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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 기술이 인간 생리를 가장 가깝게 재현하는 새 연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신규접근법(NAMs)과 동물대체시험은 동물 의존 연구 패러다임을 흔들며, 과학적 신뢰성과 윤리적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인간 중심의 최적화 연구개발, 과학과 윤리가 충돌하지 않는 연구가 글로벌 산업과 규제의 핵심으로 부상한 지금, 그 새로운 길이 지금 우리 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약업신문은 한국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연구 기준 현장을 생생히 담기 위해 태국 현지를 직접 찾았다.<편집자 주>
동물실험에서 오가노이드로. 전통적인 동물실험 중심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전환점에 서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신규접근법(NAMs)의 규제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인간 생리 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차세대 전임상·임상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오가노이드 산업을 하나로 묶는 국가 단위 협력체가 첫발을 내디뎠다.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그 주인공이다. 컨소시엄은 기술 표준화와 산업화, 국제 규제 대응을 동시에 추진하며 한국을 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오가노이드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 8월 공식 출범한 컨소시엄에는 현재 20여개 기업과 다수의 학·연·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기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를 중심으로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정책 영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아직 독보적인 선두 국가가 뚜렷하게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규제 논의와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시험법과 데이터 체계를 국제적으로 통합해 주도하는 국가는 아직 없다. 이는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연구 역량과 제조 인프라, 규제 수용성을 동시에 갖춘 한국이 국가 단위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표준화와 공동 검증 구조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경우, 글로벌 규제 논의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위치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오가노이드 표준을 선점하는 것은 단일 기술의 우위를 넘어, 신약 개발 비용 절감과 임상 성공률 제고, 연관 산업 확장까지 아우르는 막대한 산업·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 박정태 회장은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국제 표준을 만들 수 없다”며 “반복 가능하고 비교 가능한 데이터, 이를 담아낼 거버넌스 구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가노이드를 연구 도구가 아닌 산업 인프라이자 규제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약업신문은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ODC25 ASEAN’ 현장에서 박 회장을 만나, 한국이 글로벌 오가노이드 표준 경쟁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지와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앞으로 맡게 될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이 글로벌 오가노이드 표준화를 선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축적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오가노이드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 가능하고, 국가와 기관 간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를 통해 규제기관과 산업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OECD 시험가이드라인 논의나 각국 규제기관과의 협의에도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개별 연구기관이나 기업의 성과를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컨소시엄 차원에서 데이터를 통합해 국가 단위의 패키지로 제시할 때, 비로소 국제 논의 테이블에서 의미 있는 발언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를 신규접근법의 보조 수단이 아닌, 하나의 핵심이자 산업 인프라로 인식하는 전환도 필요합니다. 단기 성과 중심의 접근을 넘어, 장기적인 투자와 인력 양성을 병행하는 정책과 산업 전략이 뒷받침될 때 한국이 실질적으로 오가노이드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ODC25 ASEAN에서 확인한 글로벌 트렌드와 한국 오가노이드 생태계가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부분은.
ODC25 ASEAN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오가노이드를 더 이상 연구자 및 기업 개별 기술로 보는 흐름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오가노이드를 산업과 규제가 함께 활용하는 공통 플랫폼이자 국가 전체의 기술로 인식하고, 이를 기존 전임상 평가 체계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오가노이드 생태계도 개별 기술 경쟁을 넘어, 표준화와 품질관리(QC), 검증(밸리데이션)을 포함한 통합 플랫폼 관점 접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동일한 프로토콜과 품질 기준, 데이터 포맷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산업계가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고, 글로벌 흐름과의 간극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각국의 규제 환경과 연구 인프라 수준을 고려해 공동 연구 모델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할 때, 협력은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가노이드 표준화 선점의 파급 효과는.
글로벌 오가노이드 표준화를 선점하면, 그 효과는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은 기술의 독창성만을 강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개발 효율성과 데이터 신뢰성, 규제 대응 역량까지 함께 평가받는 구조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의 경쟁 방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변화입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 연구나 기술이전 협상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개별 기업의 내부 데이터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검증된 전임상 데이터와 시험 체계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협업 논의를 보다 빠르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해외 투자자와 파트너 입장에서도 개발 리스크를 보다 명확히 판단할 수 있어, 투자 유치와 국제 협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오가노이드 기반 장비와 배양 소재, 분석 소프트웨어, 데이터 서비스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생태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만들고, 연구·산업·규제 영역을 아우르는 전문 인력 수요를 늘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규접근법(NAMs)과 오가노이드 기술 활용에서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확보해야 할 점은.
국제적인 신뢰도는 결국 구조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데이터의 투명성과 재현성입니다. 동일한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여러 기관에서 유사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도출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해외 연구자나 규제기관이 검토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제시돼야 합니다.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의 역할은 개별 성과를 나열하는 데 있기보다는 공동 데이터셋과 공동 검증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이해상충을 최소화한 거버넌스입니다.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되, 규제기관과 학계, 시험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중립적 협의 구조가 필요합니다.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신규접근법·오가노이드 역량을 대표하는 플랫폼이라는 신뢰를 확보할 때 국제 무대에서 신뢰도와 설득력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봅니다.
기존 기업 간 오가노이드 협력 사례와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의 차별점은.
컨소시엄의 가장 큰 차별점은 오가노이드를 개별 연구 성과가 아닌, 공공 인프라형 플랫폼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우수한 오가노이드 기술과 데이터가 개별 연구실이나 기업 단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컨소시엄은 이를 표준화된 프로토콜과 품질관리, 검증 체계로 묶어 산업과 규제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와 연구기관, 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아래에서 OECD 시험가이드라인과 미국, 유럽의 신규접근법 정책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국내 오가노이드 시험 체계에 선제적으로 반영하려는 점도 특징입니다. 이는 한국 오가노이드 생태계를 연구 중심 단계에서 글로벌 규제 및 산업 연계형 구조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은 한국 바이오 산업, 특히 첨단치료의약품(ATMP) 개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가장 큰 변화는 오가노이드 기반 데이터가 ATMP 개발과 임상 전략의 초기 단계부터 구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나 조직공학 제품과 같은 차세대 치료제는 기존 동물시험만으로는 인체 반응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컨소시엄은 오가노이드를 중심으로 한 고정밀 전임상 평가 체계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임상시험 실패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가노이드와 신규접근법을 활용할 경우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임상 성공률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컨소시엄은 이 흐름을 한국 산업 환경에 맞게 구현해, ATMP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오가노이드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산업계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제도와 현장이 동시에 맞물릴 때 가능합니다. 단편적인 정책 지원이 아니라, 실제 개발 과정에 바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기업이 오가노이드 모델을 도입할 때 동일한 검증 과정을 반복하지 않도록, 데이터와 프로토콜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검증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어야 시간과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규제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도 중요합니다. 오가노이드 기반 시험에 대해 어떤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지, 어느 수준까지 준비하면 규제적으로 수용 가능한지를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공용 인프라와 인력 양성 역시 필수적입니다. 컨소시엄 차원의 공용 시설과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이 함께 구축될 때, 기업의 진입 장벽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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