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 병원 문턱 넘었다” 중앙대의료원, 의료진이 직접 AI 도구 만든다
AWS 서밋 서울 2026서 의료 AI 전환 사례 공개…250명 이상 참여·16개 팀 프로토타입 완성
Kiro 기반 처방·조제 이력 분석·연구업적 입력 자동화로 현장 적용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21 06:00   수정 2026.05.21 06:01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WS 서밋 서울 2026’에서 중앙대의료원 김찬웅 교수가 병원 AI 전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중앙대의료원 김찬웅 교수.©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의료의 본질은 의료진과 환자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드는 것입니다. AI 전환도 결국 환자 중심 의료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에이전틱 AI가 병원 현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의료 AI는 더 이상 외부 솔루션을 도입해 쓰는 단계에만 머물지 않고, 의료진이 직접 현장 문제를 찾고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AWS 서밋 서울 2026’을 개최했다. 행사는 21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AWS 서밋 서울은 국내 최대 규모의 AI·클라우드 기술 컨퍼런스로, 올해는 AWS 20주년과 맞물려 클라우드 기술의 변화와 에이전틱 AI가 바꿀 산업 현장을 함께 다뤘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중앙대의료원 사례가 소개됐다. 중앙대의료원 김찬웅 교수는 의료진이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기획하고 구현하는 병원 AI 전환 전략을 발표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판단·수행하는 AI를 뜻한다. 생성형 AI가 주로 답변이나 콘텐츠 생성에 활용됐다면, 에이전틱 AI는 업무 흐름 안에서 여러 작업을 이어 처리하는 방향으로 확장된 개념이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이 AI 혁신 과정에서 마주한 과제로 진료 업무의 효율화, 데이터 활용의 고도화, 핵심 가치에 대한 집중을 꼽았다. 그는 “의료는 굉장히 많은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영역”이라며 “진료와 행정의 흐름 자체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AI를 접목하면 이 과정을 훨씬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 데이터에는 민감정보가 포함돼 있어 다른 산업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동시에 의료 데이터가 가진 2차적 가치는 매우 크고, 산업과 연결될 가능성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전환 목적을 단순 업무 효율화로 보지 않았다. 진료 프로세스가 빨라지고 업무 시간이 줄어도, 그 결과가 환자 진료의 질과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의료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도구여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의료진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개발자가 이해하는 요구사항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기술은 빠르게 바뀌지만, 병원 안에서 이를 검토하고 적용하는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의료 현장을 이해하면서 기술 구현까지 할 수 있는 인력도 많지 않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 구성원이지만, 이들이 개발 언어와 구현 절차에 익숙하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실제 도구로 이어지기 어렵다.

중앙대의료원은 이 문제를 의료진 주도형 AI 리터러시 강화로 풀어냈다. AWS Training and Certification(T&C)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교육을 진행했고, 의료진 250명 이상이 참가했다. 의사부터 간호사, 영상 관련 인력, 진단검사 인력, 심리 분야 인력, 행정직 등 다양한 직군이 각자의 현장 문제를 들고 참여했다.

중앙대의료원은 참여자들이 직접 문제를 제시하고, 3일간 팀 단위로 해결 방안을 구체화하는 프로토타이핑 방식을 적용했다. 개발 경험이 없는 의료진으로 구성된 16개 팀은 모두 프로토타입을 완성, 16개 과제를 도출했다. 중앙대의료원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 의료AI 보건의료인 직무교육사업 최우수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참여자들은 그동안 코딩을 해본 적이 없었고, 개발을 하자고 하면 손사래를 치던 분들이었다”며 “그러나 현장 문제 해결의 핵심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바로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수백 줄 처방 이력 정리부터 논문 실적 입력까지

구체적 사례는 Kiro(키로)를 활용한 스펙 기반 개발이다. Kiro는 자연어 요청을 요구사항, 설계, 코드, 문서, 테스트로 연결하는 AWS의 에이전틱 코딩 서비스다. 의료진이 필요한 기능을 자연어로 설명하되, 요구사항과 수정 범위를 먼저 구조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의료진의 업무 방식과 Kiro의 구조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진료지침과 기준에 따라 사고하는 데 익숙하다. 이 때문에 자연어 기반 개발에서도 기능 목적, 사용 범위, 수정 기준을 먼저 정리하는 스펙 기반 개발이 의료 현장에 더 맞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현 사례로는 응급실 등 진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약물 처방 이력 분석 도우미가 제시됐다. 의료진은 환자 동의를 기반으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등 심평원 처방·조제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처방일과 복용 기간이 제각각이어서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을 빠르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고령 환자처럼 복용 약물이 많은 경우 수백 줄의 처방 데이터를 직접 읽고 판단해야 한다.

중앙대의료원은 이 데이터를 입력하면 현재 복용 중인 약물, 최근 새로 추가된 약물, 중단된 약물을 용량과 성분 기준으로 정리하는 도구를 구현했다. 의료진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구조는 유지하되, 반복 계산과 정보 정리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처방·조제 이력은 날짜별로 나열돼 있지만, 처방일이 가깝다고 해서 지금 복용 중인 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3개월 전에 180일 처방받은 약은 현재 복용 약물일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이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머릿속에서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도구는 현재 복용 중인 약물과 새로 추가되거나 중단된 약물을 정리해 의료진이 참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며 “의료진의 최종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볼 때 시간 단축을 넘어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업무 자동화 사례도 나왔다. 대학병원 교수는 논문 실적을 학교 업적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기존에는 논문 PDF를 보면서 제목, 공저자, 페이지, 권호 등 서지 정보를 칸마다 직접 입력해야 했다. 중앙대의료원은 PDF에서 학교 업적 시스템이 요구하는 서지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입력 화면에 반영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진료, 연구, 교육, 행정 전반에는 반복적 데이터 처리와 문서화 업무가 존재한다. 중앙대의료원은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의료 현장 AI 에이전트를 더 빠르고 폭넓게 적용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의료 AI 확산에는 보안과 검증·운영 관리가 필요하다. 의료 데이터는 민감정보를 포함하기 때문에 접근 권한, 데이터 처리, 로그 관리, 환자 동의, 내부 검증 체계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자동화 도구가 의도하지 않은 파일 변경이나 삭제를 일으킬 수 있고, 잘못 반영된 내용을 되돌리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실제 개발 과정에서 확인된 한계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의 AI 전환에서 보안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보안 이슈가 있다고 해서 의료 현장이 얻을 수 있는 더 큰 성과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AI 전환은 더 이상 추상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병원 안에서 하나씩 다뤄지는 현실의 문제”라며 “앞으로는 외부 기술을 가져와 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의 업무 맥락을 가장 잘 아는 의료진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실제 도구로 구현하는 흐름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의료원 김찬웅 교수의 발표 자료.©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중앙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김찬웅 교수의 발표 자료.©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중앙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김찬웅 교수의 발표 자료.©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중앙대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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