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는 답을 갖고 있다, 왜 묻지 않나…규제기관 조기 대화는 필수”
MRCT·사전상담·CMC까지 병렬 설계…글로벌 동시개발 전략 강조
“K-바이오, 바이오시밀러 넘어 신약 블록버스터 겨냥해야”
규제기관 질문 방식이 개발 부담 좌우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6-02 06:00   수정 2026.06.02 06:01
삼성바이오에피스 정병인 상무가 27일 열린 ‘제1회 Global 신약개발 BOOT CAMP’에서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정병인 상무.©약업신문=권혁진 기자

“FDA는 답을 가지고 있는 기관입니다. 답을 알려줄 수 있는 기관에 왜 묻지 않습니까.”

삼성바이오에피스 정병인 상무가 글로벌 신약개발에서 규제기관과의 조기 대화를 허가 전략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FDA, EMA,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의 심사 경로가 서로 다른 만큼, 신속 개발·심사 제도 활용과 다지역 임상시험(MRCT) 설계, CMC·GMP 준비를 개발 초기부터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 상무는 최근 ‘제1회 Global 신약개발 BOOT CAMP’에서 ‘MFDS·EMA·FDA 글로벌 규제 경로 탐색(Navigating Global Regulatory Pathways: MFDS, EMA and FDA)’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상무는 글로벌 개발의 핵심 과제로 △FDA·EMA·식약처 신속 개발·심사 제도의 조기 활용 △글로벌 동시개발 표준 전략화 △규제기관과의 조기 대화 △임상 데이터에 못지않은 CMC·GMP 완성도 확보 △K-바이오 신약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지향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개발은 좋은 약물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며 “경쟁 환경, 처방 관행, 가격·급여 전략까지 포함해 시장성을 먼저 분석하고, 각국 규제에 맞춰 임상·허가 전략을 달리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동시개발을 표준 전략으로 고려해야 한다”라며 “후보물질 선정 단계부터 선행 허가국, 사전상담, MRCT 설계, 동시 또는 순차 허가, 허가 후 확장 전략까지 하나의 개발 프레임워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속심사, 개발 후반부 옵션 아닌 초기 전략

정 상무는 신속 개발·심사 제도를 개발 후반부에 검토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후보물질 선정 단계부터 반영해야 할 초기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FDA는 Priority Review, 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Fast Track, Accelerated Approval 등을 운영한다. EMA는 Accelerated Assessment, PRIME, Conditional Marketing Authorisation을 활용할 수 있다. 식약처도 GIFT(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조건부 허가, 희귀의약품 지정 등 신속심사 경로를 갖추고 있다.

핵심은 제도별 목적과 요건을 구분하는 것이다. FDA의 Accelerated Approval은 대리평가변수 또는 중간임상평가변수를 근거로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허가 후 확증 임상이 뒤따른다. EMA의 조건부 시판허가도 우선 승인 이후 추가 자료 제출과 갱신 의무가 붙는다.

정 상무는 “신속심사 제도를 단순히 허가기간을 줄이는 절차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어떤 자료를 언제 만들고, 어떤 평가변수로 규제기관을 설득할 것인지와 연결되는 개발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한국도 글로벌 임상 포함 설계와 사전상담을 통해 개발 초기부터 규제기관과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식약처는 신약 허가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95일로 줄였고, 최근 240일 목표의 허가·심사 혁신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GIFT는 혁신제품을 대상으로 일반 심사 대비 기간을 줄이는 신속심사 제도다.

글로벌 동시개발, MRCT와 사전합의가 핵심

글로벌 동시 개발을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표준 전략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국내에서 먼저 개발한 뒤 미국이나 유럽으로 순차 진입하는 방식은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글로벌 허가와 상업화 속도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 상무는 ICH E5와 ICH E17을 글로벌 임상 설계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ICH E5는 외국 임상자료 수용 가능성을 판단할 때 유전적 요인, 대사 특성, 질병 특성 같은 내재적 요인과 의료 관행, GCP 수준, 복약 순응도 같은 외재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도록 한다. ICH E17은 글로벌 허가신청에서 MRCT 자료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 원칙을 담고 있다.

