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클리닉서 '비아그라' 권장 "넌센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화학적 기전 저해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4-01 19:06   수정 2004.04.02 00:20
행여 2세를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복용했다면 그것은 넌센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흥미로운 가설이 제시됐다.

'비아그라'의 복용이 오히려 생식능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

따라서 체외수정(IVF)을 시술하는 불임 클리닉에서 '비아그라'를 복용토록 권장했다면 지극히 의아한 일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주장은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퀸스大의 시나 루이스 박사팀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루이스 박사팀은 이 연구결과를 조만간 열릴 영국 임신학회 학술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루이스 박사는 "물론 '비아그라'를 복용하면 정자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는 있겠지만, 정자가 난자와 만나 수정하는 화학적인 기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여기서 말하는 '화학적인 기전'이란 소화효소의 분비를 통해 난자를 보호하는 외막을 파괴시키는 선단체 반응(acrosome reaction)을 지칭하는 것이다.

선단체(先端體)는 정자의 머리 부분에 위치한 핵의 바로 윗쪽에 마치 배레모처럼 살짝 얹혀져 있는 효소 주머니. 원래 단백질을 녹여버리는 효소들이 터져서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얇은 막으로 안전하게 둘러싸여 있지만, 난자를 만나 수정할 때는 이 선단체를 둘러싼 막도 없어지면서 효소들이 쏟아져 나와 정자의 난자 내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부위이다.

선단체 반응이란 이처럼 정자가 난자 내부로 보다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뜻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루이스 박사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선단체 반응이 너무 일찍 일어나도록 촉진시키는 탓에 정작 정자가 난자에 도착했을 시점에 이르렀을 때는 소화효소들이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자가 난자의 외막을 뚫고 들어가기 어렵게 된다는 것.

실제로 루이스 박사팀은 45명의 남성들로부터 채취한 정자 샘플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비아그라'를 복용했던 남성들의 정자는 최대 79%가 난자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마우스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시험에서는 '비아그라'를 복용시킨 마우스들의 경우 수정된 난자와 성장이 계속 진행된 배아의 숫자가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따라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결과는 앞서 진행된 마우스 연구에서 도출되었던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

루이스 박사는 "지난 1998년 '비아그라'가 처음 발매되어 나왔을 때 이 약물은 더 이상 아이를 갖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고령층 남성들의 발기부전 증상을 해결하는데 목적을 두었을 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했던 데이비드 글렌 박사는 "현재 영국에서 등록된 불임 클리닉의 절반 가량이 환자들에게 정자의 생성을 도우려는 목적에서 '비아그라'를 복용토록 권장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임신촉진을 위해 '비아그라'를 복용토록 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럽 性의학회(ESSM)의 회장을 맡고 있는 존 딘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단정적인 결론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