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형 개발도 AI 시대” 써모피셔 ‘Quadrant 2' 경구제 개발 방식 바꾼다
AI·분자모델링 기반 예측 플랫폼…기술 선택 정확도 90%·개발 기간 7~9개월 단축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3-11 06:00   수정 2026.03.11 06:01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은 최근 ‘Bio-Innovation Tech Day’를 개최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신약 개발의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좌우하는 제형 설계 분야에서 AI와 분자모델링을 결합한 데이터 기반 예측 기술이 새로운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제형(formulation) 설계는 가장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는 단계 중 하나다. 특히 용해도와 생체이용률이 낮은 저분자 후보물질은 다양한 제형 기술과 부형제를 반복적으로 시험해야 한다. 

이 같은 경험적 접근 방식은 개발 기간을 늘리고 비용을 증가시키며 대량의 원료의약품(API)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분자모델링 기반의 인실리코(in-silico) 제형 설계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써모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은 최근 ‘Bio-Innovation Tech Day’를 개최하고, 경구 고형제(Oral Solid Dose) 개발을 위한 예측 플랫폼 ‘Quadrant 2’를 제시했다.

Quadrant 2는 API의 분자 구조와 물리화학적 특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형 기술과 부형제 선택 전략을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초기 제형 개발 단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Quadrant 2는 AI·머신러닝, 분자동역학, 양자역학 시뮬레이션을 결합, API의 분자 구조와 물리화학적 특성 데이터를 입력하면, 약 2주 내 제형 기술 선택과 개발 전략을 제시한다.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파테온(Patheon) 과학·혁신 부문 산제이 코나구르투(Sanjay Konagurthu) 시니어 디렉터는 “전통적인 제형 개발은 많은 실험과 반복 테스트가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인실리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분자의 용해도, 생체이용률, 안정성, 제조 공정, 약동학(PK)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Quadrant 2는 내부 데이터베이스와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분자동역학과 양자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자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다양한 Descriptor(설명 변수)와 Predictor(예측 변수)를 생성한다. 이후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제형 기술 적용 가능성을 예측한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400개 이상의 약물 분자 데이터를 분석해 모델을 학습하고 검증했다.

기술 선택 정확도 90%

Quadrant 2 핵심 기능은 제형 기술 선택과 부형제 선택이다. API의 용해도, 분자량, pKa, logP 등 물성 데이터를 입력하면 지질 기반 제형, 비정질 고체분산(amorphous solid dispersion), 스프레이 드라이잉(spray drying), 핫멜트 압출(Hot-Melt Extrusion) 등 다양한 제형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한다.

예측 결과는 신호등 방식으로 표시된다. 녹색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술, 노란색은 추가 검증이 필요한 기술, 빨간색은 적용 가능성이 낮은 기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용해도 2μg/mL 수준의 BCS Class II 화합물은 저용량에서는 지질 기반 제형이나 비정질 분산, 코팅 비드(coated bead) 방식 등이 가능하지만, 200mg 이상 고용량에서는 핫멜트 압출 또는 스프레이 드라이잉 기반 비정질 고체분산 제형이 가장 유력한 전략으로 예측된다.

Quadrant 2의 제형 기술 선택 정확도는 90% 이상, 부형제 선택 정확도는 약 80% 수준에 달한다.

실제 상용 의약품과 예측 결과 일치

Quadrant 2은 실제 상용 의약품 사례에서도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진균제 포사코나졸(Posaconazole)이다. Quadrant 2는 이 화합물에 대해 핫멜트 압출 기반 비정질 고체분산 제형을 예측했으며, 실제 상용 제품 ‘녹사필(Noxafil)’ 정제 역시 동일한 제형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비타민 D 유도체 칼시트리올(Calcitriol)의 경우 지질 기반 제형이 예측됐고, 실제 제품 ‘로칼트롤(Rocaltrol)’은 소프트 젤라틴 캡슐 형태로 출시됐다. 

여기에 항진균제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은 코팅 비드 제형이 예측됐으며, 얀센(Janssen)의 ‘스포라녹스(Sporanox)’ 캡슐 역시 동일한 제형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분자 시뮬레이션으로 부형제 후보 축소

Quadrant 2는 부형제 선택 과정에서도 분자 시뮬레이션을 활용한다. 비정질 고체분산 제형의 경우 HPMC, PVP, polymethacrylate, polyvinyl polymer 등 다양한 고분자 후보 중 최적 조합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십 가지 부형제를 실험적으로 평가해야 하지만, Quadrant 2는 분자 상호작용을 계산해 후보군을 선별한다. 

특히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물과 고분자 사이의 수소결합, 전하 분포, 분자 표면 전위, 분자 구조 적합성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수십 개의 후보 중 상위 5~6개의 부형제 조합만 실험 스크리닝 대상으로 제시한다.

산제이 코나구르투 디렉터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부형제 조합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라며 “불필요한 실험을 줄이고 제형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7~9개월 내 임상 단계 진입

Quadrant 2 기반 개발 프로세스는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약 2주 동안 분자 구조와 물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형 전략을 분석한다. 이후 6~8주 동안 전임상 단계에서 타당성 평가와 동물 PK 시험용 제형을 개발한다. PK 결과를 바탕으로 제형을 확정하면 약 4~6개월 내 임상용 제조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즉, Quadrant 2 분석을 시작점으로 전체 개발 일정이 약 7~9개월 수준으로 단축될 수 있다.

산제이 코나구르투 디렉터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재료, 공정, 제형, 생체약제학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라며 “AI 기반 예측 모델링은 이러한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개발 리스크를 낮추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 기반 신약 타깃 발굴과 임상 설계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앞으로 제형 개발 영역에서도 데이터 기반 예측 플랫폼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Quadrant 2 기반 경구제 개발 프로세스. 계산 모델링(2주), 전임상 개발(6~8주), 초기 임상 연구(4~6개월) 단계로 이어지며 임상 진입 기간 단축을 목표로 한다.©써모피셔 사이언티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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