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 중인 중국 뷰티… 질적 성장은 과제
고급 브랜드 희소·점유율 분산… 구조 재편 필요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15 06:00   수정 2025.07.15 06:01

중국 화장품 브랜드의 개별 경쟁력이 시장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 비즈니스 매거진(CBM)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의 뷰티 시장은 개별 브랜드의 경쟁력이 시장 전체의 규모 확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따얼부창(大而不强)’ 구조를 띠고 있다"며 "산업 발전을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개별 브랜드의 경쟁력이 시장 규모 성장에 닿지 못하는 산업 구조적 한계는 K-뷰티의 당면과제와 유사하다. 국내 뷰티 산업 역시 고부가가치 브랜드의 비중은 낮고, 상위 시장 점유율은 분산돼 있는 실정이다. K-뷰티가 향후 브랜드 집중도와 기술 기반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시장 내 질적 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기술 외에 문화적 가치나 ESG 관점에서 제품을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중국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양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전문가들은 브랜드 가치 상승이 지속 성장을 위한 과제로 남아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 DALL·E


양적 팽창 속 ‘따얼부창’ 구조 고착

중국향료향정화장품공업협회가 지난 1일  ‘2025 중국 화장품 브랜드 발전대회’서 발표한 ‘2025 화장품 브랜드 TOP50’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화장품 시장의 총 소매 규모는 1조738억2200만 위안으로 2년 연속 1조 위안대를 돌파했다.

자국산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55.2%를 점유하며 수입 브랜드를 앞섰지만, 상위 50개 브랜드 중 자국 브랜드(22개)의 합산 매출은 39.98%로 50%선을 밑돌았다. 또한 자국 브랜드의 평균 소매 규모는 41억1600만 위안으로, 미국 브랜드 평균(56억1900만 위안)에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브랜드가 고매출 기업을 다수 보유한 반면, 중국 브랜드는 수적 우세에도 평균 매출에선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TOP50 브랜드 중 매출 50억~100억 위안 규모의 브랜드는 프랑스 로레알 계열 9개, 미국 P&G 계열 4개, 에스티로더와 시세이도 계열 각각 3개다. 중국 브랜드는 4개에 그쳤다.

협회 산업연구센터 야오융빈(姚永斌) 주임은 매출 구조를 분석하며 “숫자로만 보면 중국 브랜드 점유율이 우세하지만, 고부가가치 브랜드로의 전환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우수한 브랜드가 산업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급 브랜드 육성이 어렵다는 점이 현재 중국 화장품 산업의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시장 내 브랜드 경쟁도 뚜렷한 분산 구조를 보이고 있다. 협회 브랜드전문위원회 전문가이자 웨이라이지(未來迹) 창립자인 류리쥔(刘李军)은 “TOP10 브랜드의 소매 총액은 2191억2900만 위안으로 전체의 20.41%에 불과하다”며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의 합산 비중이 30% 미만일 경우 산업이 고도로 분산된 경쟁 구조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규모의 벽을 형성하기 어려운 산업에선 가격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국지적 독점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세분화·ESG로 질적 성장 모색

개별 브랜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혁신은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핵심 원료 개발, 특허 기반 제품 차별화, 소비자 기반 기술 도입 등이 주요 전략으로 부각됐다.

구위바이오(谷雨生物科技集团) 공동창립자인 린위팅(林雨汀)은 “Glabridin 성분은 수용성과 지용성이 모두 낮아 정제 난도가 높지만, 두 건의 혁신 특허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연구 사례를 전했다.

글로벌 브랜드 역시 기술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P&G 중국지역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총괄 가오페이(高培)는 “중국 소비자는 점점 더 이성적인 구매 태도를 보이며, 특정 기능 중심으로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며, “어떤 성분을 어떤 기술로 적용하느냐가 브랜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로레알 북아시아 회장이자 중국 법인 CEO인 빈센트 보이네이(Vincent Boinay)는 “로레알은 매년 매출의 3%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하이 푸둥 연구소에만 4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내 틈새 수요를 겨냥한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2025 중국 화장품 브랜드 발전대회’서 공개된 ‘세분시장 지도’에 따르면, 2000억 위안 규모의 시니어 시장에선 최근 ‘오일 보습’을 중심으로 한 스킨케어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또한, 연간 21.8%의 성장률을 보이는 남성 스킨케어 시장과 24.8%의 성장세를 보이는 향 제품 시장에선 감성 가치를 내세운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협회 브랜드전문위원회 전문가이자 mz터우탸오(美妆头条) 대표인 장빙우(张兵武)는 “이익을 내는 브랜드는 매우 좁은 시장을 정밀하게 공략하며, 기술력과 트래픽을 집중 투자해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다”며 “이런 방식은 시장의 허리를 형성하는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분화 전략은 소비자 수요 변화에 기반한다는 평가다. CBM은 “의료미용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시술 전후 제품 수요가 증가했고, 야외활동 증가로 인해 일회용 포장 제품의 판매도 늘고 있다”며, “새로운 수요는 새 시장을 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칭옌(青眼) 공동창업자 리후이화(李惠华)의 말을 전했다.

중국향료향정화장품공업협회 옌장잉(颜江瑛) 회장은 “중국 화장품 산업은 지금 ‘가치의 사다리’를 올라야 할 시점”이라며, “R&D 확대와 기술 개발은 물론, 중화미학 등 문화적 내포를 담은 제품 기획, ESG 기반의 지속가능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고품질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 품질과 더불어 진정성과 문화적 가치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브랜드의 장기 경쟁력을 결정짓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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