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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환자 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최근 5년만 놓고 보더라도 증가 폭은 30%를 넘어선다. 특히 20·30대 환자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제 궤양성 대장염은 특정 연령층의 희귀 질환이 아니라 사회·경제 활동의 중심 세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질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업과 취업, 군 복무, 직장 생활, 결혼과 출산 등 인생의 주요 전환점이 몰려 있는 시기에 질환이 발병한다는 점은 단순한 의료 통계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하루 수차례 반복되는 배변과 복통, 피로감은 강의실과 회의실, 업무 현장에서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삶의 경로와 사회적 생산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고성준 교수는 변화의 흐름을 임상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준 교수가 운영중인 서울대병원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은 다학제 진료 체계를 기반으로 환자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병원 내 진료뿐 아니라 환우회 운영을 통해 병원 밖 일상까지 연결된 관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그는 “한 번 진단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치료는 단기 증상 조절을 넘어 장기 예후를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환자 증가 추세는 조기 관해 유도와 안정적 유지 전략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삶의 질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부담과도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약업닷컴은 최근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고성준 교수와 직접 만나 20·30대 환자 증가라는 출발점에서 시작해,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젊은 환자들의 삶의 현실과 치료 목표의 진화, 국제 가이드라인 변화 흐름, 그리고 국내 제도 환경이 치료 전략에 미치는 영향까지 폭넓게 이야기 나눴다.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고성준 교수는 먼저 현재 운영 중인 서울대병원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에 대해 소개했다. 해당 클리닉은 고 교수를 포함한 4명의 교수와 전문 간호사, 연구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진료와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체계 속에서 환자 개별 특성에 맞춘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단순 외래 진료를 넘어 장기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염증성 장질환은 한 번 진단되면 완치 개념이 없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병원 내 진료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며 “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즉각적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온라인 환우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안팎에서의 지속적 관리가 질환 경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20·30대 환자 5년 새 40% 증가…젊은층 집중 현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 수는 6만 2천 명을 넘어섰다. 2019년 4만 6천 명 수준과 비교하면 5년간 약 33% 증가한 수치다. 최근 10년간 증가율은 90% 이상으로 보고된다.
특히 전체 환자 중 20~60대가 90% 이상을 차지하며, 20·30대 비중은 약 31% 수준이다. 최근 5년간 20·30대 환자 수는 약 41% 증가했다.
고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원래 젊은 연령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진단 연령이 더 낮아지는 추세가 보인다”며 “10대 이하에서 진단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유병률 상승을 넘어, 사회·경제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세대에서 질환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젊은 환자 사례가 보여주는 삶의 궤적 변화
고 교수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접하는 젊은 환자들의 사례를 설명했다.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하루 5~6회 이상 화장실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복통과 배변 긴급성으로 인해 강의실이나 직장에서 장시간 머무르기 어렵다. 대학생 환자의 경우 시험 기간 중 증상 악화로 휴학을 고민하는 사례가 있으며, 취업 준비 과정에서 면접 일정과 증상 관리가 겹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환자는 외근이나 장시간 회의가 반복되는 환경에서 증상 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부는 업무 배치 변경을 요청하기도 한다. 가임기 여성 환자의 경우 임신 계획과 약물 선택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작용한다. 질환 활성도가 높은 상태에서 임신할 경우 합병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젊은 연령층에서의 발병 증가는 개인의 삶의 질 문제를 넘어 사회적 생산성과 연결된다”며 “조기 관해 유도와 안정적 유지 전략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치료 목표의 진화…STRIDE I에서 STRIDE II로
과거 치료 목표는 증상 개선 중심이었다. 설사와 혈변이 줄어들면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장기 연구 결과, 증상 개선만으로는 재발과 합병증을 충분히 억제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2015년 국제 염증성 장질환 학회(IOIBD)는 STRIDE I 가이드라인을 통해 ‘Treat-to-Target’ 전략을 제시했다. 이후 2021년 발표된 STRIDE II에서는 조직학적 관해와 전층 치유를 보조 지표로 권고하며 치료 목표를 한 단계 상향했다.
미국소화기학회(ACG) 역시 2025년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Mayo 내시경 점수 0~1 수준의 내시경 개선을 권고하며, 이를 통해 스테로이드-프리 관해 유지와 입원·수술 위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고 교수는 “내시경적 관해에 도달한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를 3~5년 비교하면 장기 예후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며 “조직학적 관해까지 달성하면 재발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는 염증과 보이지 않는 염증의 차이
궤양성 대장염 치료 목표가 ‘깊은 관해(deep remission)’로 확장되면서, 내시경적 관해와 조직학적 관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고 교수는 두 개념의 차이를 “보이는 염증과 보이지 않는 염증의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설사나 혈변 같은 임상 증상이 좋아지면 치료가 잘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없더라도 장 안에 염증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 변화가 치료 목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내시경적 관해(endoscopic remission)는 대장내시경으로 장 점막을 직접 관찰했을 때 궤양이나 출혈, 뚜렷한 염증 소견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일반적으로 Mayo 내시경 점수(Mayo Endoscopic Score, MES) 0점 또는 0~1점을 내시경적 관해 또는 내시경적 개선으로 정의한다.
