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관계 시대는 끝났다”…노바티스가 주목한 휴먼 제네틱스 중심 신약개발
휴먼 유전 기반 인과 분석으로 개발 리스크 축소, PCSK9·렉비오 사례로 본 글로벌 전략
GWAS·QTL·멘델 무작위화 결합해 타깃 검증부터 환자 선별까지 연결
인간 유전 증거 기반 타깃, 임상 성공률 높여…단일세포·AI로 확장되는 플랫폼 전략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27 06:00   수정 2026.01.27 06:01
우영재 노바티스 Senior Expert 가 포항바이오산업협회와 KASBP-SD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세미나에서 ‘Scaling Human Genetics for Therapeutic Discovery’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웨비나 캡처본.

글로벌 제약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신약개발의 구조적 비효율성이다.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개발 기간, 그리고 낮은 성공률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전통적인 연구개발 모델만으로는 생산성 개선에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휴먼 제네틱스(Human Genetics)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치료제 발굴 전략이 강조됐다.

우영재 노바티스 Senior Expert는 26일 포항바이오산업협회와 KASBP-SD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세미나에서 ‘Scaling Human Genetics for Therapeutic Discovery’를 주제로 발표하며, 휴먼 제네틱스를 기반으로 한 타깃 발굴과 임상 성공률 제고 전략을 공유했다.

우 박사는 먼저 글로벌 빅파마 전반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신약개발의 한계를 짚었다. 노바티스는 매출의 약 20%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있으며, 현재 4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승인까지 평균 10~15년이 소요되고, IND 단계에 진입한 후보 가운데 실제 승인에 이르는 비율은 약 10%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진정한 의미의 혁신 신약은 승인 약물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낮은 생산성의 근본 원인으로 ‘질병 생물학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를 지목했다. 기존 약물 타깃 발굴이 주로 관찰 연구 기반의 상관관계(correlation)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 비타민 C와 심혈관질환 사례처럼, 역학적으로는 연관성이 보였지만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과 이후 멘델 무작위화(Mendelian Randomization) 분석에서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 박사는 “상관관계에 기반한 타깃은 임상 단계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질병의 원인에 직접 연결되는 인과 생물학(Causal Biology)을 규명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점에서 휴먼 제네틱스가 핵심 도구로 부상한다. 모든 인간은 서로 다른 유전 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이는 환경 요인과 독립적으로 무작위로 분포한다.

우 박사는 이를 ‘인간 내부에서 이미 진행 중인 자연적 랜덤화 실험’에 비유했다. 마우스 모델에서 인위적으로 변이를 만드는 대신, 실제 인간 집단 안에 존재하는 유전적 변이를 분석함으로써 질병의 원인 유전자, 새로운 치료 타깃, 약물 반응 환자군, 잠재적 안전성 위험까지 동시에 탐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바티스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 타깃 발굴뿐 아니라 환자 층화(Patient Stratification), 안전성 예측, 임상 설계까지 연결하는 통합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데이터 분석 결과, 휴먼 제네틱 근거를 사전에 확보한 타깃 기반 약물은 그렇지 않은 약물 대비 승인 확률이 2~3배 높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우 박사는 “인간 유전 데이터는 단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신약 성공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는 노바티스의 siRNA 치료제 ‘렉비오(Leqvio, 인클리시란)’ 개발 과정이 소개됐다. 우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PCSK9 유전자에 대한 인간 유전학적 발견이 출발점이었다. 2000년대 초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PCSK9 기능 증가 변이가 발견됐고, 이후 PCSK9 기능 소실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심혈관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이 인과관계를 기반으로 PCSK9 억제 전략이 확립됐고, 결국 siRNA 기반 치료제인 렉비오가 2021년 미국 승인을 받았다. 휴먼 제네틱스가 타깃 검증부터 약물 개발까지 직결된 대표적 사례라는 설명이다.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단계적인 분석 파이프라인이 활용된다. 먼저 대규모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통해 질병과 연관된 SNP를 찾고, 이후 링크 불균형(Linkage Disequilibrium)을 고려한 파인 매핑(Fine Mapping)으로 원인 가능 변이를 압축한다. 여기에 eQTL·pQTL 데이터(유전자 및 단백질 발현 조절 정보)를 결합하고, 유전적 공위치화(Colocalization) 분석으로 동일 변이가 질병과 발현을 동시에 조절하는지를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멘델 무작위화 기법을 적용해 최종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구조다.

우 박사는 GWAS 신호 위치와 가장 가까운 유전자가 항상 실제 원인 유전자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비만 관련 FTO 영역 사례처럼, 표면적으로는 FTO가 주목받았지만 이후 연구에서 원거리의 IRX3·IRX5 유전자가 실제 기능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연구에서도 인접 유전자가 아닌 비암호화 RNA 영역이 핵심 조절자였던 사례가 보고됐다. 그는 “단순 위치 기반 해석은 위험하며, 기능적 검증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형 바이오뱅크와 메타분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UK Biobank, FinnGen, 미국 All of Us 프로그램, 그리고 전 세계 200만 명 이상 유전체를 통합한 Global Biobank Meta-analysis Initiative 등이 대표적이다. 단일 코호트에서는 검출되지 않던 미약한 신호도 다국가 데이터를 결합하면 의미 있는 타깃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바티스는 이러한 대규모 데이터 자산을 활용해 희귀 신호와 신규 적응증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아울러 우 박사는 휴먼 제네틱스를 단독 도구가 아닌, 차세대 기술과 결합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일세포(single-cell) 데이터, CRISPR 기반 Perturbation 실험, DNA 파운데이션 모델(Evo 계열), 크로마틴 구조 분석, AI 기반 기능 예측을 통합해 타깃 검증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발견(Discovery)과 검증(Validation)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임상 진입 전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우 박사는 “휴먼 제네틱스는 이제 선택적 접근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됐다”며 “질병의 인과 구조를 인간 데이터 안에서 직접 규명하고, 이를 단일세포·AI 기술과 연결하는 것이 차세대 신약개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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