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폴라 오르비스 그룹은 장기간의 피부 주름 연구를 통해 낮에 자외선과 표정 압력 등으로 피부가 받는 물리적·환경적 스트레스가 수면 중 피부 콜라겐 생성 능력을 직접적으로 방해한다는 사실을 세포 단위의 실험을 통해 관련 입증했다. 수면 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피부 회복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결과 낮에 받은 자극이 밤사이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좋은 피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이 잠자리에 들고 수면을 시작한 지 수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혈류를 타고 인체 각 조직으로 이동한 성장호르몬은 피부 진피층에 있는 섬유아세포 표면의 성장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내부로 신호가 원활하게 전달돼야만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콜라겐의 재료, 즉 프로콜라겐을 비롯한 각종 단백질의 생성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콜라겐의 전구체인 프로콜라겐은 세포 안에서 합성된 뒤 세포 밖으로 분비돼 서로 뭉쳐지면서 피부의 팽팽함을 책임지는 콜라겐 섬유로 최종 완성된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 깊은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 탄력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체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폴라 화성공업 연구진은 체내에서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더라도, 특정 요인으로 인해 피부 세포 조직에서 성장호르몬 본연의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낮 시간대에 경험하는 일상적 피부 스트레스가 수면 중 콜라겐 생성 능력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장호르몬과 수용체의 작용 기전 설명 이미지. ⓒ폴라 오르비스기자명
연구 결과, 수면 중 피부 회복 능력을 저하시키는 핵심 원인은 낮 동안 피부에 가해지는 다양한 외부 스트레스에 있었다. 대표적인 일상 속 피부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태양광으로부터 전달되는 자외선과 피부 조직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물리적 압축력인 표정 압력이 지목됐다.
표정 압력이란 사람이 웃거나 말할 때, 혹은 눈썹을 찡그리며 움직이는 등 얼굴 표정이 변하는 과정에서 피부가 반복적으로 접히고 눌리며 가해지는 힘을 뜻한다. 표정 압력은 주로 입가나 눈가, 미간 등 얼굴에 주름이 생기기 쉬운 부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얕은 주름을 깊은 주름으로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류된다.
연구진이 실제 진피 섬유아세포에 자외선 B파(UVB)와 표정 압력을 흉내 낸 물리적 자극을 가한 결과, 세포 표면의 성장호르몬 수용체 발현량이 자극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성장호르몬 수용체가 세포 표면에서 줄어들게 되면, 혈액 속에 피부 재생을 돕는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존재하더라도 세포에 단백질 생성을 촉진하라는 신호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콜라겐의 원료인 프로콜라겐 생성 작용이 둔화되며 피부 탄력 복원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하루 중 낮 시간 동안 피부가 자외선이나 표정 압력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수면을 통한 인체 고유의 탄력 회복 시스템에 강력한 제동이 걸린다는 것이다.
피부 스트레스 요인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고 피부 본연의 회복력을 되돌릴 수 있는 유효 성분을 찾는 추가 연구도 병행됐다. 진피 섬유아세포에 자외선 자극을 가해 프로콜라겐 생성 능력이 저하된 상태를 인위적으로 조성한 뒤, 천연 식물 유래 성분인 비파잎과 레몬그라스 혼합 추출물을 투여하는 검증 과정을 거쳤다. 손상된 세포에 두 가지 식물 혼합 추출물을 더하자 감소했던 성장호르몬 수용체의 발현량이 다시 증가하며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성장호르몬 수용체의 기능이 정상화됨에 따라 성장호르몬 본연의 역할인 프로콜라겐 등 주요 단백질 생성 촉진 작용 역시 원래 상태로 회복된다는 것이 세포 단위 실험으로 확인된 것이다.
수면 시 피부의 탄력 회복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단순히 수면 시간을 늘리거나 밤 시간대 재생 관리에만 집중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연구진은 “밤 시간대의 충분한 휴식과 더불어, 낮 동안 피부가 무방비하게 받는 자외선과 표정 압력 등 각종 스트레스 요인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세심하게 케어하는 과정이 병행돼야 근본적인 탄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