고 교수는 “내시경적 관해는 점막이 육안으로 정상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며 “이 단계에 도달하면 장기적으로 합병증과 재발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시경적 관해 달성 여부는 장기 예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조직학적 관해(histologic remission)는 내시경 검사 중 채취한 조직을 현미경으로 분석했을 때 염증 세포 침윤이 관찰되지 않거나 극히 미미한 상태를 뜻한다. 흔히 Geboes score 등 조직학적 평가 기준이 사용된다.
고 교수는 “내시경으로 봤을 때는 깨끗해 보여도, 현미경으로 보면 염증 세포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처럼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 염증까지 사라진 상태가 조직학적 관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직학적 관해까지 도달하면 재발률이 더 낮다는 보고도 있다”며 “관해의 깊이가 한 단계 더 확장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개념의 차이는 평가의 깊이와 정밀도에 있다. 내시경적 관해는 ‘보이는 염증’의 소실을 의미하는 반면, 조직학적 관해는 세포 수준에서 ‘보이지 않는 염증’까지 제거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다만 조직학적 관해는 모든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시행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 조직 채취와 병리 판독이 필요하며, 평가 기준의 표준화도 완전히 일치된 상태는 아니다.
고 교수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내시경적 관해를 1차 목표로 삼고, 필요에 따라 조직학적 평가를 병행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며 “치료 목표가 상향된 만큼, 장기 예후를 고려한 다층적 평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궤양성 대장염 치료는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것을 넘어 점막 치유, 더 나아가 세포 수준 염증 조절까지 지향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내시경적 관해와 조직학적 관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 흐름을 읽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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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전의 치료 옵션
상향된 치료 목표에 맞춰 임상 현장에서의 약제 선택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국내 허가를 받은 IL-23 억제제 **트렘피어**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 옵션으로 언급되고 있다.
트렘피어는 인터루킨-23(IL-23)의 p19 서브유닛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완전 인간 유래 단일클론 항체다. IL-23은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주요 사이토카인으로, 만성 염증성 장질환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렘피어는 IL-23의 p19에 결합해 염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동시에, IL-23을 생성하는 CD64+ 면역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기전을 갖는 것으로 설명된다.
고 교수는 “기전은 약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제 임상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며 “새로운 기전의 약제는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약제 효과 감소를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전이 다른 치료 옵션이 추가된다는 점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QUASAR 3상 연구…유도·유지기에서 확인된 관해율
트렘피어의 궤양성 대장염 적응증 허가는 다국가 3상 임상시험인 QUASAR 연구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해당 연구는 중등도~중증 궤양성 대장염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임상시험이다. 기존 치료제(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JAK 억제제 또는 생물학적 제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았거나 내약성 문제가 있었던 환자들도 포함됐다.
연구는 12주 유도기와 44주 유지기로 구성됐다. 유도기 12주차 1차 평가변수는 mMayo 점수를 기준으로 한 임상 관해율이었다. 그 결과 트렘피어 투여군은 23%의 임상 관해율을 보였으며, 위약군은 8%로 나타났다.
유지기 44주차 평가에서는 내시경적 관해율(MES=0)이 약 34~35%로 보고됐고, 위약군은 15% 수준이었다. 조직학적 관해율(Geboes ≤2B.0)은 59~61%로 나타났으며, 조직학적 개선율(Geboes ≤3.1) 역시 60%대 중반으로 보고됐다.
고 교수는 “3상 임상에서는 1년 시점 데이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기존 생물학적 제제 경험 환자가 상당수 포함된 조건에서도 약 3분의 1이 내시경적 관해에 도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학적 관해율이 60% 내외로 나타났다는 것은 단순히 육안적 점막 치유를 넘어 현미경 수준의 염증까지 조절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관해의 깊이가 확장됐다는 점에서 임상적 함의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QUASAR 연구에서는 스테로이드 중단 및 무스테로이드 관해 유지율도 함께 평가됐다. 유지기에서 스테로이드 중단 후 관해를 유지한 비율은 약 45~49%로 보고됐다. 이는 장기적인 스테로이드 의존도 감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고 교수는 “현재 치료 목표가 내시경적 관해와 조직학적 관해까지 확장된 만큼, 이러한 지표를 충족하는 임상 데이터는 의미를 갖는다”며 “다만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 특성과 중증도, 기존 치료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렘피어는 새로운 기전과 3상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향된 치료 목표와 맞닿아 있는 치료 옵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향된 관해 기준과 장기 예후 중심 전략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과 실제 적용 양상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제도 환경과 초기 치료 전략의 중요성
국내에서 생물학적 제제 사용은 급여 기준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특정 약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전 치료 실패 이력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초기 약제 선택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 교수는 “초기 치료 전략이 장기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제 선택의 합리성과 유연성이 중요하다”며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역시 예측 바이오마커가 완전히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정밀 치료 연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 관리의 관점에서 본 사회·경제적 의미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질환 활성도는 직무 수행 능력과 직결된다. 배변 긴급성과 복통은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잦은 병원 방문은 결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감소와 의료비 증가가 사회적 비용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젊은 연령층 환자 증가 추세는 경제활동 인구 구조와 맞물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조기 관해 유도와 안정적 유지 전략은 개인의 삶의 질 개선뿐 아니라 국가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질환은 관리 가능한 상태로”
고 교수는 “현재는 다양한 치료 옵션이 개발되어 있어 꾸준히 관리하면 정상에 가까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고 장기 전략을 세워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기간 진료한 환자가 대학 입학, 결혼, 출산 등 인생의 중요한 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의료진으로서 의미 있는 일”이라며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질환이 삶의 전부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