그는 “MRCT를 설계할 때는 FDA, EMA, 식약처와 초기부터 동시에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한국 시험기관을 조기에 포함하고, 아시아 피험자 모집 용이성을 글로벌 3상 경쟁력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일 국가 임상자료의 한계도 짚었다. 대표 사례로는 이노벤트(Innovent)와 일라이 릴리가 중국에서만 수행한 PD-1 면역항암제 신틸리맙(sintilimab) 임상을 들었다.

FDA와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당시 중국 단일국가 임상자료를 미국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중국과 미국의 표준요법(SOC)이 다른지, 환자집단 차이가 있는지 등을 쟁점으로 봤다. 또 1차 평가변수로 전체생존기간(OS)이 아닌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사용한 점도 허가 판단의 주요 논점이 됐다.

정 상무는 “각 국가의 표준요법이 다르면 같은 임상 결과라도 허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글로벌 개발에서는 대조군, 1차 평가변수, 환자군, 지역별 자료 일관성을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기관 조기 대화는 선택 아닌 필수”

정 상무는 FDA Pre-IND·Pre-NDA·Pre-BLA meeting, EMA Scientific Advice, 식약처 사전상담을 글로벌 개발에서 실무상 필수에 가까운 절차로 제시했다. 특히 FDA와의 대화에서는 질문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기관에 ‘이 시험이 필요한가’라고 단순히 묻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스폰서가 먼저 A, B, C 자료는 제출하되 D는 과학적 근거상 면제 가능하다고 보는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불필요한 개발 부담을 줄이는 핵심이며, 반대로 질문을 보수적으로 던지면 규제기관도 보수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상무는 “FDA는 답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라며 “답을 알려줄 수 있는 기관이라면 초기 단계부터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기관과의 조기 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사전상담을 통해 개발 방향을 조기에 확인해야 임상 설계와 허가자료 준비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MA Scientific Advice는 고정된 일정에 따라 운영된다. Prep meeting이 없을 경우 약 3개월, prep meeting을 포함할 경우 약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Letter of Intent, briefing document, validation comments 대응, CHMP 의견 채택까지 일정이 정해져 있어 개발 단계별 미팅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CMC·GMP, 임상 성공 뒤에도 허가를 막을 수 있다

정 상무는 CMC와 GMP 완성도를 임상 데이터와 같은 수준의 허가 핵심 요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더라도 제조시설, 품질관리, 위탁생산 파트너 이슈가 발생하면 허가가 지연되거나 최종보완요구서(CRL, Complete Response Letter)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리제네론(Regeneron)도 제조시설 이슈로 제품 허가 일정이 지연됐다. 노보노디스크가 인수한 카탈란트(Catalent) 미국 인디애나주 블루밍턴 공장에서 FDA 검사 관찰사항이 발견됐고, 이 문제가 리제네론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에 직접 국한된 사안은 아니었음에도 오드로넥스타맙(odronextamab)의 CRL 수신과 아일리아 HD(Eylea HD) 관련 허가신청 심사 지연으로 이어졌다.

정 상무는 “임상 데이터만큼 CMC 완성도와 GMP 수준이 중요하다”면서 “제조 파트너 실사와 품질 시스템 점검은 허가 직전에 확인할 사안이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병행해야 할 전략”이라고 말했다.

공통기술문서(CTD)·전자공통기술문서(eCTD) 전략도 함께 언급했다. FDA, EMA, 식약처가 모두 CTD 형식을 사용하더라도 실제 제출 실무와 eCTD 퍼블리싱 방식은 다르다. 글로벌 임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도 CMC 패키지, 제조소 실사, GMP 적합성, CTD 작성·eCTD 퍼블리싱 체계가 준비되지 않으면 허가 일정이 밀릴 수 있다.

정 상무는 “CTD라는 공통 형식이 있다고 해서 같은 자료를 그대로 제출할 수 있다고 보면 안 된다”며 “FDA, EMA, 식약처 각각의 관점과 제출 실무 차이를 반영해 자료 패키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부트캠프는 동국대학교 제약바이오산업학과와 식품의료제품규제정책학과가 주최하고, 동국대학교 약학연수원이 주관했다. SK바이오팜,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피알지에스앤텍이 후원했으며,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진흥회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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