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업 전망 다시 최고치… 관세 불확실성 해소에 ‘반등’
전 업종 중 가장 높아…북미·중국 수출 기대감 반영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30 06:00   수정 2025.12.30 08:40

화장품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반등했다. 내년 1분기 경기를 전망하는 기업경기전망지수 지표에서 화장품이 전 산업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기업전망지수(BSI)’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업의 내년 1분기 전망지수는 121로, 올해 4분기(69) 대비 52 포인트나 상승했다. 조사 대상 14 업종 중 반도체(120)와 함께 유일하게 기준치 100을 넘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미만인 경우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한다.

2026년 1분기 주요 업종별 BSI 전망. ⓒ대한상공회의소

화장품 업종은 4분기 BSI가 3분기 대비 44포인트나 하락하며 급격하게 위축된 분위기를 보인 바 있다. 미국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번 BSI 지수는 관세가 최종 확정된 경주 APEC 회의(11월 1일 종료) 이후인 12월 1~12일에 조사됐다. 화장품 업계에선 관세율이 명확해진 만큼 수출 조건을 계산 가능한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심리도 일정 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북미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위상 강화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며 화장품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화장품과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들은 모두 BSI 100 이하를 기록해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전국 2208개 제조기업의 BSI 평균은 77로, 4분기 대비 3 포인트 상승했으나 여전히 100 이하에 머물렀다. 제조기업 BSI는 2021년 3분기 이후 18분기 연속으로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분기 관세충격으로 급락했던 수출기업의 BSI는 16 포인트 오른 90을 기록했다. 반면 내수 체감 경기가 여전히 냉랭한 탓에 내수기업 BSI는 지난 분기와 동일한 74에 그쳤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2025년 한 해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68.0%에 달했다. 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 변동(65.7%)과 인건비 상승(53.7%)을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으며, 환율(27.5%)과 관세·통상 비용(14.0%)도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BSI가 75로, 대기업(88)과 중견기업(88)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불확실성 해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내수 의존도가 큰 중소기업들은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돼 전망 개선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고환율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 구조에 따라 엇갈렸다. 전체의 38.1%는 ‘고환율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기업으로 파악됐다. 반면 ‘실적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48.2%는 ‘고환율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37.0%는 ‘환율 영향이 없는 사업 구조’를 이유로 들었고, 11.2%는 ‘긍정·부정 효과가 상쇄돼 실질 실적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김현수 경제정책팀장은 "통상 불확실성 완화와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으나, 고환율 지속과 내수 회복 지연에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이어 "정부는 성장지향형 제도 도입과 규제 완화, 고비용 구조 개혁 등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을 중점 과제로 삼고 위기산업의 재편과 AI 등 미래 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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