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치료 시장 폭발 예고" 최초 MASH 치료제 '레즈디프라' 연매출 1조원 눈앞
지방간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질병…제약바이오 새 성장축 부상
전세계 약 4억명 환자 추산으로 향후 10년간 가장 역동적인 치료제 시장 전망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06 06:00   수정 2025.08.06 06:01
©DALL-E

미국 FDA가 지난해 3월 세계 최초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 기존 NASH) 치료제 '레즈디프라(Rezdiffra)'를 승인한 지 불과 2년.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이 신약이 단일 품목으로만 연매출 약 8억 달러(약 1조1099억원)를 바라보는 메가 블록버스터로 성장하고 있다.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5일(현지 시간) 올해 2분기 기준 분기 매출은 2억1280만 달러(약 2952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 1억3730만 달러(약 1904억원) 대비 55% 성장한 수치다. 특히 2024년 2분기 1460만 달러(약 202억원)와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14배 넘게 성장했다. 단일 제품이 이처럼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사례는 최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이후로도 흔치 않다. 현 추세라면 연매출 8억 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레즈디프라 성장은 단순한 제품 흥행을 넘어 지방간 치료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한다. 이 치료제는 중등도~중증 섬유화(F2·F3 단계)를 동반한 MASH 환자를 적응증으로 하기 때문이다. 단순 지방간(NAFL)과 달리, 이들 고위험 환자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존에는 식이요법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 외에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면역학 및 염증국 국장대행 니콜라이 니콜로프(Nikolay Nikolov) 박사는 당시 승인 발표에서 "지금까지 중등도 이상의 섬유화를 동반한 NASH 환자의 간 손상을 직접 겨냥하는 치료제는 없었다"면서 "레즈디프라는 이러한 환자에게 처음으로 약물 치료의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지방간 주된 발병 원인은 널리 알려진 음주가 아니다. 비만, 제2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 대사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이로 인해 염증과 섬유화가 발생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이런 이유로, 2023년 세계 주요 간학회들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대신 '대사기능장애 지방간염(MASH)'이라는 명칭을 공식화했다. 질환의 본질이 술이 아니라 대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전 세계 MASH 환자는 약 4억4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상당수는 아직 진단되지 않았고, 치료 옵션도 부족하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1년 기준 국내 지방간염 관련 진료 인원은 약 40만6000여명으로, 5년 전보다 40% 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진단 기술이 고도화되고 인식이 확산되면, 환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MASH를 '간의 당뇨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처럼, 향후 광범위한 약물 시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레즈디프라는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를 선택적으로 자극해, 간세포 내 지질 대사를 조절하는 기전이다. 기존 항지질 약물과 달리 간 특이적으로 작용해 전신 부작용을 줄인다. 동시에 간 내 지방 축적과 염증, 섬유화를 함께 개선한다. 임상 3상에서 확인된 NASH 해소 효과와 함께 섬유화 단계의 일부 호전이 관찰됐고, 이는 FDA 승인에 근거로 작용했다.

MASH의 병태생리를 보면 이 기전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간은 체내 지질 대사의 중심 기관이다. 지방조직에서 분해된 유리지방산(FFA), 식이 유래 지방, 탄수화물에서 유도된 지방이 간에 유입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지방조직에서의 분해가 과도해져 혈중 FFA 농도가 급증한다. 간으로 유입되는 지방도 많아지고, 간 내 축적이 가속화된다. 동시에 지방 신생합성(de novo lipogenesis)도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방간은 악순환에 빠진다.

레즈디프라는 이 병리적 회로의 핵심 노드를 정조준한다. 단순한 지질 저하가 아니라, 병변의 가역적 개선을 유도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지난 5일(현지 시간) 올해 2분기 기준, 분기 매출이 2억128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 약업신문

글로벌 빅파마도 차세대 레즈디프라 자리를 놓고 경쟁을 시작했다. 화이자, 길리어드, 노바티스, 일라이릴리 등은 THR-β 작용제, FGF21 아날로그, FXR 작용제 등 다양한 기전의 차세대 치료제를 확보하거나, 유망 바이오텍과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지방간 치료제 시장은 오랫동안 연구는 많은데 상업적 성공은 없는 분야였다. 그만큼 미개척 상태였다. 레즈디프라의 성공으로 지방간 치료제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시장은 환자 기반이 넓다. 치료 기간도 길다. 병변의 완전한 회복이 아니라, 가역적 억제가 목표라는 점에서 고혈압, 당뇨병과 유사한 만성 약물 시장의 특성을 지닌다. 진단기술의 고도화, 생체표지자 확보, 보험 제도 편입 등이 맞물리면, 지방간 치료제 시장은 향후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할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MASH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이외에도 유망 바이오텍들도 잇따라 MASH 영역에 진입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MASH 치료제 'DD01'의 임상 2상 시험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24주차 투약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DD01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하는 장기 지속형 이중 작용제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6월 해당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로 설정된 MRI-PDFF 기반의 12주차 지방간 감소 데이터를 발표했다. 지방간이 3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과 평균 감소율 모두에서 글로벌 경쟁사 장기 투약(24~72주) 결과와 견줄 만한 경쟁력 있는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올릭스는 GalNAc-siRNA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MASH 치료제 'OLX702A'를 개발 중이다. OLX702A는 전장유전체상관분석(GWAS)을 통해 발굴된 유망한 유전적 타깃을 기반으로 개발됐다.GWAS는 대규모 인구 집단의 유전체 변이를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적 표적을 발견하는 연구 기법이다.

특히 OLX702A는 미국 일라이 릴리에 최대 6억3000만 달러(약 9100억원)규모로 라이선스 아웃됐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OLX702A를 MASH를 포함한 심혈관 및 대사 질환을 타깃하는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 미국 관계사 메타비아(MetaVia)도 MASH(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DA-1241'을 개발 중이다. DA-1241은 GPR119를 활성화하는 First-in-Class 경구용 합성신약으로, 인크레틴 분비 조절을 통해 간 대사와 염증 경로에 작용한다.

DA-1241은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완료했으며, ALT 수치 감소, 간내 지방 축소 등 간 기능 개선 지표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됐다. 현재는 FGF21 유사체인 '에프룩시퍼민(Efruxifermin)'과 병용요법을 전임상 단계에서 연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간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개화기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이미 만성질환 시장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치료제 개발은 물론 진단, 병용, 보험 등 연계 산업까지 확장 가능성이 크므로, 앞으로 10년간 가장 역동적인 치료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