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제품화 전략 없이는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도 없다”
TPP·PTRS·CMC, 빅파마 핵심 검증 기준으로 부상
규제 전략·현지 전문성·투명한 협의가 리스크 낮춰
3259개 후보물질 보유한 한국, 성패는 실행 인력과 파트너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04 06:00   수정 2026.05.04 06:01
(왼쪽부터)프레이저테라퓨틱스 인경수 대표, 메디포스트 애드워드 안 공동대표, GSK 이성은 디렉터,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아닐 카네 총괄,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코지 다니모토 총괄,아이스밀러 김은겸 매니저.©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을 성사시키려면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넘어 제품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파트너가 기술 자체보다 목표제품특성(TPP), 규제 전략, CMC, 실행 조직을 함께 보고, 해당 후보물질이 실제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4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바이오코리아 2026 ‘실제 사례로 보는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 세션 패널토론에서 글로벌 제약사, CDMO, 국내 바이오텍 관계자들은 한국의 글로벌 파트너십 과제를 기술력 이후의 제품화로 짚었다.

이날 토론에는 메디포스트 애드워드 안 공동대표, 프레이저테라퓨틱스 인경수 대표, GSK 이성은 디렉터,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아닐 카네 총괄,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코지 다니모토 총괄 등이 참여했다. 좌장은 아이스밀러 김은겸 매니저가 맡았다.

패널들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파트너를 설득하려면 기술 소개 중심 피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트너가 실제로 인수하거나 공동개발할 수 있는 상업화 관점에서 개발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라이선스 아웃이나 공동개발 논의에서는 목표제품특성(TPP, Target Product Profile), 기술·규제 성공 가능성(PTRS, Probability of Technical and Regulatory Success), CMC(화학·제조·품질관리) 완성도, 글로벌 실행 조직이 핵심 평가 기준으로 작동한다고 봤다.

“규제 전략, 현지 전문성 확보가 관건”

애드워드 안 메디포스트 공동대표는 글로벌 진출 핵심 변수로 규제 전략을 꼽았다. 후보물질은 전임상과 IND, 임상 1~3상, 허가신청 전 단계, 품목허가신청, 상업화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와 조직 역량은 단계마다 다르다. 초기에는 다음 단계 진입에 필요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갖추면 되지만,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규제 대응, 품질 체계, CMC 관리가 글로벌 파트너 실사 대상이 된다.

안 대표는 이를 개발 단계별 접근(phase-appropriate approach)으로 설명했다. 개발 단계에 비해 과도한 자료를 준비하면 자원이 분산된다. 반대로 후기 단계에서 필요한 규제·품질 체계가 부족하면 기술이전 논의에서 리스크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초기 단계에서는 모든 것을 다 갖출 필요가 없지만, 임상 3상 단계가 되면 규제, 품질, 임상, CMC가 모두 무거운 과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 단계가 올라갈수록 과학적 가능성보다 허가 가능성과 실행 가능성을 입증하는 문제가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FDA와의 Type B·Type C 미팅, 임상시험계획 승인, 허가 관련 질의 대응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파트너는 후보물질의 데이터를 볼 뿐 아니라, 해당 데이터가 규제기관과의 논의에서 어느 정도 검증됐는지를 본다. 어떤 쟁점이 제기됐고, 회사가 어떻게 답했으며, 다음 단계 개발 경로가 얼마나 명확한지가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된다.

안 대표는 “규제 전략과 규제기관과의 상호작용은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한국에서 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지, 아니면 현지에서 정교한 규제 전략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완벽한 패키지보다 투명한 대화”

인경수 프레이저테라퓨틱스 대표는 초기 바이오텍의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을 완성도가 아니라 협의 방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다. 개발·CMC·규제 자료를 처음부터 모두 갖추기 어려운 만큼, 준비된 자료와 부족한 자료를 명확히 구분해 파트너와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 대표가 제시한 방식은 “철저한 정직과 높은 수준의 투명성(radical honesty and vertical transparency)”이다. 그는 완벽한 패키지를 갖춘 것처럼 보이려 하기보다, 현재 제공 가능한 자료를 먼저 제시하고 파트너가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 범위와 우선순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접근은 초기 바이오텍이 파트너의 요구를 단순한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개발 전략을 보완하는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내부에 모든 개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파트너가 어떤 자료를 왜 요구하는지 파악하면 다음 개발 단계의 방향을 더 구체화할 수 있다.

