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도매 입찰 '구조·과정·기준' 논란…공정성 의문 확산
40여 개 거래망 5개 거점 재편…14일 제안서·권역 배분·거래율 기준 논란
대웅 "유통 혁신" vs 유통업계 "공급 통제"…거점도매 갈등 국회로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04 06:00   수정 2026.05.04 06:01
거점도매 입찰 구조·과정 논란이 확산되며 유통업계 반발이 국회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의약품유통협회 회관과 대웅제약 본사 앞 1인 시위 및 규탄 집회 현장을 바탕으로 구성한 AI 합성 이미지.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입찰을 둘러싸고 ‘구조·과정·기준’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거래 방식 변경이 아닌 의약품 공급 질서와 생존권, 나아가 입찰 절차의 문제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5월 4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한다. 4월 1일 대웅제약 본사 앞 릴레이 시위와 21일 대규모 규탄 집회에 이어 투쟁 무대를 국회로 옮기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대웅제약이 전국 권역별 거점도매 체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40여 개 도매업체와의 거래 구조가 5개 거점 중심으로 재편되자, 유통업계는 “공급망 단순화가 아니라 특정 업체 중심의 공급권 집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40여 개 거래망, 5개 거점으로…갈등의 출발점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선정된 5개 업체가 권역별 공급 허브 역할을 맡는 구조다. 기존 거래업체들은 거점도매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는 도도매 방식으로 전환된다.

대웅제약은 이를 통해 배송 추적, 재고 관리, 반품 처리, 수요 예측 등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운송관리시스템(TMS)과 데이터 기반 재고 관리 체계를 활용해 품절과 공급 지연을 줄이고, 약국과 환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기존 분산형 유통망은 단순히 비효율적인 구조가 아니라, 약국이 필요한 의약품을 적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작동해 온 완충 장치였다는 것이다. 특정 도매에 재고가 없을 경우 다른 도매에서 제품을 확보해 공급하는 도도매 구조가 국내 상품명 처방 환경에서 수급 안정성을 떠받쳐 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다수 도매 간 자유로운 거래로 재고를 보완해 온 구조가, 거점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사실상 공급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판단이다. 협회 측은 “도도매는 유통업체의 편의를 위한 구조가 아니라 약국과 환자에게 의약품을 끊기지 않게 공급하기 위한 기능”이라며 “이를 특정 거점 중심으로 묶을 경우 공급망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4일 제안서’ 논란…절차 공정성 쟁점 부상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쟁점은 단순한 정책 반대를 넘어 선정 절차의 공정성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의향서와 제안서 제출 마감까지 약 14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적한다.

거점도매 참여를 위해서는 의약품 도매업 허가, KGSP 기준, 재무 안정성, 담보 제공, 권역 내 배송 계획, 요양기관 거래율, 주문·재고 데이터 연동 등 다수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감안하면 2주 안팎의 기간에 일반 업체가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14일이라는 기간 안에 시설, 인력, 배송망, 데이터 연동, 담보 조건까지 모두 검토해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일반적인 경쟁입찰의 준비 기간으로 보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이미 준비된 업체만 참여할 수 있었던 구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역 내 요양기관 거래율 50% 이상 조건도 논란이다. 지역에 따라 유통시장 구조가 다른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존 점유율이 높은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처럼 거래망이 분산된 지역에서는 50%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반면, 지방 일부 권역에서는 특정 업체가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조건을 충족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제주가 수도권에?…권역 배분도 도마 위
권역 배분 문제도 유통업계가 제기하는 핵심 쟁점이다. 약업신문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입찰 관련 배송권역 정보에서 제주가 수도권 권역에 포함된 구조가 확인됐다. 이후 조정이 이뤄졌지만, 유통업계는 이 자체가 권역 설계의 현실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 지역 물류는 지리적 특수성과 현지 공급망을 고려해야 하는데, 수도권 권역에 제주가 포함된 것은 일반적인 물류 상식과 맞지 않는다”며 “입찰 전에 권역 설정부터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통업계 내부에서는 제주 물량을 수도권 기반 지점이 담당하는 구조가 과연 안정적인 공급 체계인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제주 현지 또는 인접 지역 물류 기반을 갖춘 업체들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같은 권역 배분 논란은 단순한 행정상 오류가 아니라, 거점도매 선정 구조가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 내정 가능성까지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웅제약이 명확한 선정 기준과 평가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종료 시점도 의문…“통상 계약과 다르다”
계약 구조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유통업계는 기존 업체별 계약 종료 시점이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거점도매 전환 과정에서 계약 종료 시점이 사실상 동일하게 맞춰지는 듯한 구조가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 계약기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3년 연장 가능성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만 포함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대규모 시설과 인력, 시스템 투자가 필요한 구조라면 계약기간과 투자 회수 가능성이 명확해야 하는데, 관련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거점도매 정책은 단순 납품 방식 변경이 아니라 유통업체의 사업 구조를 바꾸는 사안”이라며 “그렇다면 계약기간, 종료 조건, 평가 기준, 재입찰 방식이 투명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웅 “유통 혁신” vs 유통업계 “공급 통제”
대웅제약은 유통업계의 반발에 대해 블록형 거점도매가 독점 구조가 아니라 유통 선진화 모델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TMS 기반 실시간 배송 추적, AI 기반 수요 예측, 권역별 재고 집중 관리, 콜드체인 강화 등을 통해 약국 현장의 불편을 줄이고 안정적 공급을 구현하겠다고 설명해왔다.

또 거점도매 선정은 공개입찰과 평가 기준에 따라 이뤄졌으며, 거점도매와 일반 도매 간 도도매 거래에 회사가 관여하지 않는 만큼 독점 모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에는 향후 참여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유통업계는 대웅제약의 설명이 현장 체감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기존 3자 물류 체계에서도 배송 추적과 데이터 관리, 반품 개선 등은 충분히 논의하고 개선할 수 있었는데, 사전 협의 없이 거래 구조 자체를 바꾼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협회 측은 “물류 선진화가 목적이었다면 기존 유통업체에 기준을 제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절차가 먼저였어야 한다”며 “충분한 협의 없이 공급 구조를 재편해놓고 이를 혁신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약사회도 우려 가세…공급 다양성·약국 선택권 문제로 확산
이번 갈등은 유통업계 내부 문제를 넘어 약사회로도 확산됐다. 대한약사회 16개 시도지부협의회, 서울시약사회, 경기도약사회 분회장협의회 등은 대웅제약 거점도매 정책이 약국의 의약품 공급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급 다양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약사단체들은 특정 거점 중심의 공급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비상 상황에서 수급 조절 기능이 약화되고, 약국 현장의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국내 처방 환경에서 특정 제품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환자 재방문, 조제 지연, 대체조제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준모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상당수 약국이 대웅제약 거점도매 시행 이후 수급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번 문제가 단순한 도매업체 간 이해관계가 아니라 약국과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급망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로 향하는 유통업계…제도 개선 논의로 가나
유통업계는 이제 공론화 무대를 국회로 옮긴다. 협회는 5월 4일 오전부터 국회 정문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하고, 거점도매 정책의 공정성·시장 영향·법적 쟁점을 정치권에 직접 제기할 계획이다.

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관계 당국 조사 요청, 국정감사 이슈화 등도 검토하고 있다. 핵심은 대웅제약 한 곳의 정책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유사한 구조가 다른 제약사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이번 사안은 한 제약사와 유통업계의 갈등을 넘어 의약품 공급망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국회와 정부가 제약사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일방적 유통 구조 개편을 제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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