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적 편의성이 높아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해온 PFAS(과불화화합물)는 최근 장기 축적에 따른 위해 가능성이 제기되며 규제 논의의 중심에 놓였다. 전 세계적으로 PFAS에 대한 규제의 칼날이 매서워지는 가운데, 화장품 산업은 이제 원료 배제라는 소극적 대응을 넘어 공정 전반의 환경 관리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저농도 PFAS를 선택적으로 농축해 처리하는 기술을 연구해온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김귀용 교수 연구팀은 최근 전도성 고분자를 활용한 저농도 PFAS 흡착·농축 및 전기화학 분해 기술을 발표했다. 분리와 처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한 통합 기술이다. 김 교수에게 PFAS 문제와 화장품 산업의 대응 방향을 물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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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PFAS 문제는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보고 있는가.
환경공학 연구자 입장에서 PFAS 문제는 이미 현실적인 관리 단계에 진입한 사안이다. 과거에는 대규모 산업 현장이나 소방용 소화약제 살포지 등 고농도 유출 사례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음용수나 생활환경 전반에서 검출되는 극미량의 농도까지 관리 범위가 확대됐다. 아주 낮은 농도에 장기 노출될 때의 위험성도 속속 밝혀지면서 각국의 규제 기준도 급격히 강화되는 추세다. 연구 현장에서도 이를 실감한다. 실험용 PFAS 시약을 구매하려 해도 규제 강화와 수요 급증으로 인해 확보가 늦어지는 경우가 잦다.
산업 전반에서 PFAS가 널리 쓰인 이유는 무엇인가.
탄소와 불소의 결합 구조가 극도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PFAS는 열이나 화학물질에 분해되지 않고 수분과 유분을 동시에 차단하는 특성이 있어, 표면 제어가 중요한 반도체, 섬유, 화장품 등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산업 공정에서의 장점은 환경에 노출되는 순간 치명적인 단점으로 변한다. 자연환경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잔류하며 물과 토양을 거쳐 인간과 생태계로 회귀한다.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화장품 PFAS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규제가 강화될수록 원료 관리에만 머물러선 충분하지 않다. 제조 공정 전반에서 PFAS가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유입되고 유출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나 세척에 사용되는 세정용수처럼, 직접적인 상품과는 거리가 있어 상대적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경로들이 있다. 이런 지점들이 누적되면 배출량 측면에선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단일 제품 단위가 아니라 공정 전체를 기준으로 배출·처리·잔존을 관리하는 전주기적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발표한 PFAS 선택적 포집 처리 기술이 화장품 제조 폐수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연구의 핵심은 물속에 희석돼 퍼져 있는 극미량의 PFAS를 효율적으로 한데 모아 처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정 산업만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 아니라 효율적 처리 방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화장품 제조 공정 폐수에도 원리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물론 실제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선 각 사업장의 수질 조건이나 세부 공정 특성에 맞춘 최적화 연구가 병행돼야 하며, 이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장품 폐수엔 다양한 계면활성제와 유기물이 섞여 있다. 이런 환경에서도 기술적 효용성이 있는가.
실제 제조 현장의 폐수에서 PFAS만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복합적인 수질 환경에서 PFAS를 바로 분해하려고 하면 선택성이 떨어지고 에너지 소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이 저농도로 퍼져 있는 PFAS를 선택적으로 모으는 것에 먼저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면활성제나 유기물이 섞여 있더라도 PFAS 고유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흡착제 표면 특성을 조절하면 다른 물질과 구분해 선별적으로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 복잡한 환경일수록 바로 분해하기보다 먼저 농축한 뒤 분해를 진행하면 공정의 에너지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다. 기존의 수처리 기술과도 유연하게 병행할 수 있어 전처리 단계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화장품 산업의 PFAS 논의는 주로 ‘원료 규제’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PFAS 이슈는 원료 규제에만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사용된 PFAS나 공정 중에 발생하는 잔존물까지 고려하면, 결국 환경 배출량 관리와 모니터링, 환경영향평가 등 전방위적 관리 단계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환경공학적 기술 지원이 필수적으로 결합되어야 하는 지점이다. 배출 관리와 처리 기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개발한 ‘흡착·분해 통합 시스템’의 기존 방식 대비 장점은?
기존엔 PFAS를 흡착한 뒤 필터를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는 오염물질을 다른 매체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며, 이송 과정에서의 환경적 부담도 컸다.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흡착과 분해를 하나의 전기화학 시스템 안에서 완결한다. 별도의 화학약품 없이 오직 전기적 제어만으로 흡착, 탈착, 분해를 처리하기 때문에 설비 투자비(CAPEX)와 운영비(OPEX)를 동시에 절감할 수 있다. 특히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저농도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환경공학 연구와 화장품 산업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환경공학 연구는 산업을 제한하는 역할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특히 화장품처럼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은 산업은 제품의 품질만큼이나 제조 과정의 친환경성이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기도 한다. 연구계와 산업계가 제품 설계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규제 대응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더욱 창의적이고 기술적 선택지도 훨씬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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