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백신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일부 글로벌 기업의 독과점 및 편중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백신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재 글로벌 백신 시장은 MSD, GSK, 화이자, 사노피 4개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빅4의 전체 점유율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흥원에 따르면 이들 4개 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MSD와 GSK가 각각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같은 독과점 구조는 글로벌 기업의 과감한 R&D 투자, 글로벌 유통망 구축과 다양한 제품군의 확보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판매된 만큼, 백신 시장의 점유율은 크게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빅4의 전체 점유율은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 생산량을 기준으로 소수의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SII(Serum Institute of Inda), GSK, 사노피, BBIL(Bharat Biotech International Ltd's), 하프킨 5개 기업이 전체 백신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아시아 중소 백신 제조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변화되고 있지만, 폐렴구균 백신, 대상포진 백신 등 새롭게 개발된 프리미엄 백신의 개발과 생산도 상위 5개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백신 제조의 편중 및 독과점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진흥원은 백신 개발과 제조의 소수 제약기업 편중 현상은 공급부족 및 가격 상승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특히 몇몇 백신들은 1개의 기업만이 공급할 수 있는 독점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WHO에 공급하는 56개 백신 중 1개 기업만 공급할 수 있는 독점 제품은 8개이며, PQ 인증이 없는 제품도 2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 관계자는 “백신 독과점 문제는 백신 개발과 제조로 구분해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백신 개발의 경우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R&D 역량, 핵심 특허 확보, 대규모 유통망 보유”라며 “백신 제조 측면에서는 원부자재 공급망 확보, 생산 단가 및 제조 인력 등이 원인”이라고 전했다.
그는 “백신 독과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백신 공급 부족 혹은 중단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백신 부족은 보건 시스템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백신들이 공공 보건과 환자의 필요를 맞추기에 충분하지 않거나, 백신 공급망의 한 부분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WHO는 2019년 132개국 중 42%인 56개국에서 1개 이상의 백신에 대해 부족을 겪었으며, 이는 2020년 69개국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백신 부족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국가 자체조달을 하는 고소득국과 중소득국은 글로벌 백신 재고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으며, 공공조달을 하는 국가는 재정 부족과 조달 지연이 원인으로 꼽혔다.
한편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의약품 중 백신으로 검색되는 제품은 183개다. 이 중 원료의약품은 15개, 완제의약품은 168개이며, 취하나 유효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정상 허가제품은 총 145개로 나타났다.
식약처 허가가 유효한 145건의 국내 백신 허가 중에서 수입 허가는 57건, 제조 허가는 88건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이 허가를 받은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건이었으며, 그 다음 보령과 녹십자가 각각 18건, LG화학이 12건이었다.