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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및 비만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GLP-1 계열 치료제가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 형평성 보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세계적으로 당뇨병 및 비만 환자가 늘어나면서 GLP-1 계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의학 협회 네트워크 오픈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Network Open)에 공개된 국경 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국경의 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 이하 MSF)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 환자 대부분은 GLP-1 계열 치료제를 통한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MSF는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GLP-1 계열 치료제인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젭바운드의 전세계적 수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비싼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조명했다.
예로, 브라질 경우 GLP-1 계열의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 환자가 월 95달러(약 13만원)를 지불해야 하며, 남아프리카에서는 115달러(15만 5000원), 라트비아에서는 230달러(31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무려 353달러(47만 6000원)에 달한다.
MSF는 GLP-1 계열 치료제를 제공하는 제약회사 중 어느 곳도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 접근성 캠페인의 약사 크리스타 세푸크(Christa Cepuch)는 “GLP-1 계열 신약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절대적인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수억 명의 사람들은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 발전의 이점이 인구 전체에 공평하게 공유되지 않는 글로벌 건강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받은 미국 상원 보건, 교육, 노동, 연금 위원회 위원장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노보 노디스크에서 오젬픽과 위고비의 미국 내 정가를 캐나다 가격인 월 155달러로 낮춰줄 것을 촉구했다.
샌더스는 “오젬픽은 미국의 당뇨병과 비만 확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해당 제품 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지 않는다면, 정작 약이 필요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돈 때문에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격차는 GLP-1을 넘어 인슐린 펜을 포함한 다른 당뇨병 치료제까지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 없는 의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주사기보다 편리한 대안으로 꼽히는 사전 충전형 인슐린 펜도 가격이 너무 비싸 환자들이 쉽게 구할 수 없은 것으로 조사됐다.
MSF는 “미국 내 사전 충전형 인슐린 펜 1개 현재 가격은 90.69달러로 인도 5.77달러 대비 너무 높다”며 “제조회사가 제네릭 회사와 협의한다면, 펜당 가격을 0.94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MSF 보고서는 끝으로 “전세계가 당뇨병과 싸우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커뮤니티에서는 제약회사가 이익보다 접근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건강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최근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서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이 PD-1 억제제를 제치고 2024년 가장 많이 팔리는 약물 계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데이터는 GLP-1 계열 약물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 19.2%를 기반으로 2029년 연 매출 1000억 달러(약 134조 75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