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누리×민텔] "경제가 어려워도 즐거움은 필요해"…립스틱 효과의 재해석
뷰티를 과자(Snack)처럼 '기쁨의 경제' 활성화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5-23 06:00   수정 2025.05.23 06:01

혼란스러운 시기, '립스틱 효과'를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브랜드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비필수재의 소비가 줄어든다. 필요한 것만 사고, 실용적인 것을 찾는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본품 용량의 제품 구매를 꺼리거나, 비슷한 '짝퉁' 제품을 찾기까지 한다. 심리적으로 소비가 위축돼, 자신을 위한 투자를 두려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립스틱 효과'는 이럴 때 발동한다. 지갑을 여는 것이 두려운 시기를 버티기 위해, 나를 위한 조그마한 사치품으로 사기를 진작하고 위안을 얻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소비자들은 과거와는 달리 뷰티 소비에 대한 회복력이 향상돼,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력적인 뷰티 상품을 보면 구매할 의지가 충분하다. 구매 욕구를 끌어내기 위해선 소비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기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민텔은 소비자들이 뷰티 소비를 '과자(Snack)'처럼 즐길 수 있도록, 뷰티 소비 여정에 즐거움과 감성적 터치를 가미해, 소비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비자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라

민텔 조사에서 영국 뷰티 소비자의 62%는 ‘매장에 뷰티 서비스나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을 경우, 서비스를 받겠다’고 응답했다. 미국 소비자 53%는 ‘판매액을 좋은 취지로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구매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들은 소비자가 구매에 동반되는 가치적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즉, 나를 더 대우해주거나, 내가 이 소비를 함으로써 더 높은 가치로 평가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구매전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민텔은 이를 두고 "소비자들이 '기쁨의 경제'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 제품에 감성적 가치를 더하고, 쇼핑 퍼널의 각 단계에서 쇼핑객의 참여를 유도해 즐거움을 선사하라"고 제언했다.

'스몰 럭셔리'의 대표 상품군인 향수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향수는 '가격 면에서 접근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일상적으로 구매하기엔 사치품'이란 인식이 있다. 실제로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40%는 향수 제품을 사치품으로 여기고 있지만, ‘특별한 날을 위해선 고가의 향수를 구매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민텔이 올해 신제품 트렌드로 꼽은 '정교한 단순함의 진화'에 따르면 개인의 향은 '은밀하게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브랜드는 이런 인식을 적극 활용해 샘플과 적은 용량의 제품, 고급스러운 포장으로 '고가 향수를 일상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함'에 대한 메리트를 강조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 민텔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퍼스널케어 제품 구매 이유’를 조사한 결과 MZ세대의 경우 ‘나 자신을 위해’라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민텔

특별한 소비, 유머러스한 마케팅

특별한 소비를 유도할 대상을 타깃팅하는 것도 필요하다. 

민텔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2024년 퍼스널케어 제품 구매 이유를 물어본 결과, '나 자신을 위해'라는 응답은 주로 18~44세에 이르는 MZ세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45세 이상 소비자는 '대체품을 구하기 위해'라는 항목에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 조사 결과는 뷰티 제품 구매의 감성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MZ세대에 대한 마케팅과 캠페인이 집중돼야 하는 이유를 보여 준다.

마케팅도 이들이 선호하는 방식을 파악해 적용한다. 제품의 럭셔리함을 정석적으로 강조하는 광고는 오히려 어려운 시기의 소비가 과소비일 수 있다는 인식을 준다.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잡음을 차단하고, 거부감을 덜기 위해 마케팅엔 유머가 활용돼야 한다.

▲타워28(TOWER28)이 '겟셋 매트(GetSet matte)' 메이크업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공개한 영상 시리즈 중 일부. ⓒ타워28

미국 뷰티 브랜드 타워28(TOWER28)이 최근 공개한 영상 시리즈가 좋은 예다. 이들은 지속력을 강화한 '겟셋 매트(GetSet matte)' 메이크업 라인을 홍보하기 위해, 색조 화장품의 지속력 때문에 실망스러운 데이트를 한다는 공포 스토리를 우스꽝스럽게 담았다. 그 중 하나는 "발그레한 볼로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고 싶었는데, 내 블러셔는 날 유령으로 만들었어"라며 좌절한 여성과 타워28 제품을 바른 뒤엔 후광이 비치는 여성의 모습을 대조해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다.

또 다른 미국 브랜드 가르니에(Garnier)는 이와 반대로 메이크업 리무버 '미셀라 워터(Micellar Water)' 제품을 긴 하루를 보낸 뒤 브래지어를 벗는 안도감에 비유하는 '디글레이즈 마이 메이크업 위드 미(De-Glaze My Makeup With Me)'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일라나 글레이저(ILANA GLAZER)가 기획과 마케팅에 참여해 그 효과를 배가시켰다.

▲가르니에(Garnier)가 메이크업 리무버 '미셀라 워터(Micellar Water)' 제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제작한 일라나 글레이저(ILANA GLAZER)의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 ⓒ가르니에


즐거움을 주는 뷰티, 액세서리

최근 몇 년 동안 런웨이에선 가방에 걸 수 있는 각종 봉제 인형, 액세서리가 빠지지 않았다. 2025년 여름 패션 캠페인에서도 일상적인 아이템에 부착할 수 있는 귀여운 액세서리는 필수였다.

민텔은 뷰티 업계가 이러한 트렌드를 뷰티 제품에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포인트는 '항상 손 닿는 곳에 둘 수 있고', '분실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다.

▲(왼쪽부터) 퓌, 데이지크, 로드스킨(Rhode Skin), E.L.F. Beauty의 뷰티 액세서리. ⓒ각 사

국내 브랜드 퓌(FWEE)가 액세서리 뷰티로 브랜드 존재감을 높인 사례다. 퓌는 제품 구매자에게 틴트 제품을 소분해 담을 수 있도록 조그만 조약돌 크기의 키링을 증정해 높은 인기를 누렸다. 데이지크(Dasique)도 섀도 팔레트를 구매하면 크림 블러셔 제품을 담은 하트 형태의 키링을 증정하는 캠페인을 펼쳐 소비를 유도했다.

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가 만든 뷰티 브랜드 로드스킨(Rhode Skin)은 '펩타이드 립 틴트(Peptide Lip Tint)' 제품을 꽂아넣을 수 있는 아이폰 케이스로 대히트를 쳤다. 또, 미국에서 스탠리(STANLEY) 텀블러가 유행하는 것을 눈여겨 본 E.L.F. Beauty는 텀블러 손잡이에 부착할 수 있는 '립 오일 홀더(Lip Oil Holder)'와 스티커를 출시, 립 오일 제품을 마케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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