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로벌 뷰티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확장' 국면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게 됐다. 경제 불확실성과 무역·관세 환경 변화, 규제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글로벌 뷰티 산업은 보다 복잡한 사업 환경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뷰티 트렌드 분석 기관 뷰티스트림즈(BEAUTYSTREAMS)는 최근 ‘TOP50 Year in Review 2025’ 백서를 발표하고, 17일 오후 이를 소개하는 웨비나를 통해 2025년 한 해 동안 관찰된 산업 변화의 주요 흐름을 설명했다. 웨비나는 글로벌 뷰티 트렌드 분석 기관 뷰티스트림즈의 황세진 한국 PR 총괄이 진행했다.
뷰티스트림즈가 ‘TOP50 Year in Review 2025’ 백서를 발표하고 17일 오후 웨비나를 통해 2025년 글로벌 뷰티 산업의 중심점들을 분석했다. 웨비나를 진행하고 있는 뷰티스트림즈의 황세진 한국 PR 총괄. ⓒ웨비나 캡쳐
황 총괄은 이번 백서는 단일 트렌드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제품, 기술, 원료, 패키징, 리테일 전반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를 다섯 가지 혁신 축으로 정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와 리더십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는 전략적 재배치가 언급됐다.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황 총괄은 중국 프리미엄 뷰티 그룹 유쇼팔(Ushopal·优时颜) 그룹이 프랑스 헤리티지 스킨케어 브랜드 페이요트(Payot)를 인수한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 기업들이 유럽의 프레스티지 자산을 장기 포트폴리오로 편입하려는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은 더 이상 서구 뷰티의 주요 소비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의 소유자이자 의사결정 주체, 나아가 글로벌 프레스티지 카테고리의 형성자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대형 기업들의 전략 역시 비즈니스 구조 변화의 한 축으로 제시됐다. 황 총괄은 관세와 무역 정책 변화로 북미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개발·생산·운영 거점을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레알의 뉴저지 R&I 센터 완공과 IFF의 플로리다 시트러스 이노베이션 센터(Citrus Innovation Center) 설립 사례는 미국을 핵심 전략 거점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다. 또한, 북미 시장의 구조적 복잡성이 커질수록, 대규모 조직 운영 경험과 검증된 성과를 갖춘 베테랑 임원을 지역 수장으로 전면 배치하는 흐름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품 혁신 영역에선 소비자 연령 구조 변화가 핵심 흐름으로 제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파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뷰티 소비가 확대되면서, 소비 시작 연령도 이전보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겨냥한 제품은 성인 제품의 축소판이 아니라, 안전성과 놀이 요소를 결합한 입문자용 네일, 스킨케어, 브로우 제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초기 소비 습관과 성분 인식 형성 단계부터 브랜드가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 혁신은 AI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동시에, 디바이스와 하드웨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황 총괄은 바이오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한 전자 데오드런트를 대표 사례로 들며, 냄새를 가리는 방식이 아니라 활성산소를 활용해 냄새 유발 박테리아를 직접 제거하는 기술적 접근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제품의 등장을 데오드런트가 제형 혁신을 넘어 기술 기반 기기로 확장된 사례로 언급하며, 뷰티 기술 혁신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원료 혁신과 규제 환경 변화는 2025년 들어 더욱 밀접하게 맞물리고 있다. 황 총괄은 자외선 차단 시장에서 WHO의 관련 판단과 각국의 리콜 사례, 시험 기준 혼선이 동시에 발생하며 개발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무기 자외선으로 포지셔닝하면서도 실제로는 화학적으로 유사한 부스터를 사용하는 사례가 드러나며 소비자 혼란이 초래됐다. 이에 SPF와 UVA를 함께 평가하는 새로운 시험 방식이 등장하면서 선케어는 투명성과 규제 대응 역량을 동시에 요구받는 전환점에 놓였다. 헤어케어 분야에선 롱제비티 개념이 두피와 모발로 확장되며, 분자 수준에서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패키징 혁신 역시 백서가 제시한 주요 축 중 하나다. 황 총괄은 의료 기기에서 착안한 정밀 어플리케이터 확산과 함께, 종이 패키징의 기술적 진화를 주요 변화로 짚었다. 종이는 단순한 친환경 상징을 넘어, 트위스트나 스틱, 펌프 등 기존 플라스틱 패키징에서만 가능하던 구조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테일 혁신과 관련해선 K-뷰티의 위상이 먼저 언급됐다. 황 총괄은 “이른바 ‘K-뷰티 2차 웨이브’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표현하며, “과거 포맷과 루틴 중심으로 확산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성분 경쟁력과 글로벌 리테일 네트워크 확장을 기반으로 한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한국발 성분의 글로벌 확산과 주요 시장에서의 플래그십 스토어 개설은 K-뷰티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완성된 생태계를 수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뷰티스트림즈가 꼽은 2025년 글로벌 시장 변화의 핵심 축. 다섯 가지 혁신 축과 소셜 미디어 트렌드를 통해 변화를 설명했다. ⓒ뷰티스트림즈
다섯 가지 혁신 축과 함께, 소셜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별도의 흐름으로 지목됐다. 황 총괄은 ‘라부부’로 대표되는 캐릭터 기반 비주얼 문화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확산되며, ‘라부부 메이크업’ 등 과장된 메이크업과 초현실적 미학으로 뷰티 영역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성분과 질감, 퍼포먼스를 비교해 대체 제품을 제안하는 ‘듀프’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소비자는 브랜드 이름보다 구체적 근거와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 총괄은 “2025년 글로벌 뷰티 산업이 무역과 규제, 기술 변화, 소비자 인식 전환이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 속에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며 “브랜드와 기업은 각 시장의 조건에 맞춰 확장 방식과 경쟁 전략을 재설정해야 하는 국면에 놓여 있으며, 뷰티스트림즈가 선정한 Top50은 이러한 판단을 위한 기준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소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