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 제조혁신'...스마트팩토리 고도화·CDMO 생태계 육성 '특명'
천청운 위원 "기업 투자 의지 확고, 정부 차원 로드맵·가이드라인으로 불확실성 없애야"
조현수 팀장 "제조가 곧 안보인 시대… 대기업-벤처 아우르는 'CDMO 특화 전략' 필수"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12 06:00   수정 2025.12.12 06:01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단순 전산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제조 공정을 스마트팩토리로 고도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한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 차원의 육성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 2소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2차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제조소의 자동화 수준이 아직 초기 단계임을 지적하며, 정부의 명확한 로드맵 제시와 함께 차세대 모달리티 기술을 포함한 CDMO 생태계 확장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천청운 연구위원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천청운 연구위원은 국내 45개 기업, 61개 공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조 품질 혁신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천 연구위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제조 품질 경쟁력이 전산 시스템을 활용하는 2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책과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조소 62.3%가 '2단계'… 스마트 제조 기술은 초기 단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공장의 자동화 구축 수준은 1~5단계 중 2단계에 가장 많이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2단계는 MES(제조실행시스템)나 ERP(전사적자원관리) 등을 도입해 전사적 정보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단계로, 전체의 62.3%를 차지했다.

시스템 간 데이터 연계와 모니터링·예측 분석이 가능한 3단계 수준은 18%에 그쳤으며, 일부 설비만 자동화된 1단계도 19.7%에 달했다. 천 연구위원은 "앞으로 4단계, 5단계로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는 ERP나 WMS(창고관리시스템)의 구축 수준은 높은 반면, 스마트 제조 기술의 도입은 산업 전반적으로 초기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약산업이 규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AI(인공지능) 등에 대한 국제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에 불확실성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QbD·연속공정 도입,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뚜렷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bD) 도입 현황에서는 기업 규모별 격차가 확인됐다. 대기업의 경우 47%가 도입 경험이 있는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경험이 부족한 실정이다. 천 연구위원은 "계단식 약가 제도 때문에 기업들이 제품을 먼저 출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 기존 방식대로 허가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제도적 한계를 지적했다.

생산 효율성과 품질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연속 제조 공정' 역시 도입이 더딘 상황이다. 기존 배치(Batch) 생산 방식과의 호환성 문제, 비용 부담, 전문 인력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투자 의지는 확실… 정부의 마중물 역할 필요"

현장의 혁신 의지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3년 이내 투자 의향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82%는 공장 자동화 및 디지털 전환에, 66%는 AI 및 데이터 품질 관리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천 연구위원은 이러한 의지를 실현하고 제조 품질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로드맵 수립 ▲인센티브 제공 ▲전문 인력 양성 ▲민관 협력 활성화 ▲규제 기관의 가이드라인 제정 등 5가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특히 그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R&D 인센티브와 유사하게 세제 혜택, 보조금, 약가 우대 등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식약처 등 규제 기관이 스마트 팩토리 가이던스를 제정하고, 미국의 사례처럼 사전 상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 연구위원은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제조 품질 혁신을 이루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국산 의약품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조현수 팀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조현수 팀장은 ‘글로벌 CDMO 시장 동향과 한국의 육성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팀장은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제조와 공급망 경쟁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이 세계적인 CDMO(위탁개발생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을 아우르는 특화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韓 바이오시밀러 경쟁력, CDMO 성장의 밑거름

조 팀장은 먼저 한국 바이오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그는 "2025년 9월 말 기준, 미국 FDA에서 승인된 바이오시밀러 중 한국 제품은 18개로, 미국을 제외하면 인도, 스위스, 독일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승인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유럽 등 높은 규제 수준의 시장에서 이미 제조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며, 이는 CDMO 산업 성장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매출액 기준 론자(스위스), 써모피셔, 카탈런트(이상 미국)에 이어 글로벌 4위에 위치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130만 리터 이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며, 송도 클러스터는 2030년 214만 리터 규모의 세계 최대 단일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제조가 곧 안보"… 각국,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

조 팀장은 글로벌 시장이 기술 확보를 넘어 제조 공급망 선점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메이드 인 USA' 기조 하에 바이오 제조에 4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 역시 국가 차원에서 제조 인프라와 공급망 표준화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 역시 최근 'CDMO 특별법'을 제정해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수출 제조업 등록제(제조 허가 없이 수출 가능) ▲품질 관리 적합 인증제 ▲원료 물질 인증 및 규제 지원 등을 골자로 하여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세대 모달리티·벤처 육성 위한 '3대 전략' 제시

조 팀장은 한국이 글로벌 생산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생산 거점 확대와 제조 기반 강화다. 대기업 중심의 생산 허브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 촉진과 글로벌 인증 지원 등 합리적인 규제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벤처·중견 CDMO 성장 기반 확충이다. 현재 많은 중소기업이 시설 투자 리스크와 트랙 레코드(실적)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팀장은 "공공 차원에서 초기 시험 생산을 지원해 트랙 레코드를 확보해주고, 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춰야 생태계 확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기술 특화형 CDMO 육성이다. 최근 ADC(항체약물접합체), mRNA 등 차세대 모달리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단백질 의약품과는 전혀 다른 공정 기술을 요구한다. 조 팀장은 "차세대 기술에 대한 R&D 투자와 전문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특화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팀장은 "이번 정책 제안은 잘하는 기업은 더 잘하게 하고, 중견·벤처 기업은 육성하여 한국이 다양한 차세대 모달리티를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 허브'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