 쓰느냐가 공간적 선량 분포를 바꾼다”며 “같은 조직 안에서 표적과 동위원소 조합을 비교하면 치료 효율을 높일 조합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 종양조직으로 임상 전 리스크 낮춘다

포트래이는 생성형 AI도 결합하고 있다. ‘VGL-stGen’은 병리 슬라이드 이미지와 유전자 발현 정보를 이용해 가상의 공간오믹스 지도를 만드는 모델이다. 실제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확보하기 전에도 종양 안 세포와 유전자 발현의 위치를 예측해 약물 분포와 세포별 반응을 검토하겠다는 접근이다.

발표 기준, VGL-stGen은 내부 테스트에서 유전자-세포유형 매핑 정확도를 16.3%에서 70.1%로 높였다. 외부 코호트에서도 정확도는 43.5%에서 77.9%로 개선됐다.

배 총괄은 “ADC와 방사성의약품 치료에서는 표적 발현만으로 치료 효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약물이 종양 안 어디까지 전달되고, 어떤 세포에 충분한 용량이나 선량이 도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간전사체와 TME-PK/PD 모델을 결합하면 표적 선택, 치료 최적화, 바이오마커 발굴, 환자 선별을 하나의 인실리코 루프에서 검토할 수 있다”며 “ADC와 RPT가 임상에 들어가기 전 개발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포트래이의 TME-PK 기반 Trop-2 ADC 비교. ‘Dato-DXd’가 ‘SG’보다 종양 중심부 침투성이 높게 예측됐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포트래이
포트래이 ‘VGL-stGen’ 모델 개요. 병리 이미지와 유전자 발현 정보를 결합해 공간오믹스 지도를 생성한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포트래이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