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제약바이오' 대선 정국서 '찬밥' 신세…업계 깊은 우려
'R&D 투자·인재 유출·규제 혁신' 등 대선 후보 비전 제시 부족 지적
국민 건강 및 국가 경쟁력 책임질 전략 산업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 제시 촉구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5-27 06:00   수정 2025.05.27 06:01
©DALL-E

차세대 국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으며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다가오는 대선 정국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경제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력 대선 주자들 공약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뚜렷한 전략이나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서 정작 미래를 견인할 제약바이오 산업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31조451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액도 전년 대비 5.8% 증가한 30조6303억원으로 처음 3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부문의 성장이 눈부시다.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생산 실적은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점유율 확대로 사상 최초로 2조원대를 넘어섰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바이오헬스산업 수출액이 전년 대비 13.1% 증가한 22조원(약 150억9000 달러)을 넘어서며 역대 세 번째 규모에 해당하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표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명실상부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 세계적인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바이오 산업은 각국의 국가 전략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 정책 공약에서 제약바이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AI, 반도체, 모빌리티 등 다른 기술 분야에 집중된 공약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일 주요 후보들의 공약 발표를 꼼꼼히 살펴보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책이나 육성 계획을 제시한 후보는 드물다"면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분야임에도 대선 전략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마도 표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정치권 무관심은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큰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텍의 한 연구원은 "신약 개발은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정부의 일관된 R&D 지원과 정책적 예측 가능성이 필수"라며 "불확실한 정책 환경에서는 기업도 투자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매출 대비 평균 R&D 비중은 약 10% 수준이나, 미국 일라이 릴리는 2024년 한 해에만 R&D에 15조637억원(약 109억9060만 달러) 규모를 투입했다"며 "국가의 뒷받침 없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2023년 대비 R&D 투자액을 18% 늘렸다. 이는 2024년 전체 매출의 약 24.4%를 차지한다.

일라이 릴리 2024년 연구개발 현황.©일라이 릴리 공식 홈페이지

우수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인 만큼, 인력 확보가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비춰질 경우, 인재들이 더 나은 여건을 찾아 해외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2022년 바이오헬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분야 인력 부족률은 국내 12대 산업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속 연구원은 “연구는 사명감으로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면서 "해외 선진국들은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우리는 여전히 명분 쌓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지속적인 정책 외면이 이어진다면 국내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국외로 이탈하는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급변하는 기술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대표는 "혁신 기술이 나와도 낡은 규제 프레임에 발목 잡혀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규제 기관이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구체적 이해 없이 선언적 공약만 내놓는다면, 규제 개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약바이오 산업계는 대선 후보들에게 단순한 언급을 넘어선, 실효성 있는 정책 비전과 실행 전략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단지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국가 핵심 산업"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했음에도 대선 후보들은 여전히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후보들은 제약바이오 산업을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략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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