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아벤티스 백기사役 전향적 검토"
화이자의 사노피 인수 부추길 수도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3-15 18:02   수정 2004.04.16 10:49
스위스 노바티스社가 아벤티스社를 위해 백기사(white-knight)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것인지 유무를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아벤티스社가 사노피-신데라보社의 적대적 인수 위기에 놓이기 시작한 이래 백기사役을 맡아줄 최고의 적임자로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던 노바티스측이 그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노바티스는 백기사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노 코멘트로 궁금증만 키우는 등 어정쩡한 입장으로 일관해 왔었다.

이날 발표는 프랑스 증권감독위원회(AMF)의 질의에 답변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노바티스社의 셀든 존스 대변인은 "백기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현재로선 더 이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아벤티스측의 나탈리 제커 대변인도 자세한 언급을 유보하는 반응을 보였다.

노바티스측의 발표가 나오자 파리 증권거래소(bourse)에서 아벤티스의 주가는 4%가 뛰어오른 65유로(80.22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노바티스측이 모종의 조치를 실행에 옮길 경우 이번엔 화이자社가 사노피에 대한 인수작업을 구체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재 아벤티스측은 다른 제약기업들과도 의견을 타진 중에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돌림자가 같은(?) 노바티스와 손을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프루덴셜 증권社의 티모시 앤드슨 애널리스트는 "노바티스나 화이자와 같은 메이저 제약기업들에게 빅딜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이득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면서도 "노바티스와 아벤티스의 제휴는 매우 유의미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항암제, 심혈관계 치료제, 항당뇨제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노바티스와 아벤티스의 빅딜이 가시화할 경우 화이자가 또 다른 빅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바티스와 아벤티스가 합병을 단행할 경우 화이자를 추격하는 세계 2위의 새로운 공룡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고, 화이자측이 그 같은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소규모 바이오테크 메이커 에스페리온 테라퓨틱스社(Esperion)가 유망한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화이자측이 시가에 50%의 프리미엄을 붙인 13억 달러의 조건에 이 회사를 아예 인수했던 전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에스페리온을 인수함으로써 이 회사의 콜레스테롤 저하제가 장차 화이자 제품의 경쟁품목으로 부상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 버렸다는 것.

코메르쯔 방크의 마르크 부티 애널리스트는 "노바티스와 아벤티스의 빅딜이 성사된다면 사노피가 또 다른 빅딜의 타깃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사노피측이 자신 보다 몸집이 큰 아벤티스를 상대로 당찬 카드를 던지고 나섰던 것은 양대주주인 화장품 메이커 로레알 그룹과 석유 메이저 토탈피나 엘프社가 지분을 정리할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다.

또 사노피측이 비만치료제 겸 금연보조제로 개발 중인 후보신약 '아콤플리아'(Acomplia)가 빅딜을 부추길 매력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화이자측이 독점 초래의 소지가 있는 몇몇 제품들을 포기하고라도 빅딜을 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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