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산업에서도 친환경은 이제 ‘생존 전략’이 됐다. 유럽의 탄소 국경세와 포장 규제, 글로벌 ESG 압박 속에서 화장품 패키징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수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기술인력양성센터 권오진 교수는 최근 서울 서초구 약업신문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패키징은 과학이자 공학”이라며 “디자인·물류·품질까지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코이코·한국뷰티산업무역협회·대한민국화장품OEM협의회가 개설한 ‘에코 패키지 디자인(Eco-Package Design)’ 교육 과정에서 국내외 환경 규제와 정책 등을 강의하면서 기업별 맞춤 면담을 통해 해결방안도 알려 주고 있다.
|
‘친환경 패키징’이 K-뷰티 산업에서 화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K-뷰티는 글로벌 수출이 활발한 만큼, 제품의 패키지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 수출 시 친환경 포장을 적용하면 탄소국경세(CBAM) 같은 패널티를 피할 수 있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용기 자체가 제품 내용물보다 비싼 경우도 있을 만큼 디자인과 소재 선택은 고부가가치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친환경 패키징은 ESG 경영의 실천이자 수출 장벽을 넘는 핵심 수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포장 규제가 강화된 배경은 무엇인가
EU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사용 프로그램 ‘RE100’과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제 ‘PPWR’을 통해, 미국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통해 비재생 에너지와 과대 포장에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신재생 전력을 통해 제조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선 추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태양광·풍력 전력을 이용한 생산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 뷰티기업들도 EU 탄소국경세 등의 적용 대상이어서 친환경 포장을 적용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은 어떤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나
무엇보다 정보력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해외 규제 변화나 기술 표준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환경부와 함께 과대포장 기준을 만들 당시만 해도 한국이 관련 제도의 선도국이었지만, 지금은 ISO 제정 속도에서 뒤처지고 있다. 친환경 패키징의 패러다임이 재활용 중심의 ‘자원순환’에서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보는 ‘순환경제’로 바뀌고 있다. 폐기 단계까지 고려한 설계가 필수지만, 관련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일부 대기업은 자체 회수나 리필 시스템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중소기업은 물량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지원 및 규제 대응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친환경=비용 증가’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현실적 해법은 무엇인가
신재생 전력 시스템이 그렇듯, 초기엔 비용이 많이 들지만 표준화와 기술 개선을 통해 생산 단가를 점차 낮춰나갈 수 있다. 친환경 소재의 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더라도, 대량 생산 구조를 갖추면 코카콜라의 사례처럼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을 높여 비용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포장 모듈화를 적용하면 컨테이너 적재 효율이 높아져 물류비가 절감된다. 결국 기술 업그레이드와 구조 효율화가 비용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K-뷰티 패키징 수준을 해외와 비교해보면 어떤가
외형적으로는 수준이 높다. 다만, 겉모습이 아닌 소재와 구조의 친환경성을 살펴본다면 유럽에 뒤처진다. 유럽 제품들은 단순하고 투박해보이지만, 단일 재질·무라벨 방식 등 재활용성을 극대화해 설계돼있다. 한국은 기술적으로 부족하다기보다는, 디자인 중심 문화가 강해 아직 완전한 친환경 체계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에코 패키지 디자인’ 교육 과정의 특징과 목표는 무엇인가
교육의 핵심은 현장 중심 실무다. 이론 20%, 실습 80% 비중으로 구성해 포장 공정, 재질 특성, 인쇄·접착 기술 등 실제 산업 흐름을 반영했다. AI 기반 공정 최적화(DIDX)와 데이터 기반 설계도 다룬다. 신입사원도 단기간에 현장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깨너머로 배우던 시대는 끝났다. 체계적인 사전 교육을 통해 경험 의존 산업을 지식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커리큘럼 설계에서 ‘이론과 현장’을 연결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기업과의 R&D 협력 과제 경험을 반영했다. 정부 과제 수행 중 얻은 기술 데이터를 토대로 각 공정 단계에서 품질·설계·물류 효율을 통합적으로 가르친다. AI 시뮬레이션을 통한 공정 최적화 사례도 다루며, 표준화를 통해 코스트를 낮추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실제 기업별 현장 상담을 통해 교육 내용을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해, 단순 강의형이 아닌 ‘적용 가능한 교육’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패키징 인력 측면에서의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전문 인력의 단절이다. 포장은 공학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인데 사회적 인식이 낮다. 포장학과가 점차 폐과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디자인 전공자는 많지만, 포장 설계와 재질·물류를 아우르는 인력은 거의 없다. 현장에서는 포장을 보조 업무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제품 경쟁력의 절반 이상을 좌우하는 부분이다. 패키지 산업이 공학·디자인·마케팅이 융합된 분야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 K-뷰티 패키징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까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친환경·재활용·자동화다. 재활용 원료, 수성 잉크, 단일 재질 구조, 종이 완충재 등이 표준이 될 것이다. 소비자 인식 제고도 병행돼야 한다. 아직은 외형이 단순하면 ‘저가 제품’으로 인식되지만, 정부와 업계가 지속적으로 홍보하면 변화할 것이다. 친환경 인증과 탄소 배출 정보가 소비자 신뢰를 좌우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 01 | 바임 박종현 대표 “쥬베룩, K-뷰티 넘어 K-... |
| 02 | 약사회, “한약사 문제 결자해지하라”…대통령... |
| 03 | 삼성에피스홀딩스, 바이오 투자 지주사 공식... |
| 04 | 동성제약,"대법원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재... |
| 05 | 제니텍 홍성창 대표이사' 2025년 한국을 이... |
| 06 | 식약처, 신약허가 혁신 프로세스 1호 신약 ‘... |
| 07 | 스파크바이오파마, KB증권·삼성증권 공동대... |
| 08 | 안국약품, 미래에셋캐피탈과 200억 펀드 결... |
| 09 | 인투셀, 글로벌 CDMO들과 차세대 ADC 생산-... |
| 10 | 마티카 바이오, 미국 칼리디 와 항암 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