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회의서 나온 ‘말말말’
산업계 “생태계·연결·혁신성 없으면 성과 없다”
정부 “규제·클러스터·데이터 전면 재설계”
학계 “기술은 준비…문제는 제도”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17 10:48   수정 2026.04.17 11:37
(왼쪽 위부터 시게방향으로)이영미 유한양행 고문, 김경아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 고한승 삼성전자 사장(한국바이오협회 회장),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소장, 노현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KTV 국민방송

“바이오헬스 산업은 미래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는 클러스터, 규제, 데이터, 연구개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병목이 지적됐다. 다만 현장에서 나온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됐다. 바이오헬스 산업이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산업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출범과 함께 첫 회의를 열고, 바이오헬스 산업 전반의 정책 방향과 규제 혁신 로드맵을 공개했다.

산업계 “생태계·연결·혁신성 없으면 성과 없다”

이영미 유한양행 고문은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라며 “바이오 클러스터가 성공해야 산업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는 10개 이상의 클러스터가 있지만 글로벌 수준의 성과가 부족한 것은 연결과 협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앵커 기업과 글로벌 빅파마 중심의 협력 구조 위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아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는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해법 중 하나가 바이오시밀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바이오시밀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만큼, 특허가 만료된 혁신신약을 환자들에게 더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산업 발전과 처방 확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한승 삼성전자 사장(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의료데이터 활용 필요성은 5년, 10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실제 진전은 거의 없고, 법 체계부터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가진 의료데이터는 다음 단계 도약을 이끌 원석이며, AI라는 도구까지 나온 만큼 이를 제대로 가공하면 한국 바이오·제약을 3대 강국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는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라이선싱 사업까지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는 전자의무기록(EMR) 기반 임상 데이터와 바이오뱅크를 보유하고도 규제로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은 법적 리스크로 소극적이고 기업은 해외 데이터를 구매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며 “데이터 규제는 활용과 보호의 균형을 고려해 재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는 “바이오 산업 경쟁력은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아니라 연구 생산성에 달려 있다”며 “AI를 적용하면 생산성을 최대 10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AI 활용이 가능한 ‘AI 레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데이터 표준화와 전주기 AI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바이오 산업은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다양한 역량이 결합될 수 있는 적기”라며 “클러스터도 물리적 집적을 넘어 ‘버추얼 클러스터’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거점을 연결하는 유연한 협력 구조가 현실적인 모델”이라고 밝혔다.

노현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핵심 산업으로 한국도 신약 파이프라인 기준 상위권에 올라섰다”며 “도약을 위해서는 AI 기반 신약개발과 규제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경쟁력 확보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규제·클러스터·데이터 전면 재설계”

김민석 국무총리는 “바이오는 미래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라며 “우리나라는 인재, 제조 역량, 의료 데이터, AI 기술까지 결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산업은 장기·고위험 구조인 만큼 정부와 민간, 연구와 산업, 규제와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협력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라며 “분산된 정책과 역량을 하나로 모아 범부처 차원의 일관된 추진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원희목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내 클러스터는 수는 많지만 산학연병이 집적된 형태로 제대로 작동하는 곳은 드물다”며 “병원 인프라 부족과 클러스터 간 연계 미흡으로 시너지가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브 클러스터 중심의 ‘한국형 클러스터 구조’를 구축하고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으로 자산과 인프라를 공유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수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글로벌 경쟁 심화에 맞춰 규제 체계도 산업 현실에 맞게 재설계할 시점”이라며 “혁신 친화적 규제, 신속한 시장 진입, 가치 기반 평가를 중심으로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희귀질환 의약품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기존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라며 “규제는 제한이 아니라 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규제 자체보다 산업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정책은 존재하지만 실행 과정에서의 체감도는 낮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산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부족과 협력 파트너 부재 등 한계가 있었다”며 “AI 발전 속도에 비해 바이오·제약 분야의 데이터, 인프라, 임상 등 전반적인 환경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목표 설정과 데이터 확보, 규제 개선까지 전 주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클러스터, 생태계, 협력 네트워크, 오픈 이노베이션 등 주요 키워드는 모두 공통적으로 제시됐다”며 “특히 규제 개선과 연구개발 지원, 데이터 활용 문제가 핵심 과제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데이터는 중요성이 크지만 표준화와 활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국가 차원의 데이터 관리·연계 시스템 구축과 AI 접목이 위원회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은 “한국은 바이오와 AI를 결합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AI 기반 신약개발과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는 생성형 AI 기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마련했으며, 향후 AI 신약개발 관련 가이드라인도 글로벌 스탠다드로 발전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계 “기술은 준비…문제는 제도”

차상훈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해외는 오가노이드를 신약개발 도구를 넘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로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며 “국내는 여전히 부처 중심 접근에 머물러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술은 범정부 태스크포스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다뤄야 하며, 해외 사례를 축적하는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경원 서울대학교 약학교육연수원 부원장은 “바이오 산업이 협력 산업이라면 규제 역시 협력 규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부처별로 나뉜 규제로 중복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형 규제 모델을 통해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규제가 산업과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국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는 연구를 지원하기보다 위험 회피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자들이 신청 자체를 꺼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체 유래 데이터 활용이 과도하게 제한되면서 국가 자산 활용이 막히고 있다”며 “규제는 금지 중심이 아니라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성백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특임교수는 “현재 연구개발 체계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연구비와 마일스톤 조정이 어려워 현장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 절차 지연으로 연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R&D 전반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부처 간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원선 연세대학교 바이오헬스 기술지주 부사장은 “국내 바이오는 기술 개발에서 상업화로 이어지는 ‘성장 고리’가 취약하다”며 “고위험 구간에서 지원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자본 시장 메커니즘과 규제가 연계된 통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성장 경로 설계에서 결정된다”고 밝혔다.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은 “유전자 교정 기술은 글로벌에서 상용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자변형생물체(GMO),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유전자 교정 기술이 동일 규제로 묶이면서 기술 특성 반영이 어렵다”며 “기술별 특성을 반영한 차등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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