인 대표는 피칭 과정에서 파트너의 질문을 해석하는 역량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질문은 단순한 확인 절차가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의 내부 수요나 개발 병목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그는 “토론 과정에서 상대의 질문을 잘 들으면 개발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며 “한국 바이오텍은 기술을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파트너의 질문을 통해 그들의 포지션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빅파마는 제품을 본다…TPP·PTRS가 출발점”

이성은 GSK 디렉터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하기 전 목표제품특성(TPP)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는 후보물질의 기술적 새로움만 보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판매 가능한 제품인지, 어떤 환자군에서 어떤 치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한다.

이 디렉터는 “우리는 결국 판매할 제품을 찾는다”며 “목표제품특성과 기술·규제 성공 가능성, 임상 개발 전략을 내부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텍이 이를 사전에 고민해 온다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TPP는 발표자료에 넣는 요약 문구가 아니다. 해결하려는 미충족 수요가 명확해야 효능 평가변수, 허용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 동물모델, 임상 설계, 지불자 관점까지 이어진다. 개발 전략의 출발점이자, 글로벌 파트너가 후보물질의 사업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CMC 리스크도 거래 논의의 핵심 변수다. 이 디렉터는 “후기 단계 자산에서도 CMC 리스크를 마주하는 경우가 놀라울 정도로 많다”며 “CMC가 중요한 경로에 놓이면 거래 논의를 중단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파트너 선정도 빅파마 전체가 아니라 개별 회사의 전략에 맞춰야 한다고 봤다. 이 디렉터는 “일반적인 빅파마에 피칭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특정 전략에 피칭하는 것”이라며 “강한 자산도 전략적 정합성이 없으면 거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잠재 파트너를 좁힌 뒤 해당 기업의 투자자 설명회와 질환 영역별 전략, 포트폴리오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보물질 장점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트너의 전략 안에서 왜 필요한 자산인지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CMC 공백, 결국 기술이전 리스크로 돌아온다”

아닐 카네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총괄은 CDMO 관점에서 바이오텍들의 공통 격차를 CMC 패키지에서 찾았다.

글로벌 파트너는 후보물질을 평가할 때 과학적 데이터만 보지 않는다. 제조 가능성, 품질관리, 규제 적합성, 상업화 확장성까지 함께 따진다. CMC 데이터가 부족하면 후속 실사 과정에서 리스크로 부각되고, 결국 자산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카네 총괄은 “CMC 격차는 자주 확인되는 문제”라며 “바이오텍은 자산가치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정보 패키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데이터를 무리하게 앞당겨 확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자금력, 개발 단계, 목표 파트너, 규제기관의 요구 수준을 고려해 어느 시점에 어떤 데이터를 준비할지 판단해야 한다.

카네 총괄은 이를 “지금 비용을 낼 것인지, 나중에 낼 것인지(pay now or pay later)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규제기관은 결국 필요한 데이터를 요구한다. 바이오텍이 이를 먼저 준비하면 자산가치와 협상력을 높일 수 있지만, 뒤로 미루면 파트너가 추가 투자와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같은 데이터라도 확보 시점에 따라 기술이전 조건과 가치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네 총괄은 “FDA, EMA, 식약처, PMDA 등 어느 기준까지 맞출 것인지,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가 쟁점”이라며 “규제·품질·CMC 관련 격차를 조기에 분석하고 리스크 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결정은 직감이 아니라 과학과 데이터에 근거해야 하며, 규제기관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259개 후보물질 보유한 한국…성패는 전문 인력과 파트너”

코지 다니모토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총괄은 한국 바이오 산업의 혁신 역량을 후보물질 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글로벌 제약 R&D 데이터 분석기관 Citeline 데이터를 인용해 한국에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약 3259개에 이르며, 후보물질 수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후보물질을 글로벌 개발 단계로 끌고 가는 실행력이다. 다니모토 총괄은 개발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고 짚었다. 제품의 과학적 특성, 안정성, 효능, 안전성뿐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 환자 선별, 환자 모집, 국가별 규제 변화, 지식재산권 보호, CMC 전략, 운영 실행력까지 동시에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다니모토 총괄은 “한국에는 시장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자산이 매우 많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개발 단계마다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며 “규제는 국가별로 요구사항이 다르고 변화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으로 프로젝트별 실행팀 구성을 제시했다. 내부 인력만으로 모든 기능을 감당하기보다, CRO, CDMO, 컨설턴트, 핵심 오피니언 리더(KOL) 등 외부 파트너와 필요한 인재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임상, 규제 대응, CMC, 운영 관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단계에서는 기능별 전문성을 갖춘 팀 구성이 개발 속도와 품질을 좌우한다고 봤다.

다니모토 총괄은 “목표를 정의하고 각 규제 요건에 대비해야 한다”며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파트너와 인재를 확보해 좋은 팀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코리아 2026 ‘실제 사례로 보는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 세션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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