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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유전질환 연구는 학문적 도전으로만 끝나서는 안 됩니다. 환자들의 일상과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입니다. 최근 환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연구와 임상, 상업화까지 협력하는 사례가 한국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이에 답할 때입니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신진홍 교수는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6회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에서 희귀유전질환 극복을 위한 새로운 흐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신 교수는 ‘Therapeutic development of GNE myopathy’라는 주제로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특히 연구개발 과정에서 환자들과 소통 현황도 함께 전했다.
GNE 근육병은 시알산(Sialic acid) 생합성에 관여하는 속도 제한(rate-limiting) 이중기능 효소 UDP-GlcNAc 2-epimerase/N-acetylmannosamine kinase(GNE/MNK)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는 희귀 진행성 근육병이다. 환자는 점진적으로 근력이 소실돼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보행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전 세계적으로는 100만 명당 1~9명이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특히 일본, 중동, 인도에서 상대적으로 발병 빈도가 높으며, 국내에도 200명 이상 환자가 확인됐다.
희귀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은 환자 수가 적어 투자 매력이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환자 단체의 조직적인 참여와 연구자 주도의 임상 추진, 기업의 생산 역량이 결합하면 다양한 산업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희귀유전질환 환자가 스스로 만든 환우회에서 출발한 움직임은 GNE 근육병 신약 후보물질 6'-시알릴락토스 나트륨염(이하 6SL)의 임상시험이라는 구체적 결과를 낳았다. 또 식이보충제 시장으로도 확장됐다. 특히 6SL은 지난 3월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도 받았다.
신 교수는 “2016년 한국GNE근육병 환우회가 결성되며 환자 기반 데이터가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축적됐고, 이를 토대로 국내 환자군의 임상 경과를 분석한 논문이 발표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외국에서는 환우회가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몇 안 되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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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SL’ 임상시험과 제품화 성과와 의미
6SL은 모유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휴먼 밀크 올리고당(HMO)으로, GNE 근육병 동물 모델에서 근육 퇴행 억제와 기능 개선 신호가 보고된 성분이다. 신 교수 연구팀은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요구를 기반으로, 6SL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1차 임상시험(96주)에서는 6SL 하루 6g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군에서 일부 근육의 근력 개선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48주부터 어깨 벌리기와 팔꿈치 굽힘 같은 상지 근육에서 차이가 관찰됐으며, 하지 복합 점수에서도 유의성 임계치에 근접했다. MRI 지방분획 지표에서는 감소보다는 지방 침착의 증가가 억제되거나 안정화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신 교수는 “신경근육질환 임상에서 호전 신호가 관찰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2차 임상시험(48주)은 무작위 위약대조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체 근력 지표에서는 제한적인 차이에 그쳤으나, MRI 분석에서는 허벅지 뒤쪽 지방분획 증가가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억제(p=0.0004)되는 결과가 나왔다. 안전성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신 교수는 “임상 디자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기 투여의 안전성과 잠재적 효능 신호를 확인했다”며 “후속 연구에서 효과를 정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연구 성과가 실제 제품화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6SL을 기반으로 한 ‘Siallac Muscle Health’가 해외에서 건강보조식품(서플리먼트) 형태로 출시, 근육 건강 보조 시장에 진입했다.
업계에선 의약품 적응증은 아니지만, 연구 성과와 환자들의 요구가 결합해 상업적 제품으로 연결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 교수는 “임상 과정에서 확보된 안전성과 생산 기술이 산업계와 연결돼, 보충제 형태로 먼저 상업화됐다”며 “이는 희귀유전질환 연구가 환자 중심 치료를 넘어 산업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편, 제6회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은 23일까지 이어진다. ‘Thinking, Moving, Sensing Freely!’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희귀유전질환 기초연구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임상개발 △인허가 전략 △환자단체의 역할 등 4개 세션, 15개 강연을 통해 최신 연구 성과와 정책 과제를 공유한다. 학계, 산업계, 정부, 환자단체가 함께 협력 방안을 모색해 약 50만명에 달하는 국내 희귀유전질환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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