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글로벌 진출, 승패좌우할 핵심은?
블록버스터 약물, 제약 개발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
정부 지원 등 R&D투자 규모를 확대 절실
"오픈 이노베이션 통해 후보물질 도입·공동개발 확대"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20 06:00   수정 2025.10.20 06:01
지난 17일 열린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으로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과 R&D투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GC녹십자의 '알리글로',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등 국산 신약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서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뒤를 이을 차세대 신약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오픈 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협력모델과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제약시장은 국가별 의약품 시장의 규모, 규제, 의료급여 시스템이 상이 하여 진입장벽이 높고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하거나 사회문화적 차이로 다양한 시장 형성이 되어있다.

이에 제약바이오산업은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질병을 고치는 신약 개발의 필요성, 공급망 안정성, 자급률 제고, R&D투자 확대, 국제 협력 인프라 정비 등 글로벌 다각화가 필요하다.

또한 제약사의 매출 기여도를 높이고 저 매출 약물의 손실을 메꾸며, 높은 위험도의 신약 개발을 지속 가능케하는 원동력인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 개발의 중요성도 부각된다.

상위 20개 글로벌 제약사에서 36개 블록버스터 약물은 총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최근 승인된 4개의 약물은 총매출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약물은 제약사의 매출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이 결과는 저 매출 약물의 손실을 매꾸고 높은 위험도의 제약 개발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다.

지난 17일 열린 '제약바이오 비전 2030 실현 제3차 혁신포럼–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에서는 이와 관련한 조언들이 구체적으로 쏟아졌다.

김열홍 유한양행 R&D총괄 사장은 "글로벌 시장은 '위너 테이크 올(승자독식)' 구조가 형성되어 있어 블록버스터급 제품 확보가 다음 신약을 위한 재원과 동력을 만든다"면서 "블록버스터 신약만이 그간의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추가 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열홍 유한양행 R&D총괄 사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다만 김 사장은 한국에서는 아직 글로벌 수준의 대형 제약사가 부재하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은 10여년 전부터 아카데미아,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을 통한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이후 전임상·초기임상 개발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의 구조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면서 "회사가 보유한 33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절반 이상이 외부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한양행은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 구조로 성과를 거뒀다.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는 지난해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문턱을 넘었다.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으로부터 렉라자를 도입하고 개발한 후 2018년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수출 했다. 이후 렉라자는 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상업화에 성공하며 올해 3분기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1억9800만달러(약 28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J&J는 향후 병용요법이 최대 연매출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있다.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은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기를 예시로 "글로벌 진출 시 각 국가별 특이적인 허가 규정과 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지금까지 FDA가 발행한 보완요청서(CRL) 70% 이상은 CMC(제조·품질관리)나 퀄리티 문제"라며 "이는 한국 제약사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알리글로 역시 같은 문제로 세 번의 CRL을 받은 바 있다"면서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관리를 강조했다.

GC녹십자의 사람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는 지난 2023년 12월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이후 2024년 8월 미국 시장에 출시됐으며 그해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상반기에는 약 550억원의 매출 기록하며 올해 연매출 목표인 약 1억달러(약 14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이 반도체에 버금가는 잠재력을 지녔지만 국내 R&D 투자 규모는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바이오 산업은 품질과 가격을 정부가 정하는 특수한 구조이기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R&D 비중을 현 2~3%에서 20%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전 원장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혁신 사례로 꼽았다. 세노바메이트는 후보물질 개발부터 글로벌 임상까지 국내 기업이 추진한 신약이다. 지난 2019년 FDA의 승인을 받고 다음해 5월 출시됐다.

SK바이오팜은 직판 체제로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 미국에서 분기 기준 최초로 1억 달러(약 1384억원)를 돌파했다. 현재 국산 신약 최초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혁신신약을 육성해 해외시장에서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기술이전보다는 직접 글로벌 개발을 진행하는 사례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50위급 제약사 5곳을 육성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인위적 M&A나 대기업 참여, 메가펀드 조성 등 과감한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50대 제약사 5곳 육성이라는 목표가 과도한 욕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블록버스터 신약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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