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AI(인공지능) 신약개발에 제기된 의문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AI와 신약개발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이제는 AI를 신약개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로 질문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신현진 소장의 말이다. 그는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24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에서 AI 신약개발의 보편화가 머지않았음을 강조하며, 이를 선도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를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 연구소로 재편한 점을 강조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생명공학 기술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GC녹십자의 비영리 연구재단이다. 신 소장은 다나파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와 다케다제약 미국법인에서 생명정보학 및 전산생물학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한 AI 신약개발 전문가다. 그는 2021년 목암생명과학연구소에 부소장으로 합류했으며, 올해 6월부터는 소장으로서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신 소장은 AI가 임상 개발 단계에서 원활하게 활용되기 위해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모델의 일반화(Model generalizability)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보안(Data privacy and security) △모델의 설명 가능성(Model explainability)이다. 타깃 데이터 수집과 공유, 임상 개발을 위한 다중 모드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설명 가능한 인과관계를 통한 모델 검증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 소장은 "임상 단계에서 실패하면 기업은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유망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에 진입하더라도 효능이 없거나 독성이 큰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신약개발의 첫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 소장은 AI 기반의 '샌드위치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초기 후보물질 발굴 및 개발 단계에서 명확한 타깃 설정과 분자 설계, 최적화를 고려해야 하며, 전임상 단계에서부터 바이오마커를 명확히 설정하고 빠르게 개발해야 한다” 전했다.
또한 그는 “임상 단계에서는 후보물질이 설계된 대로 작용하는지 신속히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 지속 여부를 빠르게 결정해야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 전반에 AI를 활용하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AI는 임상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임상시험 성공률을 예측하는 데도 사용된다. 다만, 과거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성공률을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AI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에도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적격 대상자 선정 기준 조정에 AI가 활용되고 있으며, 적합한 환자를 AI로 찾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과 판단을 돕는 AI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 기술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신 소장은 "임상 개발에서 AI가 더 활발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설명할 수 있고, 이해 가능한 AI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의약품을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AI 신약개발은 투명성, 설명 가능성, 해석 가능성 요소를 충족시키는 연구에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실제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현재 AI 모델의 설명 가능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AI 모델이 답을 제시할 때 단순히 상관관계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지를 연구 중이라고 신 소장은 밝혔다.
한편 AI 신약개발은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신약을 개발한 건수는 2010년 705건에서 2021년 333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지만, AI 기반 신약개발 건수는 같은 기간 6건에서 158건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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