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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성장의 변곡점에 섰다. 정부가 유한양행의 항암 신약 ‘렉라자’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을 벤처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상 첫 특화 지원책을 내놓는다.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를 만난 임강섭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대학과 병원, 연구소의 기초 연구 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실제 창업과 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창업 육성방안’을 오는 6~7월경 발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 부처 간 협업 모델 구축을 포괄하는 중장기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육성방안의 출발점은 올해 1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다. 당시 정부는 대한민국을 창업 국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으며, 그 후속 조치로서 복지부가 제약바이오 분야의 세부 실행 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청년 창업과 지역 창업을 지원하는 ‘모두의 씨앗’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동시에 방위산업, 기후기술과 더불어 제약바이오를 ‘딥테크’ 창업의 3대 핵심 분야로 선정했다. 고도의 기술력이 담보되어야 하는 제약바이오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을 가진 복지부가 주도하고 중기부의 창업 인프라를 결합하는 부처 협업형 모델이 가동된다.
임강섭 과장은 “이미 중기부와의 협업 방안은 발표된 바 있으며, 이는 양 부처가 가진 정책 수단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2월부터 본격적으로 수립 중인 이번 스타트업 육성방안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창업을 어떻게 활성화하고, 이들을 어떻게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이번 정책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창업의 씨앗’을 찾는 일이다. 그 타깃은 명확하다. 바로 대학 연구실, 병원 연구실, 그리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다.
현행 생태계에서는 우수한 연구 성과가 논문에 머무르거나, 연구자가 창업 과정에서 겪는 행정적·경제적 허들에 가로막혀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지부는 교수, 의사, 전문 연구원 등 핵심 인력들이 보유한 원천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자 창업’ 전주기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임 과장은 “대학의 교수 창업, 연구실 단위의 랩 창업, 병원 현장의 의사 창업, 그리고 출연연의 연구자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며 “연구자 단계에서 도출되는 혁신 기술들이 산업화로 이어지는 루트를 정부가 직접 닦아주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바이오 벤처인 제노스코가 초기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중견기업인 유한양행이 기술도입하여 상업화에 성공한 후, 다시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드존슨(J&J)에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다. 복지부는 이러한 ‘선순환 모델’이 우연한 성공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좁은 내수 시장이다.
임 과장은 “우리나라 내수 시장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감당하기에 좁다”며 “창업 활성화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글로벌 시장 진출이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육성방안에는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를 지나 덩치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스케일업’ 전략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창업 초기 기업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무사히 건너 글로벌 임상과 마케팅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단순 가이드라인 제시를 넘어 강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할 채비를 마쳤다. 6~7월 발표될 로드맵에는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 예산의 신설 및 대규모 증액이 필요한 사업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될 예정이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콘텐츠 지원을 넘어 제도적 틀 자체를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친화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다.
지금까지 정부의 제약바이오 정책은 주로 중견·대기업 중심의 신약 개발 지원이나 대규모 R&D 예산 투입에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스타트업과 벤처’만을 정밀 타격하여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까지를 설계하는 정책은 처음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임 과장은 “제약바이오 스타트업만을 위한 특화 정책은 전례가 없었다”며 “아이템 선정부터 정책 수단 마련까지 고심이 깊지만, ‘규모의 신약’을 창출하기 위한 씨앗을 발굴하는 것이 복지부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민간 전문가와 학계,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로드맵을 정교화할 방침이다. 6월에서 7월 사이 베일을 벗을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창업 육성방안’이 침체된 투자 시장을 깨우고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바이오 창업 허브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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