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발매에 들어갔거나, 아직 막바지 개발단계에 있는 신약(또는 신약후보물질)들 가운데 장차 한해 10억 스위스프랑(7억7,800만 달러)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예비 블록버스터 품목만도 12개에 달한다."
스위스 로슈社가 5일 쮜리히에서 가진 R&D 현황 설명회를 통해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이다.
향후 5년 동안에만 총 25개 신약에 대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플랜도 서슴없이 공개했을 정도.
이날 제시된 청사진은 로슈社가 노바티스社의 M&A 파트너로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려 왔음을 상기할 때 향후 독자적인 성장고수 전략에의 강한 의지가 읽혀지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노바티스는 최근 사노피-아벤티스의 출범이 예약되는 과정에서 최종순간에 이르러서야 배제가 확정되었던 장본인. 현재 로슈의 의결권株 33%를 보유하고 있다.
로슈는 항암제와 항바이러스제 분야에서 강점을 확보하고 있는 메이저 제약기업.
그런데 이날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장차 로슈는 류머티스 관절염과 천식, 당뇨병, 빈혈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신약들이 미래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게 했다.
항당뇨제로 기대되고 있는 'R 483'과 빈혈약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의 서방형 제제 '세라'(Cera) 등은 한 예. 이들은 모두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비 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인 '리툭산'(Rituxan; 또는 '맙테라')의 경우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로도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이날 설명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일본 쥬가이社와 공동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MRA'도 장차 로슈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분야를 살찌울 기대주로 거론됐다.
결장직장암 치료제 '아바스틴'(Avastin; 베바시주맙)은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연구가 '현재진행형'임이 공개됐다.
특히 현재 로슈의 간판품목 중 하나로 손꼽히는 C형 간염 치료제 '페가시스'(Pegasys; 페길化 인터페론 알파-2a)의 경우 한해 매출규모가 최대 20억 스위스프랑대까지 도달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치가 제시되어 기대치를 한껏 부풀렸다.
지금까지 '페가시스'의 최대 예상매출액은 15억 스위스프랑 안팎으로 점쳐져 왔었다.
게다가 로슈측은 이날 '페가시스'가 B형 간염 치료제로도 효과적임을 뒷받침한 연구결과를 공개해 차후 매출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골다공증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보니바'(Boniva; 이반드로네이트)와 관련, 로슈측은 "2/4분기 안으로 FDA에 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저해제로 눈길을 끌고 있는 '타세바'(Tarceva)에 대해서는 "오는 2005년 초 FDA에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공개했다.
이밖에 천식약 후보물질 'R 411'은 현재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항우울제 신약후보물질 'R 673'은 올해 말까지 임상 2상이 종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이 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올해에만 50억 스위스프랑 이상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로슈는 지난해 47억7,000만 스위스프랑을 R&D 투자예산으로 집행했었다.
욘손&슈튜버 증권社의 베아트 슈튜버 애널리스트는 "이번 R&D 설명회에서 로슈측이 내놓은 청사진은 이 회사가 최근 몇 년동안 지속되었던 침체기에서 벗어났음을 확신시켜 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로슈가 현재 상당수의 지분을 보유한 가운데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제넨테크社와 쥬가이社에 대한 신약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견해를 달리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잘 오펜하임 증권社의 비르기트 쿨호프 애널리스트는 "그래도 로슈가 보유한 막바지 단계 개발신약들의 숫자는 제약업계의 전체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발이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신약들은 평균치에 턱걸이한 정도라고 사료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