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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빅데이터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방정식을 바꾸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설계, 허가 심사, 생산 및 공급망 관리, 맞춤형 치료 제공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전 단계가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미국, 중국, 유럽은 수십조원 규모 투자를 앞세워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단일 건강보험 체계와 IT 인프라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AI·빅데이터 기반 바이오헬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 한계, 규제 장벽, 인재 부족, 인프라 미비 등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3위 수준의 AI 신약개발 프로젝트 수를 기록하고 있다. CDMO 경쟁력과 의료데이터 인프라라는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자본 규모, 데이터 접근성, 규제 선진화 속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5년, 한국이 AI·빅데이터를 토대로 연구에서 임상, 생산, 상업화까지 전 단계를 연결할 수 있느냐가 글로벌 도약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쟁점을 진단하기 위해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KDRA) 혁신정책연구센터(InnoPol)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건강기능 전시회 ‘CPHI/bioLIVE/PMEC/Hi Korea 2025’의 부대 행사로 ‘AI·빅데이터 기반 바이오헬스 가치사슬별 글로벌 성장 전략’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좌장은 혁신정책연구센터 최영현 회장이 맡았으며, 글로벌데이터 박효진 이사, 퍼스널에이아이 이재영 대표, 칼리시 박영빈 CSO, 파로스아이바이오 권진선 센터장, 프리딕티브AI 윤사중 대표, 마키나릭스 고한승 이사,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김흥열 센터장, 대한의요데이터협회 홍용석 이사,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대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전무가 패널로 참여했다.
데이터 품질·접근성 격차가 글로벌 경쟁 승부 가른다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경쟁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FDA는 ‘ELSA AI’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신약개발 기업으로부터 데이터를 입력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중국은 CRO·CDMO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정부가 제도적으로 통제해 산업 전략화하고 있다.
정윤택 대표는 “AI 신약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 부족과 품질 문제, 인재 부족”이라며 “특히 고성능 GPU와 클라우드 인프라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주권적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AI-바이오 핵심기술 선제 확보, 제조 자동화 및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확충, 바이오데이터 구축·연계, 융합 인재 양성 등이 한국이 나아갈 기본 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대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AI의 잠재력은 특히 크다”며 “신약 타깃 발굴, 분자 설계, 희귀질환 스크리닝 등에서 데이터 기반 접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2032년까지 한국인 100만명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여타 국가에 비해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윤사중 대표는 “에스토니아는 이미 전 국민 3분의 1에 해당하는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아랍에미리트도 전 국민 유전체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한국은 늦었지만, 희귀질환 스크리닝과 동반진단 연계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상시험은 AI·빅데이터 활용의 시험대다. 환자 모집, 설계 효율화, 임상데이터 관리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히지만, 현재는 병원 간 표준화 미비와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재영 대표는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도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방식으로 통합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며 “실제 코로나19 시기에도 국가 간 데이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유 없이 협력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도 프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 유출 방지 기술을 적극 도입해 사업, 학계, 연구소, 병원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신속히 결합하고, 이를 통해 고품질 빅데이터를 구축·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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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개발의 또 다른 허들은 규제와 윤리다. 생명윤리와 데이터 활용의 균형,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흥열 센터장은 “AI 경쟁의 본질은 데이터를 어떻게 모아내느냐의 방법론 싸움이며, 이를 결정짓는 것이 규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데이터를 모으는 구조를 갖추고, 중국은 정부가 플랫폼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라며 “한국도 프로토타입 형태로라도 작은 영역에서 데이터를 개방하고 활용해 성과를 축적해야, 향후 글로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생체정보 보안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중국 유전체 분석 기업 노보진(Novogene)이 지난 6월 전액 출자 자회사인 노보진 코리아를 국내에 설립하면서, 데이터 유출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조헌제 전무는 “미국은 생물보안법(Biosecure Act)과 같은 강력한 법안을 통해 자국의 데이터가 외부로 손쉽게 유출되거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면 한국은 아직 미흡한 상태”라며 “현재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데이터 주권 경쟁 시대에는 별도의 강력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세계적으로 우수한 바이오 CDMO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다. 이를 AI와 결합해 생산·공급망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김흥열 센터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에서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개념으로 확장하려는 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아니라 데이터 전략의 일환”이라며 “CMO 경쟁력을 데이터 기반 가치사슬로 연결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상업화 단계에서 한국의 자본력 한계를 극복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연간 바이오헬스 및 AI 관련 연구개발 투자액은 수백조원에 달하지만, 한국은 30조원 수준에 그친다.
권진선 센터장은 “한국이 개별 기업 단위로 미국과 중국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AI 신약개발은 정부, 제약바이오 기업, AI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5년 전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지만, 데이터와 인프라를 묶어내면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기회가 여전히 있다”라며 “항체와 ADC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AI를 접목하는 블루오션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용석 이사는 “한국은 단일 건강보험 체계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자산을 규제 리스크 속에 방치하지 말고, 특정 분야라도 개방, 활용해 성공 모델을 만들고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AI·빅데이터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데이터 주권, 규제 혁신, 산업 협력이라는 국가 전략 과제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최영현 회장은 “AI와 데이터는 한국 바이오헬스의 성장 동력이지만, 동시에 윤리, 규제, 보안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한국형 AI·빅데이터 기반 바이오헬스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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