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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좀(Exosome)은 이제 더는 실험실에 머무는 학술적 개념이 아닙니다. 이미 다양한 치료제가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서며,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치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의 유연한 정책과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조화를 이뤄야 할 시점입니다."
엑소좀산업협의회 최철희 회장의 말이다. 최 회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제4회 KSEV 2025 산학협력워크숍'에서 국내 엑소좀 기술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학술과 산업, 규제와 정책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되는 전환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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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한국엑소좀학회(KSEV)와 엑소좀산업협의회(EVIA)가 공동 주최했다. 엑소좀 연구자, 기업체, 규제기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연구 동향과 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워크숍에는 엑소좀 관련 산학연 관계자뿐만 아니라,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국가신약개발사업단, 한국연구재단 신약단, 보건복지부 재생의료정책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 등 주요 정부 부처와 사업단 관계자들도 참석, 엑소좀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국가 전략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갔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지름 약 30~150nm 작은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로, 세포 간 신호 전달 및 생체 내 물질 운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부에는 단백질, 지질, mRNA, miRNA 등 다양한 생체분자가 포함돼 있다. 원래의 세포 특성을 반영한 정보를 담고 있어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활용된다. 특히 면역조절, 조직 재생, 표적 전달 능력 등을 갖추고 있어, 세포치료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엑소좀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2021년 117억7400만 달러(약 15조9949억원)에서 2026년 316억9200만 달러(약 43조535억원) 규모로 연평균 21.9%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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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박영민 단장은 엑소좀이 차세대 치료제 플랫폼으로 산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엑소좀은 암뿐 아니라 염증성 질환, 감염병, 자가면역질환, 신경계 질환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가며, 본격적인 신약 모달리티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아직 승인된 엑소좀 치료제는 없지만,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신약으로서 가능성과 잠재력이 매우 크다"면서 "엑소좀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기술 내재화와 다학제 간 협력이 병행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엑소좀 기반 치료제 연구 중 약 68%는 암을 주요 적응증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감염병, 알츠하이머병, 심혈관 질환, 자가면역질환, 파킨슨병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엑소좀 치료제 파이프라인도 임상 단계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 다이렉트바이오로직스(Direct Biologics)는 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에서 분리한 엑소좀 치료제 'ExoFlo'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와 COVID-19 관련 호흡부전을 적응증으로 임상 2상을 완료,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 나노24메드(Nano24med)는 면역 조절 단백질 CD24를 탑재한 비강 흡입형 엑소좀 치료제 'EXO-CD24'로 미국에서 ARDS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엑소좀 기반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임상 성과를 내고 있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ILIAS Biologics)는 호주에서 급성 신손상(AKI)을 적응증으로 하는 'ILB-202' 임상 1상을 완료했다. 브렉소젠(Brexogen)은 면역조절 단백질을 융합한 이중 기능성 엑소좀 치료제 'BRE-AD01'로 미국에서 아토피 피부염 대상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에스엔이바이오(S&E Bio)는 식약처로부터 급성 뇌졸중을 적응증으로 한 'SNE-101' 임상 1b상 승인을 획득했다. 전임상에서는 엑소좀의 뇌혈관 장벽(BBB) 투과 능력을 확인했다. 엑솔런스(Exollence)는 췌장암(PDAC)과 대장암(CRC)을 대상으로 하는 엑소좀 약물전달체 'EB-TM1'을 비임상 단계에서 연구 중이다.
엠디뮨(Mdimune)은 압출 기반 엑소좀 생산 플랫폼 'BioDrone'을 기반으로 안과·희귀·종양 질환 등 복수 파이프라인을 전임상에서 동시 개발 중이다. 엑소코바이오(ExoCoBio)는 siRNA 기반 엑소좀 치료제 'EXO-101'을 피부염 적응증으로 비임상 연구하고 있으며, 정제 및 생산 기술도 함께 확보하고 있다.
시프트바이오(ShiftBio)는 현재 두 개 후보물질을 중심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고형암을 겨냥한 'SBI-101'은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았으며, 'SBI-102'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과 급성 간부전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단장은 "다만 엑소좀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과제도 명확하다"면서 "이질성(Heterogeneity)으로 인한 일관성 확보 문제, 낮은 생산수율, 분리 및 분석 기술 표준화(CMC) 이슈 등은 여전히 산업계가 해결해야 할 난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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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조인호 단장은 최근 엑소좀 기반 치료제 연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실제 정부 연구개발 과제 내에서도 엑소좀 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단장은 "엑소좀은 재생, 면역조절, 표적전달 기능을 모두 갖춘 차세대 치료제 후보"라며 "2025년 정부 지원 R&D 선정 과제 중 엑소좀 관련 과제가 전체 17.9%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계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엑소좀 분야에서 총 31개 과제가 선정됐고, 이 중 기초연구 14개, 비임상 14개, 임상 3개로 구성돼 있다"며 "유수 기관들이 참여해 엑소좀 유래 치료제 개발과 전달 기술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앞으로 성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엑소좀 기반 치료제를 세포 유래 성분을 포함한 바이오의약품으로 보고, 세포 유래 특성을 반영해 세포치료제 가이드라인을 참고한 품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세포유전자치료제과 강진욱 보건연구관은 "엑소좀은 아직 생물학적 복잡성과 기술적 미비점이 공존하는 영역이지만, 첫 임상 승인 사례가 등장하면서 명확한 개발 경로가 점차 정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엑소좀은 세포보다 작지만, 항체 등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복잡한 입자 이질성, 구성 다양성으로 품질 심사에서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며, "특히 제조공정, 배양 조건, 공여자 특성에 따라 물리적·생물학적 특성이 민감하게 달라지는 만큼, 배치 간 일관성과 배치 내 동등성 확보가 핵심 품질 이슈"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엑소좀 내 단백질, RNA, 지질 등의 구성 성분에 대한 정량적 분석과 기능적 특성에 기반을 둔 역가시험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공정 유래 불순물, 세포 사멸체, 공여자 유래 바이러스 등 안전성 평가도 병행돼야 한다.
2023년에는 세포외소포 치료제에 대한 품질·비임상 평가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며 동물·미생물 유래 엑소좀까지 적용 범위가 확장됐지만, 식물 유래 엑소좀의 경우는 아직 별도 기준이 없어 품목 분류 후 개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기업의 기술 특성에 따라 규제과학 상담을 통해 맞춤형 심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강 보건연구관은 "세포는 없지만, 세포치료제만큼 품질 기준을 요구받는 엑소좀 치료제 개발자들에게는 표준화된 공정 확립과 데이터 기반의 일관성 확보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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