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해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톡신' 전쟁에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메디톡스에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메디톡스 제기소송 원고승소 판결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국내 민사 1심이 지난 10일 판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 권오석 부장판사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을 원고의 부분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나보타의 제조 및 판매 금지와 더불어 메디톡스의 청구가액의 80%에 해당하는 4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해당 균주를 메디톡스에 인도하고 이미 생산된 독소 제제를 폐기하라고까지 명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10월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사용했다며 대웅제약에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대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한 이후 5년 4개월 만에 정당한 권리를 되찾게 됐다”며 “이번 법원의 판결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고 전했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명백한 오심 주장 강제집행정지 신청
이에 대웅제약은 1심 결과 발표 후 곧바로 항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웅제약은 지난 10일 판결문을 받는 즉시 집행정지 신청과 항소할 것이며, 이번 소송 건으로 인한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독소 제재 사업을 영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대웅제약은 지난 15일 민사 1심 판결문 받고 이를 분석한 결과, 민사 1심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집행정지의 당위성을 담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대웅제약은 "재판부는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는 주요사실에 관해서는 객관적 증거 없이 합리성이 결여된 자료나, 간접적인 정황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사실인정을 했다”며 “피고들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반박과 의혹 제기는 무시하거나 자의적으로 부당하게 판단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문제가 된 메디톡스의 균주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귀국 시 이삿짐에 몰래 숨겨 왔다는 양규환의 진술뿐, 소유권은 물론 출처에 대한 증빙도 전혀 없어 신뢰할 수도 없고, 진술이 사실이더라도 훔쳐 온 균주라고 자인한 것일 뿐임에도 아무 근거 없이 ‘당시의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균주의 소유권을 인정해 버렸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자사의 균주는 용인시 포곡읍 하천 변에서 채취, 동정한 기록을 통해 유래에 대한 증빙이 확실할 뿐 아니라, 광범위한 검찰 수사에서도 균주의 도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나 출처 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역학적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균주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유일하게 내세우는 것이 간접증거인데, 이는 추론에 불과할 뿐 과학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며 "실제로 많은 전문가와 기관은 SNP 분석 방법에 한계 및 오류가 있고, 역학적 증거 없이 유전자 분석 결과만으로 균주 간의 유래 관계를 확증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 스스로도 계통분석 결과만으로는 두 균주 사이 출처 관계를 곧바로 증명할 수는 없음을 인정했으며, 미국 ITC에서도 균주는 제한 없이 유포됐다는 것을 근거로 메디톡스의 영업비밀로 보호될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권리에 관한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는 해당 소송을 제기하면서, 보툴리눔 균주 전문가인 테레사 스미스의 진술을 토대로 홀 에이 하이퍼는 포자가 생성되지 않는 특별한 균주로, 대웅제약의 균주가 포자를 생성하는지만 확인하면 균주의 도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며 “그러나 감정 결과 대웅제약의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는 것이 밝혀지자, 자신들의 균주도 포자를 생성하며, 포자 생성 능력으로는 유래를 확인할 수 없다며 갑자기 말을 바꿔버렸다”고 전했다.
심지어 해당 주장은 원고 내부의 기록과도 일치하지 않음에도,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포자 관찰 여부가 객관적인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납득할만한 근거 없이 원고의 주장을 인정해 버리는 오류를 범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메디톡스, 판결문 근거 지식재산권 보호 모든 조치 취할 것
메디톡스는 지난 16일 판결문을 수령해 검토한 결과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된 당연한 판결”이라며 대웅제약의 입장을 오목조목 반문했다.
메디톡스는 “5년 4개월간 진행된 이번 재판이 수 십회에 달하는 재판(변론기일)이 속행됐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년 가까이 조사한 방대한 증거, 국내외 전문가 증언 및 의견서, 다양한 연구 기관들의 분석 결과가 제출됐다”라며 “해당 자료들은 판결문에 총망라돼, 대웅의 도용행위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들로 작용했다”고 반박했다.
메디톡스 “재판부는 대웅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용인의 토양에서 발견했다는 허위 주장을 계속하고, 메디톡스도 훔친 것 아니냐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논리적 판단과 합리적 해석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어 “대웅의 몰지각한 주장을 배척하고, 메디톡스 균주의 소유권이 메디톡스에 있음을 인정하며 사회적 통념과 상식에 일치하는 명쾌한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메디톡스는 “이번 승소 판결과 미국 ITC 소송 승소로 체결한 에볼루스, 이온바이오파마와의 합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여 메디톡스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찰의 판단에 대해서도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한 만큼 이번 민사 판결을 바탕으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대웅제약 “나보타 수출시장 타격 없다” 정상 공급 자신
대웅제약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완료했고, 이를 통해 나보타의 제조와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미국과 유럽 등 에볼루스와 이온바이오파마가 판매하는 지역에 대한 공급분이 과거 양사와 메디톡스 간의 합의를 통해 모든 권리가 보장된 만큼,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나보타 수출 판매 금지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시장과 증권가에서는 이번 판결이 나보타의 글로벌 수출 및 판매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보타의 미국, 유럽 등 글로벌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에볼루스(Evolus)는 1심이 판결된 후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민사 판결은 나보타의 미국과 유럽에서의 생산과 수출 및 해외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에볼루스와 엘러간, 메디톡스 간의 합의 계약서 2.1항 등에 따르면 3사는 한국 소송을 포함해 모든 분쟁에서 합의를 이뤘고, 에볼루스에 라이선스 권한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또한 “3자 합의 계약에서 메디톡스는 취소할 수 없는 제조 및 사업화 권한을 에볼루스에게 부여함에 따라, 한국 소송이 에볼루스의 라이선스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법적 조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에볼루스가 지난 10일 공식 입장문 발표 후, 15% 이상 급락했던 에볼루스 주가는 일정부분 회복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에볼루스 공식 입장 발표 후, 한국에서 민사소송 결과가 에볼루스의 나보타 미국 판매에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나타나, 나보타의 미국 판매에 대한 불안감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대웅제약 종목보고서를 통해 이번 민사 소송 1심 결과가 나보타 해외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과 유럽 등의 매출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외 에볼루스가 권리를 가진 유럽, 호주, 캐나다, 러시아, 남아공, 일본 등의 지역에서도 나보타 판매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나보타의 펀더멘탈(Fundamental)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미국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므로, 1분기 실적 악화를 감안하더라도 주가 하락은 과도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ITC 소송에서 ITC는 예비결정에서 균주 도용에 대한 10년간 미국 수출 금지로 판결했다가 최종결정에서는 균주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기술 도용으로 수출 금지 21개월로 변경 선고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ITC가 자진 무효화해 ITC 소송 이전으로 돌아간 상태다. 또 국내 형사소송에서는 재판부가 균주 도용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를 판결을 내렸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치열한 법정공방이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