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면허를 위조해 10년 넘게 약사 행세를 해 온 한약사 사건과 관련해, 약사 단체가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제도적 방임이 빚은 구조적 문제”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교차고용이라는 제도적 허점을 방치한 채 사실상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조제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며, 전면적인 제도 개선과 수사 확대를 촉구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은 7일 발표한 공식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면허를 위조한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한약사임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약사면허를 위조해 조제·청구를 해 온 행위는 한약사 직능 전체가 행정적, 사법적 방임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문서 위조뿐 아니라, 약사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대에 약사 면허를 도용해 조제·청구까지 이뤄진 만큼 이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악용한 명백한 범죄”라며, “단순한 윤리적 일탈이 아니라 건강보험제도를 교란시키는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기도 소재 약국에서 면허번호를 위조한 약사면허증을 게시하고, 근무약사조차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처방 조제가 이뤄졌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약사회는 물론 시민사회까지 충격에 빠졌다. 약국 개설자인 한약사는 위조 사실이 적발되자 뒤늦게 진짜 면허증으로 교체하거나 약국 양도를 회유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약준모는 “한약사에 의한 조제 권한 침해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경로로 반복돼 왔다”며, 최근에도 한약사가 전문의약품을 무단 취급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악용해 허가되지 않은 해외 의약품을 배송하는 등 불법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에 대해 “더 늦기 전에 한약사에 의한 비한약제제 일반의약품 판매 및 무자격자 조제 행위에 대한 전면적 제재에 나서야 한다”며, “전국의 교차고용 약국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부당청구에 대한 전액 환수 및 형사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차고용 구조를 방치해온 입법부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하며, “약국과 한약국을 명확히 구분하고, 교차고용 자체를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직능 간 갈등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국가 면허체계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중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약사회는 공문서 위조, 비상근 시간대 조제 청구, 마약류 조제 등 혐의로 해당 한약사를 고발했으며, 대한한약사회도 별도로 수사의뢰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는 이를 계기로 교차고용 금지 입법을 위한 정책 제안과 병행해, 유사 사례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