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부작용을 예측한다”…의약품안전원, 감시부터 보상까지 전면 혁신
3개년 계획 본격화…CDM·LLM 기반 능동형 약물감시, 피해구제 절차도 디지털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AI 기반 민원 응대·신청 절차 자동화 시스템 2025년부터 도입
KAERS 시스템 고도화·CDM 확장·AI 자동분석 도입…약물안전 정보 실시간화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17 06:00   수정 2025.07.17 06:01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약물감시 및 피해구제 체계가 ‘예측-보상-정보 제공’의 전 생애주기 안전관리로 진화 중이다. ©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의약품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이 ‘사후 보고’에서 ‘사전 예측’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공통데이터모델(CDM) 등을 기반으로 약물감시와 피해구제 체계를 전면 개편하며, 공공기관의 역할을 ‘정보 수집기관’에서 ‘안전관리 허브’로 확장하고 있다.

2025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이 체계 개편은 데이터 기반의 능동적 감시, 민원 응대를 포함한 자동화, 제도 홍보 및 절차 간소화, 그리고 임상시험 안전망 확대를 중심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손수정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장은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기관으로서 본질에 충실하되, 기술 기반의 통합형 안전관리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CDM 기반 AI 감시 체계 본격화…의료기관 66곳까지 확대
의약품안전원은 그동안 이상사례 수집과 분석을 중심으로 약물감시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부작용 보고 건수가 급증하며 수작업 중심의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혔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AI와 CDM 기반의 자동화 감시체계 구축이 추진됐다.

현재 30개 의료기관에서 연계된 전자의무기록(EMR) 및 CDM 네트워크는 2025년까지 66개 기관으로 확대되며, 약 4천만 명에 달하는 실제진료 기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거대언어모델(LLM)을 도입해 부작용 데이터의 분류, 우선순위 판단, 국내외 허가사항 자동 비교 등 전문가 중심의 고난도 작업도 AI가 대체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개발 중이다.

손 원장은 “데이터의 규모가 아니라 질과 분석 능력이 핵심”이라며 “CDM 플랫폼의 확대와 비정형 데이터 연계를 통해 정확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 감시를 넘어 부작용 패턴을 사전 탐지하고, 필요한 경우 특정 성분에 대해 조기 경고 체계를 작동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도화된다.

KAERS 혁신 및 보고 정확도 향상…원시자료 자동 제공까지
의약품안전원의 약물감시 핵심 인프라인 KAERS(Korea 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는 2023년부터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으로 전면 통합됐다. 보고 항목은 기존 80여 개에서 230개 이상으로 확대되며, 국제 표준(ICH E2B R3)에 맞춘 상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졌다.

그 결과, 이상사례 보고 건수는 2020년 147만 건에서 2024년 153만 건으로 증가했고, WHO-UMC(웁살라 모니터링 센터)에 보고된 한국의 이상사례 건수는 세계 2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제조사에 제공하는 이상사례 원시자료도 자동화되면서, 2020년 평균 32일이 소요되던 자료 제공 기간이 2024년에는 1일로 단축됐다.

전국 28개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전체 보고 건수의 약 70%를 담당하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역 의료진의 자발적 보고를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과 인센티브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향후에는 실시간 경고 앱, 디지털 약물안전카드 등 사용자 중심 플랫폼과의 연계도 강화된다.

피해구제, 챗봇으로 신청…서류 자동화·디지털화 본격 추진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역시 전면적인 개편이 예고된다. 지난 5년간 제도 신청 건수는 167건(2020년)에서 240건(2024년)으로 증가했지만, 평균 지급률은 42%에 그쳤다. 부작용 발생 시 환자가 가족관계증명서, 진료기록부, 투약내역서 등 복잡한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의약품안전원은 2025년부터 챗봇 기반 민원 응대 플랫폼을 도입해 피해구제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 연계를 통해 제출서류를 자동 수집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손 원장은 “부작용 피해자는 단순한 행정 민원인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환자”라며 “문턱을 낮추고 실질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약물안전카드 도입도 추진된다. 기존에는 종이·플라스틱 카드 형태로 제공돼 휴대와 재발급에 불편함이 있었으나, 디지털 카드로 전환되면 병원·약국에서 동일성분 중복 처방을 방지하고, 부작용 발생 시 실시간 경고도 가능해진다.

10년간 동결된 홍보예산…2026년 TV매체 중심 확대 추진
의약품 피해구제 제도는 약사법 제86조의2에 따라 국가가 보상하는 구조로, 제약사로부터 징수한 부담금이 재원으로 활용된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약 350억 원이 누적되었으나, 실제 지급률이 낮아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신뢰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편, 피해구제 제도의 홍보예산은 2015년 이후 10년간 8200만 원 수준에서 동결돼 대국민 홍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의약품안전원은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했고, 2026년부터는 TV,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계층별 맞춤형 홍보 전략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의약품안전원 관계자는 “의사·약사 등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인식 제고가 보상 연계율을 높이는 첫걸음”이라며 “하반기 인지도 조사를 통해 중장기 홍보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전했다.

마약류 오남용 모니터링 ‘K-NASS’ 구축…ADHD 치료제도 포함
의약품안전원은 의약품뿐 아니라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 체계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까지 구축되는 ‘K-NASS’는 AI 기반의 마약류 통합감시시스템으로, 행안부·법무부·복지부의 정보를 연계해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사용과 중복 처방을 사전 탐지할 수 있다.

특히 ADHD 치료제나 수면제(졸피뎀) 등 오남용 가능성이 높은 주요 성분에 대해 투약이력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하고, 행정안전부 국민비서서비스와 연동해 개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내역을 모바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임상시험 IRB 확대, 통합정보시스템도 클라우드로 전환
향후에는 임상시험 안전관리도 내실화를 꾀한다. 2025년까지 중앙 IRB 공동심사 기관 수를 90곳 이상으로 확대하고, 위원 전문성 평가, 전문가 풀 확충, 참여자 상담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임상시험 참여자 보호 체계를 강화한다.

또 현재 11개로 분산돼 있는 의약품안전 정보시스템은 2027년까지 클라우드 기반의 대국민 통합정보 플랫폼으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국민 누구나 안전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의약품 관련 민원과 정보 검색, 부작용 신고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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