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바이오시밀러 허가 수수료 인상…국내 제약사 글로벌 진출 촉진
전담팀 신설·90일 GMP 실사 도입…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성장 발판
수수료 3억 인상·전담팀 운영…FDA·EMA와 유사한 제도 정착 시도
18품목 허가, 절반 이상 국산…글로벌 규제 동향과의 조율 주목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17 06:00   수정 2025.09.17 06:01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 제도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조치는 ▲품목 허가 수수료 인상 ▲전담 심사팀 신설 ▲GMP 우선실사 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시행된 신약 허가 혁신 방안에 이어 바이오시밀러 분야까지 제도 개선이 확산되면서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의 품목 허가 수수료는 3억 1000만원으로 재산정된다. 이는 신약 허가 혁신 방안과 같은 틀을 적용한 것으로, 업계의 허가 혁신 확대 요구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배경이 됐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개발 비용은 신약보다 낮지만 임상시험, 생산시설 검증 등에서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다. 이번 인상은 심사 역량 확충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의 성격을 지닌다. 식약처는 수수료 인상이 확정되면 고역량 심사관 충원을 통해 허가 심사 품질을 높이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의 취재에 따르면, 식약처는 바이오시밀러 허가 전담 심사팀을 ‘바이오허가TF’를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전담팀은 10~15명의 심사자로 꾸려져 안전성·유효성, 품질관리, GMP(제조 및 품질관리), GCP(임상시험관리) 등 주요 분야를 담당한다. 이 같은 구성은 신약 허가 혁신 방안의 틀을 그대로 확대한 것으로, 맞춤형 상담과 집중 심사를 통해 허가 예측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담 심사팀의 도입은 그동안 불규칙했던 심사 일정과 소통 창구를 일원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글로벌 수준의 심사 체계를 구축할 경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식약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에도 GMP 우선실사 제도를 적용한다. 허가 접수 후 90일 이내에 GMP 평가와 실태 조사를 완료하는 방식으로, 기존에는 일정이 예측 불가능해 제품 발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허가 접수 직후 실사 일정을 확정할 수 있어 제약사들은 생산 및 마케팅 계획을 안정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 조치가 허가 속도 단축으로 이어져 신제품 시장 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 확산으로 바이오시밀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허가 과정 단축은 시장 점유율 확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식약처의 ‘2024년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허가는 총 18품목(10개 성분)으로 전년 대비 6품목 증가했다. 이는 2012년 첫 품목 허가 이후 최대치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13품목이 국내 기업이 개발한 제품이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들의 진출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신약 대비 개발 위험이 낮아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며 “자금력과 영업망을 갖춘 중대형 제약사에게는 장기적인 수익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제약사 개발본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약은 막대한 비용과 높은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생산 시설만 제대로 갖추면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허가 혁신 방안 확대가 결국 업계의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업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허가부서 내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허가 수수료 인상안이 확정되면 고역량 심사관을 충원해 국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갈수록 늘어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램시마(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시작으로 트룩시마, 허쥬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엔브렐(에타너셉트)·휴미라(아달리무맙)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북미와 유럽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생산 규모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식약처의 허가 혁신이 국내 생산·허가 속도를 뒷받침할 경우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더욱 유리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규제 당국 역시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FDA는 2010년 제정된 ‘Biologics Price Competition and Innovation Act(BPCIA)’를 기반으로 바이오시밀러 제도를 운영하며, 허가 과정에서 대규모 임상시험보다는 상호운용성(interchangeability) 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Purple Book Database’를 통해 허가 및 상호대체 가능 바이오시밀러 현황을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승인 제도를 도입한 기관으로, 다수의 품목이 이미 허가돼 유럽 시장에서 사용 중이다. EMA는 허가 과정에서 품질·비임상·임상 자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되, 환자 안전성 확보를 위한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신약 혁신 방안의 경험을 바이오시밀러로 확대한 사례로, 글로벌 규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제약사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식약처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혁신 방안은 단순히 수수료 인상에 그치지 않고, 심사 체계 전반을 개편해 예측성과 신속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시장 진출 확대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 동향과 보조를 맞추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 전략과 맞물려, 향후 한국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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