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도 QbD로 만든다?"…제약 공정 설계의 신세계
서문식 연구원, 실험 설계와 통계 기반 공정 최적화 사례 소개
실험에서 생산까지, 서문식 연구원이 밝힌 QbD의 설계 원칙과 실제
FMEA, DOE, 시뮬레이션 기반의 데이터 중심 공정관리 사례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10 06:00   수정 2025.07.10 06:01

“누가, 어디서, 어떤 장비로 만들더라도 품질이 일관된 약이 나와야 합니다. 그게 바로 QbD의 목표입니다.”

9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품질혁신 세미나 ‘2025년 글로벌 GMP 기반- 제약혁신기술 글로벌 1차 세미나’에서 서문식 연구원(에스티팜 연구본부 기술이전 팀장)은 QbD(Quality by Design)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 제조 전략을 발표하며, 단순한 실험 기법을 넘어 품질 철학과 생산 전략으로 QbD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적 근거 기반의 설계와 공정 이해를 통해 예측 가능한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QbD는 약물 개발 초기부터 상용화 이후까지 일관된 품질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제어하기 위한 전략이다. ICH 가이드라인 Q8~Q11에 기반한 QbD 접근은 전통적인 실험-검증 방식과 달리 ‘설계단계에서 품질을 내재화’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타깃 품질 특성(CQA)과 공정 변수(CPP)의 연계성

발표의 시작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의 QTPP(목표 제품 프로파일) 정의였다. QTPP가 도출되면 주요 품질 특성(CQA, Critical Quality Attribute)이 정의되고, 이를 통해 공정에서 반드시 관리되어야 할 변수들(CPP, Critical Process Parameter)이 설정된다.

서 연구원은 “CQA에서 출발해 CPP를 정의하고, 이를 통해 공정 전반의 품질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QbD의 핵심”이라며, “제조 환경이 아니라 실험실에서부터 이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FMEA 기반 리스크 평가와 1-3-10 스코어링의 이유

QbD의 리스크 관리는 FMEA(Failure Mode and Effects Analysis)를 통해 정량화된다. 서 연구원은 “시빌리티(Severty), 오큐런시(Occurrence), 디텍터빌리티(Detectability) 세 요소를 곱해 RPN(Risk Priority Number)을 도출하며, 이를 통해 리스크 우선순위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3-10’ 스코어링 방식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기존의 1-2-3 방식은 RPN 산출 시 값의 차이가 미미해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1-3-10 체계는 리스크의 직관적인 구분과 대응 우선순위 설정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감자튀김도 QbD로…DOE 실험 설계의 직관적 접근

서문식 연구원이 QbD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예시는 ‘감자튀김’이었다. 그는 “전 세계 어디서 먹든 바삭하고 촉촉한 감자튀김이 동일한 맛을 내는 이유는 QbD 접근 덕분”이라며, “감자 품종, 자른 두께, 전분 제거, 냉동 및 재가열까지 모든 과정이 설계돼 있으며 이는 제약 제조와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 설계(DOE, Design of Experiments)를 통해 공정 내 주요 인자를 도출하고, RSM(반응 표면 모델), DSD(Definitive Screening Design) 등을 활용해 다변량 실험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통해 디자인 스페이스(Design Space)를 구축하고, 이후 NOR(Normal Operating Range)와 PAR(Proven Acceptable Range)을 설정함으로써 공정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디자인 스페이스 구축에서 시뮬레이션까지
QbD가 실험실 수준에서 끝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서 연구원은 “연구실 실험 결과가 실제 플랜트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스케일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 반응 실험을 예로 들어, 1L 장비에서 수소 압력 조건을 설정하고 이를 4,000L 대규모 반응기로 확대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사례를 소개했다. 실험 데이터를 시뮬레이션 툴에 입력해 미싱 링크를 보완하고, 설비 조건을 맞추어 동일한 품질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제조 설비나 생산 사이트가 변경될 때도, 기존 QbD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치 업(Batch-Up)과 생산 연속성을 확보한 사례를 통해 기술 이전과 스케일 팩터의 변동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했다고 밝혔다.

“연구실에서 공장까지 연결하는 다리는 시뮬레이션”

QbD 전략은 단순히 실험 기법이 아니라, 실험과 생산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다리’라는 점도 강조됐다.

그는 “A라는 섬(연구실)에서 B라는 섬(공장)으로 건너가기 위해선 시뮬레이션이라는 다리가 필요하다”며, “풍랑이 몰아쳐도, 배가 아니라 다리로 이동해야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AI나 고차원 분석 도구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기법은 향후 QbD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는 “실험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작업자 숙련도에 관계없이 같은 품질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QbD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실험실의 QbD, 살아있는 지식이 되어 공장으로 가다

마지막으로 그는 “실험실에서 정립한 QbD 결과가 죽은 지식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장 조건에 맞춘 시뮬레이션과 컨펌 테스트를 통해 현실화했다”며, “설비 크기, 배치 크기, 생산 위치가 바뀌더라도 디자인 스페이스 내에서 품질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QbD는 단순히 공정 설계를 위한 기법이 아니라, 제약 산업이 점점 더 요구하는 고품질, 고일관성, 고유연성 제조 시스템을 구현하는 기반이다. 서문식 연구원의 발표는 실험실의 품질 철학이 현장까지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국내 제약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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