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두고 법조계 전문가들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강력한 우려를 제기했다.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대폭 인하해 신약 개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구상이 오히려 국내 제약산업의 허리를 끊어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백종헌·안상훈·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한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의 전문가들은 데이터와 법리적 분석을 통해 정부안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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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단기 재정 절감 매몰 안 돼"… 협회 "산업 골든타임 사수해야"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들은 정부의 급격한 개편안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백종헌 의원은 "정부는 재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재정 절감만을 위한 약가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며 "숫자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말고 산업과 미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상훈 의원은 "급속한 고령화로 건보 재정 위기가 온 것은 맞지만, 단편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약가 정책은 산업 발전과 미래 세대 부담까지 고려해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아 의원 역시 "약가 제도는 국민 건강권과 산업 혁신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단기적 재정 절감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되며, 가치 기반의 약가 체계 정착이 중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 강국으로 진입하는 골든타임에 놓여있다"고 전제한 뒤, "해외보다 국산 전문의약품 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급격한 약가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국내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와 일본도 자국 생산 기반 약화로 의료 주권 위협과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며 정부안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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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우 김앤장 변호사 “약가 깎아도 재정 절감 안 돼… 2012년 데자뷔 우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관우 변호사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통해 과거 사례를 근거로 이번 개편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로 낮추고, 계단식 약가 인하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이를 두고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정책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당시에도 시행 직후 약제비가 감소했으나 2년 후 다시 종전 수준으로 반등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급격한 약가 인하가 초래할 부작용으로 ▲매출 감소에 따른 고용 위축 ▲저가 해외 원료 의존도 심화에 따른 품질 저하 ▲오리지널 의약품 의존도 증가 등을 꼽았다. 그는 "국내 의약품 중 제네릭 비중이 54%에 달하는데, 이를 40%대로 급격히 낮추면 최대 3.6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재도입이 거론되는 '시장 연동형 실거래가 제도'(저가 구매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과거 2010년 도입 당시 대형 병원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약가 인하 효과는 미미해 4년 만에 폐지된 제도"라며 "실패한 제도의 답습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제네릭은 신약 개발의 자금줄… 한국형 모델 인정해야”
두 번째 발제자인 법무법인 세종 김현욱 변호사는 '지속 가능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국 제약산업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제네릭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신약을 개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한국 기업에게 제네릭 판매 수익은 단순한 이익이 아니라 신약 개발을 위한 동력이자 자금줄(Cash Cow)"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혁신 가치 보상'에 대해서도 맹점을 지적했다. 정부안은 혁신형 제약기업 상위 30%에만 기존 수준의 가산(68%)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김 변호사는 "매출 500억 원 미만이지만 임상 2상을 승인받은 기업 등 '혁신'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시설 투자나 품질 개선 노력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가산 기간이 끝나면 약가가 40%대로 뚝 떨어지는데, 이 수준이 과연 한국 제약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바닥선(Bottom line)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은 약가 제도 개편을 위해 5년간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우리도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소통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충분한 기간을 두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의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그 수단인 '급격한 약가 인하'가 오히려 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일방적인 수치(40%) 설정 지양 ▲점진적이고 유연한 제도 시행 ▲실패한 과거 정책(실거래가 상환제 등)의 면밀한 분석 ▲정부-산업계 간 충분한 협의체 가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이번 토론회에서 쏟아진 우려를 반영해 개편안의 속도를 조절할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앞세워 원안을 고수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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