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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이 국내외 규제 불확실성에 가로막혀 상용화와 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한국규제과학센터는 한국의 세계적 마이크로니들 기술력이 하루빨리 상용화될 수 있도록, 규제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한국규제과학센터(센터장 박인숙)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2025년도 규제과학 단기교육-의약품 1차'를 개최했다. 이번 교육은 한국규제과학센터와 성균관대학교 바이오헬스규제과학과, 동국대학교 식품의료제품규제정책학과가 공동 주관했다.
1차 프로그램은 △Microneedle Array Patch(MAP)의 제품화를 위한 규제과학적 이해 △데이터 및 근거 기반의 국내외 규제 활용 최신 사례로 구성됐다.
특히 한국이 마이크로니들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규제과학 관점에서 제품 개발과 심사 기준을 심도 있게 다루고, 산업계가 직면한 제도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국내외에서 마이크로니들은 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화장품과 의약외품 수준의 용해성 기반 제품만 상용화됐다. 의약품은 일부 후보가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으며, 현재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이크로니들은 통증 최소화, 상온 안정성, 자가투여 가능성 등 매력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규제 불확실성이 시장 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현재 개발 유형은 △고체형 △코팅형 △용해성 △중공형,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에 집중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중심으로 코팅형, 중공형과 더불어 용해성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커서스바이오 라히지 샤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외국에서는 중공형과 코팅형을 활용해 백신과 항체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특히 mRNA나 siRNA 같은 핵산치료제와 결합했을 때, 피부 면역세포를 활용한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진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기존 몰드 캐스팅 제조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D 프린팅이 도입되면서, 정밀한 구조 설계와 맞춤형 제조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대량생산 공정 개발 역시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라히지 샤얀 CTO는 "실험실 단계에서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대량생산 공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품질 균일성과 비용 문제가 동시에 불거진다"라며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상용화의 핵심"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니들에 대한 글로벌 규제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 같은 제품이 국가별로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품 등으로 다르게 분류되면서 기업들의 시장 전략 수립에 혼선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품 특성에 따라 의약품과 의료기기로 분류되며, 또 일반의약품으로서 FDA OTC 모노그래프 체계로 관리되기도 한다. OTC 모노그래프는 살리실산과 같은 성분을 정해진 농도, 용법, 표시 기준에 맞춰 사용할 경우, 별도의 개별 허가 없이 일반의약품으로 시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본은 의약부외품(医薬部外品)이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운용 중이다. 이는 의약품과 화장품의 중간 단계 제품군에 해당한다. 중국은 마이크로니들이 특수 화장품이나 의료기기, 의약품으로 분류돼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라히지 샤얀 CTO는 "규제의 불명확성은 해외 진출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국제 표준화 기구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마이크로니들 기술력을 확보한 국가"라며 "규제 당국과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한다면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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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해형 마이크로니들, 제도 허들 넘어야 시장이 열린다”
융해형 마이크로니들은 피부 각질층을 미세 침으로 통과해 약물을 전달한다. 통증 최소화와 상온 유통 가능성, 의료폐기물 저감 등의 장점이 있는 차세대 제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규제 제도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 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융해형 마이크로니들은 이미 화장품 분야에서 대중화됐다. 일부 의약품 후보는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상업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규제 로드맵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2021년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품질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며, 융해형 마이크로니들을 '방출형 마이크로니들'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융해성 제품은 의약품 품질 심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주요 심사 항목으로 △성상 △물리적 강도 △함량 및 순도 △약물 방출 시험 △잔류 용매 △접착력 △안정성 △멸균 적합성 △미생물 한도 등이다.
라파스 품질경영본부 성창엽 이사는 "특히 피부 투과도 시험은 기존 연고 및 외용제와 달리 마이크로니들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동등성 평가 방법이 요구된다"면서 "이 때문에 개발사들은 기존 제형 대비 더 복잡한 자료 제출 부담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융해형 마이크로니들 분류도 국가마다 다르다. 유럽연합은 일부 제품을 의료기기로 보기도 하지만, 고분자 의약품이나 펩타이드, 백신을 탑재하는 경우 의약품 규제에 포함한다.
FDA는 아직 융해형 마이크로니들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OTC 의약품은 모노그래프 또는 NDA 체계에 따라 관리된다. 이로 인해 제조소 등록 및 제품 리스팅과 cGMP 준수 의무가 있고 FDA 현장 실사 대상이 된다.
화장품은 최근 MoCRA 제도에 따라 별도의 시설, 제품 등록 의무가 부과됐다. 성 이사는 "라파스가 미국에서 여드름 치료제 패치를 OTC로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FDA 모노그래프 기준에 적합성을 입증하고, 시설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허들의 또 다른 쟁점은 무균 공정 요구 여부다. 마이크로니들이 피부를 관통하는 특성상 '주사제 수준의 무균 공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침습성이 낮고 사후 멸균이나 임상 안전성이 확보된 만큼 필수 사항은 아니다'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제형에 맞는 별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는 한, 기업마다 상이한 해석에 따라 준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성 이사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은 면제 조건도 일부 제시하지만, 현업에서는 대부분 항목을 동시에 준비해야 향후 허가 과정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면서 "특히 피부 투과도 시험법은 기존 외용제 기준과 달라, 새로운 평가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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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팅형 마이크로니들, 제품화 열쇠는 함량 균일성과 노출 변동성”
코팅형 마이크로니들은 자가 투여 가능성, 샤프 해저드(Needle disposal) 문제 해소, 열 안정성 확보 등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주요 임상과 허가 단계에서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기술적 허들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대학교 바이오소재과학과 양승윤 교수는 "코팅형 마이크로니들은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결합된 융복합 제품"이라며 "따라서 주 심사는 의약품 부서에서 진행되지만, 기계적 강도나 피부 침투 깊이 같은 항목은 의료기기 기준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코팅형 마이크로니들을 융복합 의약품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비생분해성 기저체는 의료기기(2등급), 약물 코팅부는 의약품으로 관리된다. 품질 심사에서는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심사 항목은 △코팅 균일성 △기계적 강도 △피부 침투 깊이 △약물 방출 특성 △안정성 △멸균 적합성 등이다. 양 교수는 "이중 심사 구조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만큼, 규제기관과 업계가 함께 가이드라인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규제 리스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조사노 파마(Zosano Pharma)의 편두통 치료제 패치 '크트립타(Qtrypta)'다. 메탈 마이크로니들에 고농도 약물을 코팅해 임상 3상에서 긍정적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FDA는 배치 간 노출 변동성과 함량 균일성 부족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했다.
이어 개발하던 골다공증 치료제 후보 역시 3상에서 피하주사(SC)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해 중단됐다. 두 사례 모두 코팅 공정의 일관성과 전달률 확보가 상용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양 교수는 "FDA가 조사노 파마 사례에서 지적한 것도 결국 배치 간 함량 균일성과 노출 변동성이었다"며 "코팅형 제품은 이러한 품질관리 시험을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국제적으로 확립된 기준은 부족하지만, 코팅 균일성, 방출 특성, 안정성과 같은 핵심 항목은 이미 제시돼 있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업계는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5년도 규제과학 단기교육-의약품 1차' 교육에서는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신주영 교수, 김주환 연구교수가 △RWD 활용한 시판 후 안전성 평가 만성질환 분야 실제 사례 △RWD 림프종 코호트 활용 외부대조군 연구 실제 사례에 대해 강연했다. 이정 교수는 국외 바이오뱅크 데이터 활용의 실제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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