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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자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 국내 제품명 마운자로)’ 홍보 전략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퀴어 아이(Queer Eye)’의 패션 전문가 탄 프란스(Tan France)와 협업해, 패션을 매개로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stigma)을 해소하고 질병으로서의 비만 인식을 확립하는 문화 캠페인을 전개한다.
릴리가 공개한 이번 캠페인의 이름은 ‘체인징 더 스레드 컬렉션(Changing the Thread Collection)’이다. 이는 옷이라는 일상적 도구를 통해 비만 환자들의 경험, 과학적 이해, 그리고 자존감 회복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다중매체 프로젝트다. 릴리는 공식 성명에서 “비만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만성질환이며, 환자들은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문화적 인식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캠페인은 ‘옷에 이야기를 새긴다’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실제 비만 환자들의 경험담을 자수로 새긴 의류들이 뉴욕에서 열리는 릴리의 몰입형(immersive) 전시 행사에 전시될 예정이다. 환자들의 삶의 순간과 감정이 옷감 위에 스토리로 엮이는 이번 프로젝트는 “비만을 수치가 아닌 회복과 용기의 서사로 바꾸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회가 비만을 질병으로 재인식하고, 치료와 공감의 언어로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캠페인 웹사이트에는 실제 참여자들의 사연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각기 다른 인물이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옷 한 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일례로, ‘안테쿠아’는 자신이 다시 입게 된 원피스 수영복을, ‘사만다’는 사회적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표현하게 해준 회색 재킷을, ‘케빈’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입던 스크럽을 이야기한다. 모든 영상은 “비만은 진짜 질병(real disease)”이라는 메시지로 귀결되며, 한 참여자는 “가끔은 몸이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고,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고백한다.
웹사이트는 또한 방문자들이 5문항의 짧은 퀴즈를 통해 ‘나는 어떤 스레드세터(Threadsetter)인가?’를 알아보는 참여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퀴즈 결과에 따라 ‘더 챌린저(The Challenger)’는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 ‘콰이어트 포스(Quiet Force)’는 진심 어린 칭찬으로 타인의 자존감을 북돋우는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비만 낙인에 맞서는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이는 비만을 개인의 선택이나 실패가 아닌,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건강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심리적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탄 프란스는 이번 프로젝트의 홍보대사로서 직접 약물을 복용하지는 않지만, 주변 지인들의 경험을 통해 비만 낙인의 실체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패션은 자기표현의 언어이며, 누구나 판단의 두려움 없이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와 같은 치료 옵션이 체중 감량과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낙인과 편견이 여전히 가장 큰 장벽으로 남아 있다”며 “이 캠페인이 비만 환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들려주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공감하며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릴리는 지난해 여름 에미상 후보에 오른 배우 킴 휘틀리(Kym Whitley)를 젭바운드의 첫 공식 홍보대사로 선정해 화제를 모았다. 휘틀리는 다년간의 체중 문제를 겪은 후 젭바운드를 포함한 치료법을 선택한 경험을 공개하며, “비만은 게으름이나 자기관리 부족이 아니라 질병이다. 대화와 공감이 편견을 없애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릴리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비만을 둘러싼 사회적 서사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전환시키려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젭바운드는 최근 릴리가 백악관과 체결한 의약품 가격 협약에 따라, 직접 구매(Direct-to-Consumer) 채널을 통한 자가 결제 환자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그리고 메디케어(Medicare) 가입자에게는 월 50달러에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약가 합리화 정책 및 국제적 가격 수준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저소득층과 비보험 환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국 보건복지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협력해 추진 중인 비만 치료제 정책이 내년 이맘때까지 미국인 체중 1억 2500만 파운드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며 두 회사의 공공보건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비만 치료제는 단순히 개인의 체중 관리 도구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새로운 공중보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릴리의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광고를 넘어, 비만 환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진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회사는 “Zepbound는 치료 효과를 넘어,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약”이라며 “과학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낙인을 치유하고, 공감의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패션과 예술, 의료가 교차하는 이 캠페인은 비만 치료를 ‘치유’에서 ‘이해’로 확장하는 하나의 사회적 실험이자, 릴리가 추구하는 ‘환자 중심의 혁신’의 또 다른 표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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