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안전성… K-뷰티의 내일을 말하다
대한화장품학회 춘계 학술대회, 산업 발전 방향 모색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5-26 06:00   수정 2025.05.26 06:01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지난 23일 열린 대한화장품학회 2025년 춘계 학술대회 현장. ⓒ뷰티누리

“진짜 혁신은 본질을 파고드는 집요함에서 나온다”

K-뷰티가 생존하려면 창의적 혁신과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대한화장품학회(회장 황재성)는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지난 23일 2025년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오전에는 기조강연 및 초청강연이, 오후에는 △제형 △대체법 △소재 △안전성 △피부&천연물 효능 기전 △평가 및 임상 등 6개 분과별 세션이 진행돼 최신 연구 성과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혁신은 통증 수반… 본질 파고들어야

▲ 대한화장품학회  박영호 명예회장이 기조강연자로 나서  화장품 산업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뷰티누리

지난 3년간 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박영호 명예회장은 '화장품 산업의 R&D 혁신'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다. 박 명예회장은 영어 'innovation'과 한자 '革新' 등 어원을 언급하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정한 혁신은 기존 질서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고 전제한 그는 "특히 한자 ‘혁(革)’에는 ‘가죽을 벗긴다’는 뜻이 있을 만큼 변화란 어렵고 아픈 과정"이라고 말했다.

혁신을 양적 효율성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과 창의적 혁신으로 크게 분류한 박 명예회장은 "양적 효율성 경쟁으로 가자면 어지간한 산업에선 중국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건비, 노동환경 등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가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력 격차도 많이 줄었다.

창의적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 혁신에 정답은 없다"고 강조한 박 명예회장은 "혁신은 대단한 발명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집요한 태도에서 비롯된다"며 "거대 플랫폼의 시대에는 대체 불가능 브랜드가 돼야 살아남는다"고 역설했다. 브랜드는 생존을 위해 플랫폼이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근원적 심리 욕구△위상(타인의 존경) △소속감 △독특함 △통제(스스로 결정) 등을 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명예회장이 현대의 '대표적 혁신'으로 언급한 것은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SpaceX)'와 '뉴럴링크(Neuralink)'다. 규제와 환경 문제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실험을 거치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구현해 내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다.

박 명예회장은 '밸류체인 간 협업', 즉 '개방 혁신'이 창의적 혁신의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점차 산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복잡한 기술의 접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한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연구를 진행하기보다는 협업을 통해 의미있는 큰 과제를 해결해나가면서 변화를 도출해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도입에 따른 후폭풍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여러 산업에 AI가 도입되면서 제품과 서비스 공급이 무한대로 증가하는 '공급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그는 AI 시대엔 연구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며 기획 영역에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성 평가, 규제 보단 '성장 전략'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 고지훈 과장은 초청강연자로 나서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뷰티누리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 고지훈 과장은 초청강연 세션에서 ‘화장품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식약처의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은 지난해 수출액 102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수출액을 10.9%나 끌어올려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 제품이 66.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선 안전성 평가제도 도입을 통해 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고 과장은 "유럽이 안전성 평가 제도를 일찍이 도입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검토를 해왔으나, 유럽의 수출 비중이 미국·중국·일본 등에 밀려 체감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중국이 안전성 평가 제도를 의무화하고 미국도 MoCRA 및 GMP 의무화 등 새로운 규제를 많이 도입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안전성 평가제도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유럽은 책임자(RP)가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제품정보파일의 일부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은 책임자가 화장품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는지를 보증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을 구비하도록 의무화했다. 중국은 화장품의 등록·허가 시 각 성분의 안전성 평가를 포함하는 제품 안전성 평가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디. 특히 중국에서  안전성 평가자는△의학·약학·생물학·화학 또는 독성학 등 화장품 품질 안전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갖춘 자 △화장품 완제품 또는 원료 생산 과정 및 품질 안전 통제 요구를 숙지한 자 △5년 이상 화장품 산업과 관련해 종사한 자,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점프업 K-코스메틱 민관협의체'를 통해 평가 항목, 평가자 자격, 도입 시기 등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 과장은 "안전성 평가 제도는 규제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역량을 제고할 필수적인 방안"이라면서 "책임판매업체가 안선성평가에 대한 이해나 보고서 해석 능력 등을 갖춰야 진정으로 제도 도입 취지가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안전성 평과 도입과 관련해 △전문인력 양성 △원료 안전성 정보 제공 △안전성 평가 기술 지원 △안전성 평가 전문기관 운영 등을 통해 업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안전성 평가 제도 시행 전에 적정한 수의 평가자가 확보되도록 교육과정 및 교육 이수를 지원할 예정이며, 원료 안전성 DB 제공을 위해 공공 플랫폼과 업계간 협력 플랫폼 운영을 추진한다.

고 과장은 "식약처가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도적 노력 및 국제협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 소비자가 안심하고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표시 제도를 개선하고, 유통 제품 관리를 강화하며, 원료 안전기준 개선도 진행되고 있다. 시장 성장 촉진을 위해선 일부 제도를 완화해 업계 부담을 낮추는 작업도 마련 중이다.

"화장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민관 협력 거버넌스'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고 과장은 "22년부터 운영 중인 점프업 K-코스메틱 민관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의견 수렴 및 개선 과제 건의를 받고 있으며, 상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장품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식약처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많은 지원과 관심을 부탁드리며, 학회에서도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여러 가지 규제 및 개선과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며 강연을 마쳤다.

▲ 행사 기간  로비에서 진행된 포스터 전시. 학회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내용을 보고 있다. ⓒ뷰티누리

한편, 분과 세션 종료 후엔 우수 논문 및 포스터에 대한 시상도 이뤄졌다. 우수 논문상은 윤믿음(선진뷰티사이언스), 송상훈(LG생활건강), 김민섭(아모레퍼시픽 R&I센터) 등 3명이 수상했다. 정승지(코스메카코리아), 신재원(성균관대학교) 등 7명은 우수 포스터 발표자로 선정돼 상장과 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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