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팔던 시대는 끝, 수치로 증명해야" 아이큐비아, 바이오 투자유치 전략 공개
목표 제품 프로파일(TPP)·임상 개발 계획(CDP)·기대 순현재가치(eNPV) 중심 3단계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28 06:00   수정 2025.07.28 06:01
©DALL-E

초기 단계 바이오텍 기업이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기술과 비전뿐 아니라, 데이터와 전략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아이큐비아(IQVIA)는 지난 25일 '초기 바이오텍의 위험을 줄이고 비전을 투자로 전환하는 전략(De-Risking Early-Stage Biotech - Turning Vision into Venture Capital)'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이큐비아가 제시한 세 가지 핵심 전략 도구는 △목표 제품 프로파일(Target Product Profile, TPP) △임상 개발 계획(Clinical Development Plan, CDP) △기대 순현재가치(expected Net Present Value, eNPV)다.

이번 리포트를 작성한 아이큐비아 바이오텍 메건 후튼(Megan Hooton) 대표와 연구팀은 "우수한 기술과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있더라도, 명확한 제품 비전, 실현 가능한 개발 계획, 수치 기반의 자산 가치 평가가 없다면 투자 유치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임상시험 전체 성공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자산이 타깃하는 적응증에 따라 최종 개발의 승산이 크게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기준, 임상 1상부터 최종 허가까지 성공률은 약 7%에 불과했다. 질환별로는 심혈관질환이 15%로 가장 높았고, 희귀질환은 10% 수준을 유지했으며, 감염병은 6%로 하락세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낮은 수치는 단순한 과학적 가능성뿐만 아니라, 질환 선택과 전략 설계가 자산의 경제적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질환군마다 임상 성공률, 규제 장벽, 시장 규모가 다르므로, 초기 단계부터 정량적 가치 분석과 명확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TPP(목표 제품 프로파일), CDP(임상 개발 계획), eNPV(기대 순현재가치)는 자산의 전 주기적 가치를 구조적으로 설계하고, 타당성을 수치로 입증할 수 있는 핵심 도구"라며 "후보물질을 보유한 것과 투자받을 준비가 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며, 바이오텍은 과학을 데이터 기반 전략으로 재구성해 투자자와 시장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아이큐비아와 사이트라인은 바이오텍 자산에 대해 TPP를 보유하고 있는지, 복수의 TPP를 전략적으로 검토한 경험이 있는지를 100개 기업에 질문했다. 약 17%는 여전히 TPP 자체를 마련하지 않았고, 32%는 단일 TPP만으로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아이큐비아, 약업신문=권혁진 기자

TPP, 규제 문서에서 전략 도구로

TPP는 그동안 규제 대응을 위한 고정된 문서로 활용됐다. 그러나 아이큐비아는 TPP를 단순한 규제 문서가 아닌,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시장성, 경쟁 우위, 치료적 가치를 통합하는 '전략 중심축(Strategic Anchor)'이라고 재정의했다.

아이큐비아와 시장조사 기관 사이트라인(Citeline)이 공동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개 바이오텍 중 약 17%는 여전히 TPP 자체를 마련하지 않았고, 32%는 단일 TPP만으로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었다. 약 83% 바이오텍은 TPP를 보유했고, 이 중 68%는 하나의 자산에 대해 두 개 이상의 TPP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하나는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현실적인 TPP를, 다른 하나는 이상적인 조건을 반영해 투자자나 제휴 파트너와의 협상 전략에 활용되는 TPP다. 즉, 후보물질이 어떤 질환을 대상으로, 어떤 환자군에, 어떤 효능과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TPP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전략적 TPP는 특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임상(First-in-Human) 진입을 가속하려는 기업에 매우 유용하다"라며 "TPP는 초기 단계부터 규제기관, 투자자, 제휴 파트너, 내부 개발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함께 완성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CDP, 임상 전략의 청사진

TPP가 제품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략 문서라면, CDP는 방향에 따라 실제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체적인 개발 경로를 말한다. 아이큐비아는 CDP가 단일 계획이 아닌, 복수의 임상 개발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이를 비교,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후보물질이라도 △빠른 시간 내 효과 입증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 전략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보수적 전략 △그 중간 단계인 표준 전략 등 다양한 개발 경로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각 전략에 따라 임상 비용, 개발 기간, 규제 리스크, 투자 회수 가능성, eNPV등 주요 변수는 크게 달라지므로, CDP는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CDP는 다양한 개발 경로를 모델링하고, 경로별 시간, 비용, 리스크 프로파일을 분석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핵심"이라며 "내외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전략적 뼈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자산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전했다.

eNPV, 투자 가치를 수치로 입증

eNPV는 개발 자산의 투자 가치를 수치로 평가하는 정량적 지표를 말한다. 개발에 필요한 시간, 비용, 성공 확률, 시장 진입 후 예상 수익 등을 통합 계산해 하나의 값으로 제시한다.

아이큐비아는 보고서에서 eNPV를 과학적 불확실성을 투자 관점에서 수치화하는 프레임워크로 정의했다. 또 단순한 재무 지표가 아닌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분석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같은 후보물질이라도 개발 전략에 따라 eNPV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장 보수적인 전략은 개발 기간이 10.1년으로 비교적 길지만, 리스크를 사전에 줄여 eNPV 116.9라는 높은 수치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빠르게 PoC(치료 효과 입증)를 확보하려는 공격적 전략은 개발 기간을 7.4년까지 단축할 수 있지만, 성공 가능성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eNPV는 75.2로 낮아진다.

아이큐비아는 이 수치를 통해 투자자가 빠른 회수와 높은 수익 중 어떤 전략적 균형을 택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eNPV는 단일 수치보다 다양한 전략 간 상대적 비교 도구로 활용될 때 진가를 발휘한다. 같은 질환에 두 개의 후보물질이 존재하거나, 동일한 후보물질에 대해 미국과 유럽 중 어느 시장을 먼저 공략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로별 eNPV를 시뮬레이션하면 경제적 가치가 더 높은 선택지를 수치로 입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재무 계산을 넘어, R&D, 사업개발(BD), 임상 전략팀 등 전사적 전략 수립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eNPV는 시간, 비용, 성공 확률, 수익 등 핵심 요소를 하나로 통합해 자산의 투자 가치를 수치로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분석 도구"라며 "투자 유치, 파트너십 협상, 파이프라인 우선순위 결정까지, 바로 전략에 적극 활용해야 할 필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코스닥 상장 벤처캐피털 소속 심사역은 약업신문과 통화에서 “국내 바이오텍은 여전히 기술력만으로 투자 유치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플랫폼이나 파이프라인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시장 진입 전략이나 투자 회수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자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과학적 가능성만으로 설득하는 시대가 아니라, 그 가능성을 어떻게 실현할지 전략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