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기술수출 현실㊦ "빅딜, 결국 사람과 조직이 완성한다"
BD·R&D·대표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글로벌 기술수출 열린다
유기적 소통, 트렌드 감지, 글로벌 파트너 사전조사 등 핵심 요소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20 06:00   수정 2025.10.20 06:01
(왼쪽부터)BNH인베스트먼트 강지수 상무, 존슨앤존슨 조아련 이사, 프리미어파트너스 조현무 상무, 로슈 정회량 이사,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심수민 상무.©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있어도, 내부의 소통과 협력이 없다면 기술수출은 결코 이뤄질 수 없습니다.”

BNH인베스트먼트 강지수 전무는 패널토론 후반부를 이렇게 시작했다. 딜이 실패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조직 간 소통 단절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심수민 상무도 이에 공감했다. 심 상무는 BD(사업개발) 실무자의 태도에 대해 “많은 BD가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잘하지만, 내부 팀과의 협업은 소홀한 경우가 많다”라며 “딜을 추진하기 위해 연구팀을 압박하는 순간 데이터의 진정성이 깨진다"라고 강조했다. BD의 본질은 조율자이며, 빛나야 할 사람은 연구자라고 조언했다.

또한 심 상무는 “연구자들이 만든 데이터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외부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BD”라며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내부 존중이 기본”이라고도 덧붙였다.

프리미어파트너스 조현무 상무는 △트렌드를 읽는 감각 △네트워킹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조 상무는 “딜은 결국 타이밍 싸움”이라며 “BD는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상무는 “바이오산업은 패션처럼 유행이 바뀐다”면서 “지난해에는 ADC(항체약물접합체)가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올해는 잠잠해졌고, 대신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와 CNS(중추신경계 질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읽지 않으면, 데이터가 나와도 타이밍을 놓친다는 입장이다.

또한 조 상무는 “영어가 딜의 본질은 아니지만, 네트워킹의 문을 두세 번 열 기회를 잃게 한다”며 “스탠딩 리셉션에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기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투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로슈 정회량 이사는 “10년 전에는 빅파마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였다면, 지금은 어떤 질문을 들고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이제는 단순히 미팅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더 쌓아야 거래가 성사되는지, 이 타깃에서 PoC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같은 구체적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이사는 “대표는 BD가 연구를 이해하고 있는지, 연구개발자들이 딜의 방향성을 알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면서 “R&D 베테랑을 영입하거나, 로슈가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처럼 글로벌 리서치 허브와 협력해 팔릴 데이터의 기준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존슨앤존슨 조아련 이사는 한국 바이오기업의 리더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로 ‘Do your homework(사전조사를 철저히 하라)’를 꼽았다. 

조 이사는 “각 빅파마마다 질환 초점과 내부 전략이 다르지만, 대부분 홈페이지나 파트너링 포털에 공개돼 있다”라며 “상대 기업이 어떤 질환에 집중하고, 어떤 타깃에 투자하는지 사전에 파악해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이사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겸직 대표가 많지만, 지금은 한 회사에 모든 것을 걸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라며 “인더스트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해 팀을 안정화하고, 전략 실행에 전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패널토론은 데이터와 과학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사람과 조직의 이야기로 귀결됐다. 패널들은 입을 모아 “딜은 데이터로 시작하지만, 사람과 조직이 완성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바이오텍의 성공은 이제 과학적 깊이와 조직적 실행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코리아 2025' 컨퍼런스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패널토론이 끝난 뒤에는 존슨앤존슨과 JLABS이 주최한 ‘Young Professional Reception’이 이어졌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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